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공격수' 지동원에게 2017-18시즌은 또 한번의 고비다.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이상 아우크스)는 초반 순항하고 있지만 그속에서 지동원의 존재감은 전무하다.

아우크스는 분데스리가 5라운드 일정을 소화한 현재 3승 1무 1패로 '전통의 양강'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에 이은 3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13위(9승11무 14패)에 그쳤던 아우크스로서는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출발이다. 

하지만 지동원은 팀의 상승세에 전혀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지동원은 5라운드까지 단 한 차례도 피치를 밟지 못했다. 올 시즌 출전 명단에 오른 것도 2라운드가 마지막이고 최근 3경기에서는 아예 명단에서 이름조차 사라졌다.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팀동료인 또다른 한국인 선수 구자철은 미드필더로서 시즌 개막 이후 꾸준히 중용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사실 지동원의 위기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지동원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분데스리가 3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활약했다. 선발 출전만 24경기였고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것은 15경기였다. 전체 출전시간(2,295분)은 아우크스 팀내에서 전체 5위를 기록할만큼 중용받았다. 지동원의 유럽무대 진출 이후 가장 많은 경기와 출전시간을 소화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지난 시즌 지동원의 출전시간은 온전히 '실력'으로 따낸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우크스는 지난 시즌 내내 공격진의 줄부상으로 정상적인 전력을 꾸리지못했다. 알프레드 핀보가손이 13경기에 나와 3골 1도움, 라울 보바디야는 18경기에서 4골 2도움에 그쳤다.

그렇다고 지동원이 '강제 주전'으로 충분히 제공받은 기회만큼 공격수로서 만족할만한 모습은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팀내 공격수중 많은 경기와 출전시간을 기록하고도 지동원은 지난 시즌 고작 3골(2도움)을 넣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 아우크스의 팀내 최다득점자였던 미드필더 하릴 알틴톱(6골)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기록이다.

그럼에도 지동원의 득점기록이 지난 시즌 팀내 4번째로 높았다는 것이 아우크스의 답답한 공격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6-17시즌 아우크스의 팀 득점은 35골로 다름슈타트(28득점)와 함부르크(33득점)에 이어 분데스리가 최소 득점 3위에 그쳤다. 지동원을 비롯한 공격수들이 제몫을 못해줬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실제로 지동원은 이미 포지션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복귀한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출전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핀보가손이 부상 복귀한 27라운드 이후로는 마지막 8경기에서 선발 출전은 단 2경기에 그쳤고 출전시간도 도합 25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물론 긍정적으로 옹호하자면 지동원의 팀공헌도가 과소평가받을 수준은 아니었다. 지동원은 공격진이 허약한 아우크스에서 미드필드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최전방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며 공중볼 경합과 수비가담에 이르기까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동원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골을 넣어야하는 공격수다. 흔히 지동원의 강점으로 꼽히는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과 연계플레이가 공격수로서의 옵션을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는 있지만 골이라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동원의 빈약한 득점력은 유럽무대 진출 이후 고질적인 문제였다. 지동원은 유럽무대에 진출하기전 프로 데뷔 첫해인 2010년 K리그 전남에서 13골을 넣으며 스트라이커 유망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동원의 한 시즌 클럽 최다골이자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긴 유일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이후 지동원이 지난 6년간 유럽무대에서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넣은 골을 모두 합친 것이 13골로 전남에서 첫 해에만 기록했던 득점과 같다. 연평균으로 치면 2.16골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동원의 포지션은 수비수나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다.

그나마 아우크스 입단 첫해(임대선수)였던 2012-13시즌 후반기에 합류하여 5골(17경기)을 기록하며 반짝했던 것이 유럽무대 진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고 이후로는 이정도의 활약을 보여준 적이 없다. 두 번째 임대(2014-15)시절부터 완전 이적한 이후 현재까지 최근 3년간 올린 득점을 모두 합쳐도 6골(리그 4골)이다.

아우크스는 올시즌을 앞두고 공격진에 적극적인 전력보강을 시도했다. 보바디야가 뮌헨글라드바흐로 떠났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핀보가손-카이우비가 건재한데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미하엘 그레고리치와 마르첼 헬러, 세르히오 코르도바까지 폭풍영입을 단행하며 선수층이 크게 두꺼워졌다. 최전방은 물론이고 2선까지 포화상태가 됐다.

지난 시즌까지 공격형 미드필더로 아우크스 공격의 중추를 담당하던 구자철도 3선에 가까운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해야했을 정도다. 가뜩이나 불리한 상황에서 지동원은 부상까지 겹쳐 지난 프리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지동원은 현재의 아우크스에서 6-7순위 정도의 공격수에 불과하다.

아우크스는 올시즌 5라운드까지 벌써 8골을 뽑아냈다. 뮌헨-도르트문트에 이어 분데스리가 팀득점 공동 3위다. 특히 핀보가손이 벌써 팀득점의 절반에 이르는 4골을 뽑아내며 레반도프스키(뮌헨)에 이어 2위에 올라있을 만큼 '몸만 건강하면' 여전히 특급 공격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동원의 빈 자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우크스는 사실 그간 지동원에게 과분할 정도의 기회를 제공했다.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1년에 평균 2~3골도 못넣는 외국인 공격수를 이정도로 기다려주고 중용하는 팀은 없다. 어찌보면 지동원의 가장 대단한 점은 이런 빈곤한 성적에도 유럽무대에서 수년간 버틸 수 있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우크스의 계약도 어느덧 내년이면 만료되는 상황에서 지동원은 주전경쟁에서 철저히 밀려나 있다. 아우크스와의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동원이 보여준 성적이라면 아예 유럽무대 잔류도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내년으로 다가온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지동원의 대표팀 복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유럽무대 진출 이후 지동원이라는 선수의 성장에 근본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진지한 중간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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