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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대표적 어머니상으로 신사임당이나 한석봉의 모친 등이 소개되곤 한다. 그러면 그 시대에는 어머니만큼 훌륭한 아버지는 없었을까.

지난 13일 충남 예산도서관에서 인문학 저자 직강이 열렸다. 초청 강사는 <조선의 아버지들>의 저자 백승종 교수였다.

열강하고 있는 백승종 교수
 열강하고 있는 백승종 교수
ⓒ 무한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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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가까이 열강한 그는 "요즘 아버지들은 젊어서는 돈을 버느라 시간에 쫓겼고, 나이가 들어서는 자식과의 대화 단절로 왕따가 되고 있다. 과거의 아버지들이 누렸던 권위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로, 그야말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럼 조선의 아버지들은 어땠을까. 훌륭한 아버지는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 시대에 본보기가 될만한 조선의 아버지들을 소개했다.

그는 '가정의 불화는 남편의 책임'이라고 한 퇴계 이황을 비롯해 이순신, 김정희 등 역사를 들여다 보면 조선시대에도 훌륭한 아버지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도 엄하고, 가족과 소통하지 않고, 절대권력을 행사한 가부장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아버지가 존재했다. 그들은 아내에게 예의를 지켰으며, 자식과 대화와 편지를 통해 민주적으로 소통했다.

그런 사고의 뿌리는 유교경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맹자>는 부자간에도 책선(꾸짖음)을 해선 안된다고 전한다.

"자식을 야단칠 때는 심사숙고 해야 한다. 아버지도 똑같은 잘못을 범하는 것을 발견하면 아비를 우습게 알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조선의 여러 아버지 중에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삶을 조명하며 조선의 대표적인 아버지상으로 소개했다.

정약용
 정약용
ⓒ 강진군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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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 유배생활을 할 때 부인 홍씨는 그리운 남편에게 시집 올 때 입었던 빛바랜 치마를 보낸다. 치마를 받은 다산은 그 치마를 여러 폭으로 잘라내 거기에 편지를 쓴다. 아들들에게 쓴 그 편지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하피첩(보물 1683-2호)'이다.

그리고 나머지 치마 쪽엔 딸에게 줄 '매조도'를 그린다. 매조도는 매화나무에 새 한쌍이 사이좋게 앉아있는 그림으로 딸의 행복을 빈 그림이다.

'병든 아내가 치마를 보내 천리먼길 애틋한 마음 전했네. 붉은 빛은 오랜 세월에 이미 바래 늘그막 드는 마음 서글픔 뿐이네. 마름질하여 작은 서첩으로 꾸며 자식들 일깨우는 글귀를 적었다오. 부디 어버이 마음 헤아려 오래도록 가슴깊이 새겼으면 좋겠네.'

두 아들에게 이르는 내용은 "저쪽에서 돌을 던지면 이쪽에서 옥돌로 보답하라(마음을 크게 써라). 벼슬을 않더라도 서울을 떠나지 마라(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뜻). 진심으로 당부하니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라. 벼슬길에 오른 사람과 다름없이 당당해라" 등이었다.

백 교수는 "다산이 유배됨으로써 자식들의 벼슬길이 막힌 것을 염려하면서도 마음을 크게 쓰고 긍정적 사고로 당당하게 살라는 참으로 깊은 아버지의 정을 표현한 서첩"이라며 "특히 다산은 큰 아들이 한의원을 개업하자 크게 꾸짖으며 더 큰 공부를 할 것을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하피첩은 다산 가문의 보배로 전해내려오다 고손대에 이르러 큰 물난리가 났는데, 집이 물에 잠기기 직전에 고손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두가지를 건져냈다. 그 중 하나가 '하피첩'이고 나머지가 다산의 저서들이었다.

백 교수는 "자식교육을 잘하면 그 정신이 4대까지 간다. 시대는 변해도 아버지의 마음은 같다"며 강의를 마쳤다.

한편 조선의 아버지상을 조명한 이날 강의에는 한낮에 열린 탓인지 남성보다는 전업주부인 여성이 많이 참석해 아쉬움을 남겼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조선의 아버지, #인문학 강좌, #정약용, #백승종,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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