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스릴러 <살인자의 기억법>이 지난 6일 개봉해 12일 기준 14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하고 있다. 설경구를 주연으로 오달수, 김남길 등 충무로의 명품 배우들이 포진했다.

연출은 <용의자>의 원신연 감독이 맡았는데, 그는 10년 전 명품스릴러 <세븐 데이즈>를 내놓은 감독이기도 하다.  <세븐 데이즈>는 원신연 감독의 첫 흥행작이다.

 세븐데이즈 포스터

세븐데이즈 포스터 ⓒ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세븐 데이즈>는 원신연 감독의 세번째 작품이자 그가 <용의자>와 <살인자의 기억법>을 연출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영화는 2007년 11월 14일에 개봉해 첫주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렀으나 2주차에 역주행하며 1위를 차지했다. 최종 21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미드 <로스트>에 출연하며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던 김윤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김미숙, 박희순, 그리고 최무성 등이 열연을 펼쳤다.

100%에 가까운 승률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최고의 변호사 유지연(김윤진). 승승장구하던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쳐온다. 모처럼 딸의 운동회에 참석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녀의 눈앞에서 갑자기 딸이 사라져 버런것이다. 그리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딸을 살리고 싶다면 7일 안에 살인범 정철진(최무성)을 무죄로 석방시켜라."

내키지는 않지만 딸을 위해 정철진의 변호를 맡은 지연은 친구이자 경찰인 성열(박희순)의 도움을 받아 재수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드러나는 것은 정철진이 진범이란 사실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증거 확보를 위해 피해자의 엄마 한숙희(김미숙)를 찾아가는데..

<세븐데이즈>는 7일이란 한정된 시간이 주는 서스펜스를 치밀하고 속도감 있게 풀어나간다. 여기에 탄탄한 과학수사는 극의 내러티브를 강화시켜 주고 있으며, 두뇌 싸움 끝에 배치된 그럴듯한 반전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지루해 할 틈없이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빠른 템포다. 현란하고 거친 카메라워크도 속도감에 기인하고 있지만 더 큰요인은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퍼붓는 3900컷에 달하는 컷수이다. 컷당 평균 길이가 2초에 불과한 작품으로 몇몇 장면들은 1초에 2~3컷을 몰아 넣으며, 극도의 속도감과 서스펜스를 전달한다. 또한 설명적인 상황조차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빠른 화면 전환으로 느슨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분명 영화의 속도감이 큰 장점이지만 그 템포가 후반부에 중요한 감정표현 앞에서 급제동되며 감정을 잡기 어렵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모성의 충돌을 그린 김윤진과 김미숙

모성의 충돌을 그린 김윤진과 김미숙 ⓒ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또다른 장점은 모성간 충돌과 딜레마를 적절하게 스릴러에 녹였다는 점이다.
지연이 딸을 구하기 위해 강간살인범을 변론할수록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그 복잡한 심리가 장르에 잘 어울리게 퍼져간다. 그런 직업적 딜레마 속에 처한 지연은 잔인하게 살해된 여자의 엄마 한숙희(김미숙)를 맞닥뜨린다. 자신의 딸을 살해한 살인범의 사형을 원하는 모성과, 자신의 딸을 위해 그 살인범을 구해내야 하는 모성의 격돌 또한 이 영화의 묘미이다.

서스펜스를 잘 전달한 연출과 보조를 맞춘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주인공 지연을 맡은 김윤진은 딸을 잃은 절박함에서부터 딸을 구출하고자하는 엄마로서의 강인함과 변호사로서 냉철함까지 다양한 감정의 폭을 잘 조절하며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와 충돌하는 한숙희역의 김미숙은 뛰어난 연기로 딸을 잃은 아픔과 상실감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한편 복수의 화신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훌륭하게 처리한다. 또한 공동주연이라고 해도 이상할게 없는 박희순은 건달인지 경찰인지 분간이 안 가는 형사 성열을 맡아 껄렁껄렁함과 예리함이 공존하는 캐릭터 완성해낸다. 후반부엔 지연을 향한 미묘한 감정선까지 잘표현해낸다. 김윤진과 박희순은 각각 대종상 여우주연상과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제작당시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다. 원래 제목이 <목요일의 아이>였던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쓴 각본가 윤재구의 연출 데뷔작이었으며, 주연배우도 김윤진이 아닌 김선아였다. 하지만 윤재구 감독과 주연배우 김선아가 충돌하면서 촬영 중간에 동반 하차하게 되었다.

결국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윤진이 캐스팅되었다. 미드 <로스트>에 출연중이던 김윤진이 <세븐데이즈>의 시나리오를 읽고 반해 예정된 휴가도 미루고 출연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리메이크 되지는 못했지만 <세븐데이즈>는 미국 서미트 엔터테인먼트에 100만달러에 판권이 팔렸을 정도로 할리우드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스릴러를 좋아하면서도 아직까지 <세븐데이즈>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븐데이즈 원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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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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