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좋은 호흡을 보였던 더그 라이만 감독과 톰 크루즈가 두 번째로 함께한 <아메리칸 메이드>가 14일 개봉했다. 제작비는 8천만 달러가 투여됐고 북미 개봉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영국에선 9월 1일에 개봉해 <덩케르크>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80년대 파일럿이자 마약 밀매꾼이며 CIA의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실존 인물 배리 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1978년 뛰어난 민항기 파일럿 '배리 씰'(톰 크루즈)에게 어느 날 CIA 요원 '몬티 쉐퍼'(도널 글리슨)가 찾아온다. 그는 배리에게 국가에 봉사할 기회라며 공산화되고 있는 북중미의 나라의 정찰을 요청한다. 가뜩이나 지루한 일상을 못 견뎌 했던 배리는 아내 루시(사라 라이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래 직장을 그만두고 CIA를 돕기 시작한다. 뛰어난 비행 실력으로 CIA 고위 간부도 놀랄만한 사진들을 찍어오는 배리 덕에 쉐퍼의 입지도 높아진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배리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되지만 쉐퍼는 보수를 올려줄 맘이 없다. 그러던 찰나 콜롬비아 마약조직의 제안으로 그들의 마약을 북미까지 배달해주고 도와주고 큰돈을 받지만, 이내 콜롬비아 마약사범으로 붙잡히고 만다. 그는 쉐퍼 덕택에 어렵사리 감방에서 나오지만,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가족과 함께 시골 촌동네로 이사하고 만다.

 <아메리칸 메이드>의 주인공 배리 씰을 맡은 톰 크루즈

<아메리칸 메이드>의 주인공 배리 씰을 맡은 톰 크루즈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억지 웃음 없는 블랙코미디

<아메리칸 메이드>는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영화는 배우들이 딱히 개그를 펼치지 않고 있음에도 아이러니한 상황묘사와 그 뉘앙스만으로 효과적으로 웃음을 만든다. 당연히 영화엔 억지 웃음을 만들려고 나오는 얼간이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당시의 부조리와 세태를 적절히 비판하며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극 중 배리는 무기와 마약 밀매로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그야말로 과유불급의 상태에 이른다. 배리는 돈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현금을 숨기기 위해 뒷마당과 앞마당에 파묻느라 힘들게 삽질하기 바쁘다. 아내 루시 집안 곳곳에 숨겨둔 돈 때문에 정작 신어야 하는 구두 찾기도 어려울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마약상들의 위협을 피하고자 감옥에 들어가겠다고 자수했건만 윗선의 지시를 받은 판사는 고작 봉사활동 1000시간만을 선고한다. 기가 막힌 표정의 담당 검사는 판사에게 대들고 짜증 난 표정의 판사는 법정 모독이라며 검사를 나무란다. 거기에 감옥에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된 배리의 허탈하면서도 황당한 표정까지. <아메리칸 메이드>의 이 법정에서의 장면은 풍자와 아이러니가 뒤범벅된 최고의 장면이다.

당시 복잡한 북중미의 정세 속에서 CIA와 마약범죄조직 그리고 백악관까지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더그 라이만 감독은 적절한 편집과 템포로 풀어나간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상황설명은 간결하고 빠르게 처리하면서 지루할 부분들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재미있고 중요한 장면에선 풍부하게 이야기의 살을 붙여나간다.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잘 반영한 상징적인 오프닝도 인상 깊다.

 <아메리칸 메이드> 스틸샷

<아메리칸 메이드> 스틸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무엇보다 <아메리칸 메이드>를 스스로 '톰 크루즈'용 영화로 만들어버린 톰 크루즈의 연기가 인상 깊다. 그는 천만 불짜리 미소와 능글맞은 연기로 영화를 리딩하며 애써 웃기려 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정 연기만으로도 웃음을 만들어 낸다. 최근 지나칠 정도로 액션 영화에 치중했던 톰 크루즈가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나 자신의 매력을 스크린에 가득 채워 넣는다.

북중미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스릴있으면서도 시원시원한 비행장면과 항공 추격전도 좋은 볼거리다. 여기에 80년대 중북미 정세에 대한 역사 공부는 덤이다.

영화는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화를 상당히 변주한 작품이다. 영화엔 배리가 1978년도에 TWA 항공사를 스스로 그만둔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1974년도에 해고되었었다. 그리고 그는 영화에서처럼 CIA의 정보원이 아니라 마약단속국 DEA의 정보요원이었다. 당연히 실존 인물인 것처럼 나오는 CIA 요원 쉐이퍼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또한 배리 씰의 아내 루시 씰도 가상 인물이다. 배리는 두 차례 결혼생활을 했으나 영화의 배경이 됐던 시기엔 두 번째 이혼 후 싱글 상태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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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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