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챔피언스리그는 말 그대로 챔피언들 간의 대결이다. 유럽의 각 리그를 대표하는 클럽들이 매년 자웅을 겨룬다. 지난 시즌에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2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정상에 올랐다.

유럽 최고의 클럽은 곧 세계 최고의 클럽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챔피언스리그는 지구촌 최고의 클럽들이 격돌하는 가장 수준 높은 축구 대회이다. 4년마다 열리는 FIFA 월드컵에 비하면 희소성은 떨어지지만, 객관적인 경기의 질은 챔피언스리그가 월드컵을 앞선지 오래다.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챔피언스리그의 기록과 역사는 클럽의 자부심으로 여겨진다. 3연패를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이를 막으려는 빅클럽들의 도전이 이번 챔피언스리그의 주요 테마가 될 예정이지만, 32개의 팀이 참가하는 만큼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개막을 앞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펼쳐질 그림을 숫자로 한번 알아보자.

# 1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특별한 순간이다. 클럽에게도 마찬가지다. 꿈에 무대라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 처음으로 진출해 꿈을 현실로 만든 클럽이 두 개 있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준우승팀인 RB 라이프치히와 아제르바이잔 소속 클럽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은 카라바흐 FK가 있다.

주목할 팀은 역시 라이프치히다. 라이프치히는 모기업의 풍족한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독일의 신흥 강호다. 지난 시즌 전반기 독일의 1강인 바이에른 뮌헨을 위협했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고, 후반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거대한 모기업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는 점에서 독일 축구 팬들이 싫어하는 클럽 중 하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생소한 전문 윙어가 없는 4-2-2-2 전술로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한 라이프치히를 향한 많은 긍정적 평가도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으로 여파로 많은 선수들이 빅클럽으로 떠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잘 지켜내면서 선수단을 유지했다. 이적 시장 막판에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수준급 미드필더 케빈 캄플을 영입하기도 했다. 다만 팀의 주축인 티모 베르너, 나비 케이타 등이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은 흠이다. 그나마 16강행 티켓을 경쟁하는 팀이 AS 모나코, FC 포르투, 베식타스 JK로 해볼만 하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한편 그룹 C조에 속한 카라바흐는 첼시 FC, AS 로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승부를 앞두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1승을 챙기는 것도 버겁겠지만, 유럽 동쪽 끝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원정길은 강팀에게도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차 예선을 극적으로 뚫고 합류했고 처녀 출전인 만큼 카라바흐의 의지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본인들의 행보가 곧 아제르바이잔 축구의 역사가 되는 카라바흐 선수들이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3

지난 시즌은 유로피언컵이 챔피언스리그로 이름을 변경한 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팀이 탄생한 시즌이다. 주인공은 스페인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다. 레알은 감독 지네딘 지단의 맞춤 전술과 결정적인 순간마다 득점포를 가동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득점력을 앞세워 신화를 썼다. 결승전 상대인 유럽 최고의 방패 유벤투스를 상대로 4골이나 집어 넣었을 정도로 화끈한 공격력으로 유럽을 정복했다.

이번 시즌에도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최근 리그에서 두 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두면서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지만 챔피언스리그는 다르다. 징계로 리그 경기에는 출장할 수 없는 '에이스'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 경기에는 출격이 가능하고, 마르코 아센시오와 이스코 같은 공격 자원의 컨디션도 좋다.

결정적으로 각 포메이션마다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다. 지단 감독 특유의 로테이션과 레알 선수들의 집중력만 유지된다면 이번 시즌 빅이어의 주인도 레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레알이 속한 H조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토트넘 홋스퍼, 아포엘 FC로 구성되어 있어 '죽음의 조'로 평가 받지만, 레알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만큼 레알은 강하다.

# 6

빅어어 트로피만 12번을 챙긴 레알의 기록을 위협해야 할 AC 밀란(7회 우승)은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못했다. 아직 레알이 일궈낸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꾸준하게 우승 기록을 적립하며 레알을 추격하는 세 개의 클럽이 있다. 레알의 최대 라이벌인 FC 바르셀로나, 독일 최고의 클럽 바이에른 뮌헨과 세 시즌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한 리버풀이 그 주인공이다. 세 클럽 모두 챔피언리그에서 5번씩 우승을 경험했고, 이번 시즌에 6번 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먼저 라이벌 팀에게 '챔피언스리그 2연패'란 고지를 먼저 내준 바르셀로나의 반격이 거셀 전망이다. 네이마르가 팀을 이탈했고 지지부진한 영입 행보를 보낸 탓에 걱정의 목소리가 컸지만, 리그 개막 후 3연승을 달리면서 순항 중이다.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여전히 경기장에서 특별함을 뽐내고 있고,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이 비교적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는 평가다. 신입생들의 활약과 신임 감독 발베르데의 전술이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성적을 결정지을 공산이 크다.

