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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역사를 지닌 제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이 폐업 위기를 맞았다. ⓒ 지유석
45년 역사의 공씨책방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21일 <노컷뉴스>, <한겨레신문>, <한겨레> 등 복수의 언론들은 일제히 이 책방의 사연을 다뤘다.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지난해 9월 책방 건물을 새로 매입한 건물주가 책방 임대료를 13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올렸다. 공씨책방이 이를 거부하자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제기해 이날 선고가 이뤄진 것이다.

[관련기사 : 박원순도 어쩌지 못하는 헌책방, 어쩌나요]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황보승혁 판사)는 21일 "건물주에게 건물 1층을 인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행 임대차보호법을 보면 통지는 계약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할 수 있게 돼 있다. 피고(공씨책방)가 원고(건물주)에게 건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공씨책방 측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현재 위치에 보존될 필요가 있다"고 맞섰으나 재판부는 "공씨책방의 미래유산으로서의 가치는 특정 장소·건물과 결부된 것이라기보다 책방이 보유한 방대한 중고서적, 운영자의 해박한 지식, 이를 기초로 누적된 단골 등 인적 네트워크로 이뤄진 복합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촌 로터리에서 동교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엔 자리한 공씨책방은 1972년 서울 회기동에서 문을 열어 1976년 청계천, 1984년 광화문 새문안교회 맞은편을 거쳐 1991년 신촌으로 옮겨 온, 45년 역사를 지닌 1세대 헌책방이다.

책방 공간은 15평 규모로 아담하지만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책으로 가득하다. 장르도 다양하고, 간간이 외국 서적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카세트 테이프, LP레코드, CD 등 옛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도 취급한다. 2014년에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판결이 나기 전인 지난 14일 공씨책방을 찾았다. 책방지기 최성장씨는 헌책방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고 후손에게 물려주기도 미안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헌책방을 놓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종이책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죠. 책방하는 사람들은 다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공씨책방은 비단 헌책뿐만 아니라 카세트 테이프, LP 레코드판 등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도 취급한다. ⓒ 지유석
45년 역사를 지닌 제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엔 국내외 헌책들로 가득하다. ⓒ 지유석
공씨책방의 사례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마침 공씨책방을 지나면 지난해 10월 개장한 경의선 책거리로 접어든다. 경의선 책거리는 마포구가 경의선 철도 자리에 독서문화가 살아 숨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조성한 곳이다.

경의선 책거리 운영본부는 인근 추천 탐방지로 공씨책방을 끼워 넣었다. 경의선 책거리 안내지도엔 공씨책방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정작 공씨책방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관할관청을 비롯해 지역사회가 나서 제1세대 헌책방을 살릴 수는 없을까? 부디 이 지면에 올리는 사진들이 '이제 없어져 버린' 공씨책방의 마지막 기록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45년 역사를 지닌 제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엔 국내외 헌책들로 가득하다. ⓒ 지유석
45년 역사를 지닌 제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이 폐업 위기를 맞았다. ⓒ 지유석
45년 역사를 지닌 제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엔 국내외 헌책들로 가득하다. ⓒ 지유석
45년 역사를 지닌 제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엔 국내외 헌책들로 가득하다. ⓒ 지유석
45년 역사를 지닌 제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엔 국내외 헌책들로 가득하다. ⓒ 지유석
45년 역사를 지닌 제1세대 헌책방인 공씨책방엔 국내외 헌책들로 가득하다. 체코 출신 사진가 얀 사우덱의 작품집도 눈에 띤다. ⓒ 지유석
태그:#공씨책방, #명도소송, #젠트리피케이션, #글벗서점 , #경의선 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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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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