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관련 사진.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관련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킹스맨> 주역들의 내한을 기대한 만큼 팬들의 실망도 컸다. 20일 저녁 서울 잠실의 한 극장에서 예정된 콜린 퍼스, 태런 애저튼 등의 무대인사가 돌연 취소됐다. 하루 전날부터 극장 주변에서 밤을 새우는 등 큰 열정을 보인 일부 관객들을 포함해 정상적으로 표를 구매하고 행사를 기다린 관객들 입장에선 분명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은 상황 발생 후 약 4시간 뒤인 21일 자정이 지나서 SNS 계정에 장문의 해명문을 올렸다. 요약하면 담당자들의 소통문제다. '부산 극장과 이원 생중계를 진행하려던 차에 송출 문제로 행사가 지연됐고, 결국 생중계 중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우 인솔 관계자가 전체 행사 일정이 취소됐다고 판단해 배우들을 숙소로 이동시켰다'는 것.

설명이 안 되는 지점

자세한 해명이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배우들을 첫 내한 행사였고, 한국이 할리우드 제작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장이기에 국내 관객들을 위한 행사는 더욱 치밀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번 내한 행사를 위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홍보대행사, 행사진행사 등 관련 팀들이 한 달 전부터 회의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해왔다. 배우들 일정 역시 다른 외화의 내한 때 비해 비교적 여유롭게(2박 3일) 잡아, 당사자들의 피로 누적을 최소화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21일 자정 무렵에 올라온 폭스 측의 사과문.

21일 자정 무렵에 올라온 폭스 측의 사과문.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마이뉴스>는 다년간 해외 배우들의 내한 행사를 진행했거나 담당해 온 복수의 관계자를 접촉했다. 이구동성으로 "전례 없는 대형사고"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영화의 예비 관객들과의 만남은 내한 행사의 꽃이기도 하기에 수일 전부터 예고됐고, 약속된 행사가 돌연 취소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한 관계자는 "경호팀이 항상 붙어있고, 폭스코리아 관계자 역시 근거리에 있었을 것"이라며 "인솔 담당자가 상황을 착각해 배우들을 숙소로 데리고 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운을 뗐다.

"일단 그 행사 담당자들이 모두 무전기를 갖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배우들의 동선 역시 미리 체크해놓고 예정대로 움직이기에 특정인 누군가의 판단 착오로 그런 일이 생기긴 쉽지 않다. 행사 특성상 여러 변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안 하고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책임자에게 한 번 더 확인해서 승인이 떨어져야 했을 것이다." (관계자 A)

또 다른 관계자가 해외 배우들 무대 인사 진행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할리우드 제작사 관계자는 물론이고, 현장엔 경호팀, 홍보대행사, 행사진행팀, 할리우드 제작사의 한국지사 등 적어도 5개 팀이 함께 움직이는데 이들이 서로 상황을 공유하며 주요 의사 결정자의 통솔을 따른다는 것.

"(폭스코리아) 해명대로 배우 인솔 관계자라면 아마 경호팀일 것이다. 행사가 취소됐으니 호텔로 가겠다고 한다면 분명 누군가가 안 된다는 말을 했을 거다. 폭스 자체가 내한 행사를 한 두 번 한 것도 아니고 준비가 철저했을 텐데 이런 실수는 솔직히 이해하긴 어렵다." (관계자 B)

또 다른 가능성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관련 사진.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관련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정리하면 배우들 무대인사의 돌연 취소가 소통문제로 발생했을 리는 없다는 거다. 돌발변수긴 하지만 이미 상황이 공유됐을 것이며, 배우들 역시 그 상황을 인지했을 거라는 게 관계자들의 생각이었다. 관계자들은 "급박한 현장이니 어떤 변수가 있을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면서 "콜린 퍼스나, 태런 애저튼이 불만을 가져 직접 취소를 요구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배우들을 보기 위해 기다린 관객들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이 방안을 논의 중이라지만 이렇다 할 묘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극장 관람권 등의 유형 혜택이 중요한 게 아닌 관객은 배우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직접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으니 말이다. 배우들이 다시 내한하지 않는 이상 분노한 관객들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한편 21일 오전 <킹스맨> 배우들은 국내 언론과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킹스맨 콜린 퍼스 태른 애저튼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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