바르셀로나의 도전기에 변수가 많다면 뮌헨의 행보는 확실하고 위협적이다. 바르셀로나와 다르게 뮌헨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막강한 기존 전력에 검증된 자원을 더해 지난 시즌보다 더욱 탄탄해진 선수단을 구축했다. 지난 시즌 레알을 가장 궁지에 몰았던 팀이 뮌헨이다. 매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의 전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클럽이다. 감독도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한 카를로 안첼로티다. 뮌헨은 레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란 과제가 바르셀로나와 뮌헨에게 현실적인 반면 리버풀에게는 우승은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일단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하기에 객관적으로 선수단의 질과 양이 경쟁팀에 비해 부족하다. 지난 몇 시즌 간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참가했을 때보다 참가하지 못한 적이 더 많을 정도로 전력이 불안정적이다.

믿을 구석은 감독 위르겐 클롭의 능력이다. 클롭은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 작고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단을 가지고도 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인도한 인물이다. 클롭을 대표하는 '게겐프레싱' 전술을 구현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 리버풀에 다수 포진되어 있기에 '제 2의 도르트문트'를 기대해도 좋다. 클롭은 도르트문트 부임 이후 세 번째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트로피를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이번 시즌이 리버풀 사령탑을 맡게 된 세 번째 시즌이다. 8강 이상이 현실적인 목표겠지만, '이스탄불의 기적'이 이번 시즌에 다시 한번 재현되지 않으란 법도 없다.

한편 호날두는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 12골로 메시를 제치고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한 호날두은 이번 시즌에도 강력한 득점왕 후보다. 폭발적인 속도와 화려한 드리블 능력은 과거에 비해 떨어졌지만, 득점 찬스를 포착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완벽에 가까운 '오프 더 볼' 능력과 압도적인 제공권, 강력한 슈팅 등으로 호날두는 아직도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서 군림하고 있다. 호날두가 체력을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게끔 만드는 지단 감독의 선수 로테이션도 호날두에게는 큰 이점이다.

# 96

 손흥민은  지난13일(한국시간) 2016~2017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 밀월(3부리그)과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손흥민 선수(자료사진) ⓒ EPA/ 연합뉴스


챔피언스리그는 총 32개 팀이 참가한다. 32개 클럽은 각각 네 팀씩 한 조에 묶여 16강 진출을 겨루는 조별 리그를 거치게 된다. 경기는 홈&에웨이 방식으로 진행되어 한 팀당 조별 리그에서 여섯 경기 씩을 소화해야 한다. 조별 리그에서만 총 96번의 '총알 없는 전쟁'이 펼쳐질 예정이다.

조별 리그 이후 토너먼트가 진행될수록 대회의 열기가 뜨거워지지만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대회에 어떤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대진표가 짜여진 조별 리그 경기는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96번의 경기가 모두 치열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유럽 축구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매치들을 소개한다.

최대 빅매치로 꼽히는 경기는 단연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 FC의 경기다. 유럽 축구의 두 공룡은 최근 대결에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2014-2015 시즌 결승전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유벤투스를 3-1로 꺾었고, 지난 시즌 8강전에서는 유벤투스가 바르셀로나를 합산 스코어 3-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메시를 필두로 한 바르셀로나의 공격력과 유럽 축구 최고의 수비수들이 즐비한 유벤투스의 대결은 항상 흥미롭게 전개됐다. 조별 리그부터 각자의 우승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는 양 팀 전부에게 중요한 경기다.

그룹 B조에 속한 뮌헨과 파리 생제르망의 대결도 눈길을 끈다. 같은 조에 배정된 RSC 안더레흐트와 셀틱 FC가 두 팀을 위협할 만한 전력이 아니다. 사실상 뮌헨과 파리의 대결은 조 1위 결정전이 될 전망이다. 두 팀의 대결을 흥미롭게 만드는 선수는 네이마르다. 파리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3000억 원에 육박하는 이적료를 지불해 네이마르를 품었다. 자국 리그에서는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작아지는 팀의 체질을 단번에 바꾸기 위해 파리는 네이마르를 선택했다.

때문에 파리에게 유럽 최강 팀 중 하나인 뮌헨과 경기는 '네이마르 영입 효과'에 대한 첫 번째 시험 무대다. 뮌헨에게 승리를 쟁취한다면 네이마르의 존재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겠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의외로 쉽게 침몰 할 수도 있다. 네이마르가 팀에 합류했지만 아직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노릴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만큼 파리에게 뮌헨과 경기는 이번 시즌 성적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국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경기는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의 경기다. 토트넘은 레알 마드리드, 도르트문트, 아포엘과 함께 H조에 속해있다. 한국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누비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하는 팀이 레알 마드리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레알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유럽 축구 역사상 최고의 클럽이다. 과거의 역사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현재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최고의 별이다.

손흥민이 이런 클럽을 상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한국 팬들은 흥분하고 있다. 만일 손흥민이 레알과 경기에서 득점을 터뜨린다면 그 장면은 2010-2011 시즌 8강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첼시를 상대로 결승골을 성공시킨 장면을 능가하는 역사로 남을지도 모른다.

또한 함부르크 SV와 레버쿠젠 시절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에게 유독 강했던 사실도 팬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양봉업자(도르트문트의 별칭이 꿀벌 군단)'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도르트문트를 자주 울린 손흥민이 이번에도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챔피언스리그 프리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