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베테랑 투수 임창용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임창용은 지난 12일 SK전에서 규정상 금지된 전자기기를 사용한 모습이 포착되어 논란에 휩싸였다.

기아의 공격이 진행중이던 5회 초 불펜에 있던 임창용이 스마트폰으로 추정되는 전자기기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그래도 잡혔다. 이 장면은 경기 후 더 큰 후폭풍을 몰고왔다. 각종 야구 관련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임창용의 경솔한 처신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2017 KBO리그 규정 제26조에 따르면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코치·선수·구단 직원 및 관계자의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외부로부터 얻은 불공정한 정보를 통하여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한미일 야구를 넘나들며 프로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라는 임창용이 대놓고 규정을 무시하는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단순히 '모르고 한 실수'라고 이해하고 넘기기에는 뭔가 뒷맛이 씁쓸하다. 만일 몰랐다고 해도 프로선수가 규정을 모르는게 자랑도 아닐뿐더러, 설사 규정 위반을 따지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이미 부적절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대중화나 경기중 전자기기 반입금지는 모두 2010년대 이후의 일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경기중인 상황에서 프로 선수가 휴대전화나 기타 전자기기 등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결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설사 있다고 해도, 이렇게 수많은 팬들과 팀동료,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공개된 그라운드에서 '대놓고' 딴 짓을 하며 한 눈을 팔고 있었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모습이다. 만일 신인선수였다면 '당장 2군에 내려보내 정신상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을 사건이다.

그런데 임창용은 불혹을 넘긴 노장이다. 이승엽이나 박찬호 같이 후배 선수들의 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덕아웃에서 전자기기를 만지는 모습 내내 늘상 있었던 일인양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많은 팬들이 임창용의 태도에 유독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이번 전자기기 사건만이 전부는 아니다. 임창용은 2015년 도박파문이라는 오명에 휩쓸려 전 소속팀 삼성에서 방출당하고 야구계에서 아예 퇴출될뻔한 위기에 몰렸다가 친정팀 기아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며 간산히 기사회생했다. 기아로서는 당시 시즌 절반을 징계로 날린데다 임창용을 바라보는 세간의 여론이 곱지않은 부담을 감수해가며 내린 선택이었다.

한번쯤 큰 시련을 겪고나서 구사일생하고 나면 아무리 철부지였던 인물이라도 조금은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임창용은 어느덧 베테랑이 되어 선수생활 말년에 친정팀으로 컴백하고 나서도 끊임없이 불미스러운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임창용은 지난해 두산 오재원에게 날린 '헤드샷 견제구'와 고의성 여부를 두고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으며, 올해 초에는 WBC 대표팀에 차출되어 일본 전지훈련을 소화하던 와중에 '무면허 운전'이 적발되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량도 뚜렷한 하락세여서 최근에는 마무리 보직을 이적생 김세현에게 넘겨주고 2군을 들락거려야 했고, 복귀 후에도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불펜 불안에 시달리는 기아가 최근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경기마다 임창용이 그 중심에 있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은, 임창용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아끼지 않았던 김기태 감독으로서도 점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이처럼 임창용을 바라보는 대내외 여론이 가뜩이나 곱지않은 상황에서, 최소한 야구를 대하는 태도라든가 덕아웃에서 후배들의 모범을 보이는 진중한 모습이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또 다시 쓸데없는 해프닝으로 팬들의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드는 상황을 자초했다. 기아 역시 최근 잦은 역전패와 불안한 선두 수성으로 팬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임창용의 경솔한 행동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본인의 처신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위인이라면 야구도 제대로 풀릴 리가 만무하다. 아무리 야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선수라고 할지라도, 뒤로 갈수록 결말이 좋지 못하여 그간의 공든 탑마저 무너지는 경우는 인생에서 드물지 않다.

임창용은 그라운드에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야구인생에 있어서도 '마무리'를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같은 이미지라면, 임창용이 내일 당장 그라운드를 떠나더라도 그를 그리워하게 될 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