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관련 사진.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은 전편보다 규모 면에서 더욱 커졌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국내에서만 600만 명 이상 관객을 불러 모으며 청소년관람불가 액션 영화의 신기원을 연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아래 <킹스맨>) 덕에 그 속편 소식은 쌍수 들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1편과 속절없이 비교당할 운명이었기에 제작 결정 직후부터 <킹스맨: 골든 서클>(아래 <킹스맨2>)에 대한 여러 소문에 예비 관객들이 꽤 적극적으로 반응하곤 했다. 그 결과물이 1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에 선 공개됐다.

1편에서 사망한 해리(콜린 퍼스)가 다시 돌아온다고 예고됐을 때부터 <킹스맨2>가 풀어나갈 과제가 꽤 무거워보였다. 일단 이야기 구조에서 개연성을 확보해야 했고,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와 조화도 생각해야 했다. 해리에 이어 세상을 악당들로부터 구할 임무를 짊어진 에그시(태런 에저튼)의 정신적 지주이자 그의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킹스맨>의 미덕과 한계

이야기만 놓고 봤을 때 주요 캐릭터의 스승을 되살린다는 설정은 좋은 선택은 아니다. 전통적인 성장 영화 플롯에서도 금기시 되는 선택이다. 보통 스파이물 시리즈는 일관된 주인공을 주축으로 새로운 사건과 악당을 등장시키는 단순 구조로 관객들을 매료시켜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뿌리와 단절된 어린 영웅의 성장담 이후 활약상을 더 보고 싶어 하는 게 일반적인 관객의 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길을 자처한 <킹스맨2>의 도전을 높게 살 수 있었다. 물론 전작의 인기는 해리와 에그시 두 캐릭터가 거의 절반씩 공헌했다고 보는 게 맞기에 제작자 입장에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카드이긴 했다. 누가 뭐라 해도 이런 우려를 영화로 증명만 해낸다면야 무엇이 문제일까.

옛 캐릭터의 부활 카드는 결론만 놓고 보자면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지에 숨어 전 세계에 마약을 공급하며 로봇을 자유롭게 다루는 악당 포피(줄리안 무어)는 분명 전편보다 훨씬 강해진 악의 세력이다. <킹스맨2>는 이에 대적하기 위해 미국 내 또 다른 비밀첩보조직 '스테이트맨'을 끌어들인다. 포피의 일격에 대부분의 요원을 잃은 킹스맨 조직과 미국의 스테이트맨의 공조는 영국에 한정됐던 영화 스케일을 키우기 충분했다. 여기에 영국 특유 문화를 반영한 양복차림 스파이와 미국 남부 버번 양조장을 운영하는 스파이라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관련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문제는 밸런스다. 전편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에게 총을 맞은 해리가 사망 직전 스테이트맨 요원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는 설정, 목숨은 건졌으나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까진 다소 진부하지만 이해가능하다. <킹스맨>의 미덕은 독창적인 이야기라기 보단 각 캐릭터들의 조화와 활용, 메튜 본 감독 특유의 감성과 화면의 리듬감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적당한 유머와 빈틈이 있는 주요 캐릭터를 적소에 배치해 빠르고 경쾌하게 흘려보내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감정적으론 다소 건조해 보여도 슬래셔 무비(잔인한 연쇄 살인물), 스파이물, 성장드라마의 각 장점이 유쾌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스테이트맨으로 등장한 데킬라(채닝 테이텀), 위스키(페드로 파스칼), 진저 에일(할리 베리)이 킹스맨과의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주요 사건에서 그 역할이 제한적이다. 해리의 부활 이후 조력자를 자처했지만 포피와 대적하는 과정에서 스테이트맨 요원들은 해리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 속 나름의 반전 요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들 캐릭터가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간둥이, 하지만 한방이 아쉬운

물론 각 장면이나 요소별로 뜯어보면 감독 이하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인다. 시작과 동시에 10분 간 몰아치는 추격전은 에거시 단독 활약으로 묘사하며 이후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영국이 낳은 팝가수 엘튼 존의 특별출연도 반가웠다. 포피에게 납치된 상황임에도 자신의 히트곡을 개사하는 등 영화 속에서 나름의 재치를 보인 엘튼 존은 현실과 영화 사이 연결고리처럼 작용해 묘한 재미를 준다.

또한 스테이트맨의 합류로 다양해진 무기와 더욱 화려해진 액션 장면도 전작에 호응한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만하다. 영국 신사와 미국 남부의 야성미의 조화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담겼다.

부분적으론 재기발랄하지만 역시나 이 요소들이 잘 어우러지진 못했는데 아무래도 여기엔 전작에 비해 떨어지는 문제의식과 할리우드식 가족주의의 안일한 답습 때문으로 보인다. IT 기술을 이용해 전 세계 인구감축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전작의 사건은 천민자본주의로 물든 세계화의 부작용을 일부 담아냈다는 점에서 훌륭한 설정이었다. 선택된 일부 상류층만이 살아남으려 하고 세계 시민들의 안전을 무시한다는 문제의식이 폭죽 연쇄 살상과 어우러지며 상업영화 특유의 쾌감까지 주었으니 말이다.

<킹스맨2> 속 포피가 발렌타인보다 더 규모가 크고 막강한 힘을 가졌지만 마약상이라는 설정은 오히려 전편보다 더 상투적으로 보인다. 마약의 합법화를 주장하며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포피의 모습은 악당처럼 보이긴 하지만 딱히 현실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위기에 빠진 자국 국민 일부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일종의 '제노사이드(특정 종족이나 집단을 제거하는 행위)'를 시도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에서 트럼프의 극단적 성품을 풍자하는 것 같아 일말의 쾌감을 주긴 한다.

더불어 에그시와 그의 연인에 대한 묘사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성급한 가족주의로 귀결돼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관련 사진.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에 새롭게 등장하는 '스테이트맨' 요원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한 줄 평 : 컨디션 난조에 빠진 축구 스타 플레어들의 경기가 이런 느낌일까
평점 : ★★★(3/5)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관련 정보
수입 및 배급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감독 : 메튜 본
출연 : 콜린 퍼스, 줄리안 무어, 태런 애저튼, 마크 스트롱, 할리 베리, 엘튼 존, 채닝 테이텀, 제프 브리지스
러닝타임 : 141분
상영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북미개봉 : 2017년 9월 22일
국내개봉 : 2017년 9월 27일


킹스맨 콜린 퍼스 스파이 태런 애저튼 줄리안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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