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방원 작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방원 작가
ⓒ 변희정

관련사진보기


청년서예가 백인 정방원 작가가 오는 12일부터 18일까지 7일간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의 초청으로 서울관(가나인사아트센터 6층 제6전시장)에서 '묵향만리(墨香萬里)'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정방원 작가의 호(號)는 백인(柏仁), 몽원(夢園), 연지당(蓮池堂)이며 당호(堂號)는 지천당(智泉堂), 호고재(好古齋) 등이다. 학정(鶴亭) 이돈흥(李敦興) 선생께 수학하였고, 원광대학교 순수미술학부 서예과를 졸업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2003년부터 금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시 주제인 '묵향만리(墨香萬里)'는 먹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만 리를 간다는 뜻으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서예계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감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매 순간 새로운 소재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마다 수첩에 스케치와 기록을 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 세상에 태어나 자연을 벗하며, '먹'과 '붓'을 통해 삶의 철학적인 내적 성찰을 해본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와 관련해 "고전을 통한 현대적 해석이며, 감상자들에게 전시를 보다 재미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전통적인 뿌리는 더 깊게 내리고자 했으며, 작품의 소재와 표구 등에서 현대적 방식을 도입·융화시켜 전체적인 조감도를 머릿속에 그린 뒤 작업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당대의 자연적·사회적 환경과 스승, 친우들의 영향을 받아 행·초서 및 전서를 즐겨 썼고, 전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거기에 신앙적인 신념과 체험을 통해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 재해석한 현대적 작품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정방원, LOVE, 종이에 먹, 440×205cm, 2017
 정방원, LOVE, 종이에 먹, 440×205cm, 2017
ⓒ 정방원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작가의 오랜 고민과 노력의 산물인 이번 개인전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단연 한글 자음만으로 구상한 '문자추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LOVE', '복있는 사람', '임마누엘(일본 시모노세키미술관 전시)', '천지창조' 등이 그것으로, 이러한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대학시절부터 영감을 받아 한글의 자음만으로 된 작품을 창작하고자 오랜 시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구상 당시에는 작품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자료가 불충분해 제작을 미루다가, 2015년에 미국의 한 대학에서 3D 스캐너로 화석화된 고대 성경 필사본 재현에 성공을 했는데 필사기법에 있어 모음을 배제한 자음만으로 기록된 레위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 근거를 토대로 작품 창작에 박차를 가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글자가 글자가 아닌' 문자추상을 통한 추상화 작업을 점차 변화시켜 나갔으며, 문자가 읽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자 자체가 가지는 조형적 요소를 극대화시켜 한글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이미지를 조화롭게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위에서 설명한 문자추상 작품과 더불어 작가가 직접 선정한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만한 대표작'을 몇 점 소개하고, 그에 따른 각각의 주제와 제작 의도 및 기법 등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방원‘, 복있는 사람 시편1편 1절에서3절’, 화선지에 먹, 88x205cm, 2017
 정방원‘, 복있는 사람 시편1편 1절에서3절’, 화선지에 먹, 88x205cm, 2017
ⓒ 정방원

관련사진보기


필획의 운필(運筆)과 골기(骨氣)는 한문 전서체와 한글 판본체를 근간으로 하였으며, 전각의 파각(破却)효과도 가미한 작품이다. 필획의 굵고 가늚, 자음의 형태를 늘리거나 줄여서 변화를 추구한 반면 행간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장법을 선보이고 있다.

정방원, ‘Last Supper’, 종이에 먹, 280×197cm, 2016
 정방원, ‘Last Supper’, 종이에 먹, 280×197cm, 2016
ⓒ 정방원

관련사진보기


작품 상단에 표현한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지막 만찬'에서 모티프를 얻었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수난 전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가진 만찬을 하는 모습을 필획의 태세(太細)·장단(長短), 필압(筆壓)의 강약(强弱)·경중(輕重), 운필의 지속(遲速), 먹의 윤갈(潤渴)과 비백(飛白)을 적절히 혼용해 표현하여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느낄 수 있다. 작품 하단의 한글은 한문 오체(五體)와 한글서예의 다양한 특징들을 취합해 자신만의 필체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써내려갔다.

정방원, ‘성령의 9가지 열매(희락)’, 15×15cm, 15×38cm, 2016
 정방원, ‘성령의 9가지 열매(희락)’, 15×15cm, 15×38cm, 2016
ⓒ 정방원

관련사진보기


작가는 '성령의 9가지 열매'를 주제로 총 9개의 작품을 제작하였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희락(喜樂)' 한 작품만을 선보였다. 제작 기법은 전각(篆刻)기법 중에서 음각(篆刻)과 측관(側款)을 종이에 구현한 '지각(紙刻)'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제작방식은 흔하지 않은 기법인 만큼 추후에 관련기법으로만 제작한 작품들을 모아서 또 다른 전시를 기획하여 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방원, 이승철의 ‘그런사람 또 없습니다.’, 종이에 먹, 90×205cm, 2009
 정방원, 이승철의 ‘그런사람 또 없습니다.’, 종이에 먹, 90×205cm, 2009
ⓒ 정방원

관련사진보기


전각에서 엿볼 수 있는 파각적인 요소와 탁본기법에서 영감을 얻어서 제작한 작품으로, 하얀색으로 드러난 글씨를 직접 써낸 것이 아니라 인면(印面)에 인고(印稿)를 구상하여 그리는 것과 비슷한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정방원, ‘나 그렇게 사랑합니다-만해 한용운의 인연설 가운데’, 화선지에 먹, 16x83.5cm, 48.5x83.5cm, 2007
 정방원, ‘나 그렇게 사랑합니다-만해 한용운의 인연설 가운데’, 화선지에 먹, 16x83.5cm, 48.5x83.5cm, 2007
ⓒ 변희정

관련사진보기


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전각기법을 응용한 작품으로 만해 한용운의 인연설을 재해석해 완성한 작품이다. 만해 한용운이 조국에 대한 마음을 담아 써낸 글을 작가는 남녀 간의 인연에 빗대 작품을 재해석해 구상해낸 것이다.

위의 작품들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대체로 고전 서법(書法)에 기인하되, 작가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구상하고 표현한 것들이 주를 이룬 것을 볼 수 있다. 서예를 이르러 흔히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작가는 부단한 노력과 탐구, 실험적 실천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그 경지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평할 만하다.

한편, 작가는 2001년에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서예부문에서 입선을 수상하였고 2003년, 2005년에는 '대한민국 동아미술제' 전각부분에서 특선과 입선을 수상하며 초년에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이후 2005, 2006년에 캐나다 원주민 선교기금 마련을 위한 초청 개인전을 캐나다 에드먼트와 토론토에서 개최하였으며, 2015년에 대한민국 강암서예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대한민국미술협회, 한국서예협회, 예술의 전당 등에서 신진작가 및 청년작가로 선정되어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관련 전시를 수차례 선보인바 있다. 올해에는 반월문화제 포천휘호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당전시 및 관련문의 : 문밖세상 070-8762-0979)


태그:#정방원, #서예, #서예가, #전시리뷰, #문밖세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