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마치고 동반 사퇴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에서 입장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2년 연속 개막작에 한국 영화 선정, 올해 칸 영화제에서 타계한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에 대한 추모. 75개국 298편이 상영되는 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렇게 요약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1일 오후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주요 상영작 및 올해 특징에 관해 설명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올해 화려한 해외 게스트들과 예년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며 "새롭게 시도된 아시아독립네트워크인 '플랫폼 부산'과 독립 장편제작지원 등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석 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많이 어려웠으나, 최선을 다해 준비해 주신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올해도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올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도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영화제 시작을 알리게 됐다"며 "2015년 위기감 때문에 공동집행위원장 맡아 시작했고, 그해 영화제 무사히 마쳤으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도 김지석 프로그래머 타계와 영화단체들의 보이콧 등 해결 안 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해 영화제를 보이콧 했던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2년 연속 보이콧을 선언하며 반쪽 영화제가 불가피해졌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보이콧을 철회했으나 서병수 시장의 사과 문제를 놓고 영화계와 부산시의 대립이 풀어지지 않은 상태다.

개·폐막작 모두 여성감독 영화

'유리정원' 신수원 감독, 문근영 눈빛에 반해 캐스팅!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에서 개막작 <유리정원>의 신수원 감독이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의 신수원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이 선정됐다. 어느 여인의 사랑과 아픔을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로 보여주는 영화로 배우 문근영이 주연으로 나섰다. 신 감독은 첫 장편 <레인보우>로 주목받았고, 단편 <순환선>은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카날플뤼상 수상, 두 번째 장편 <명왕성>(2013)은 부산영화제를 거쳐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네레이션부문에 초청돼 특별 언급됐을 만큼 국내 대표적인 작가주의 독립예술영화 감독이다.

폐막작은 대만영화 <상애상친>이다. 배우 출신인 실비아창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가족 간의 갈등을 담은 영화로 중국 5세대를 대표하는 <푸른 연>의 감독 티엔 주앙주앙이 자상한 남편으로, 2015년 부산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산이 울다> 랑 유에팅이 주연으로 나선다.

개막작의 2년 연속 한국영화 선정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2년 연속 보이콧에 따른 면도 있어 보인다. 개·폐막작이 모두 여성 감독 영화고, 랑 유에팅이 두 번 연속 폐막작 주연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강수연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마치고 사퇴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에서 영화제소개 및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현장의 강수연 집행위원장. 이번 부산영화제 개막작과 폐막작에 모두 여성 감독의 작품이 선정된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 이정민


강 위원장은 작품 수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작품 추가될 수 있음을 강조한 후, "개·폐막작 모두 여성 감독 작품인 것은 영화제 시작된 이후 처음이고 영광"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신수원 감독은 "개막작은 처음인데 부담스러운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부산영화제를 일궈왔으나 고인이 되신 분.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두 분 역시 부산영화제를 살리기 위해 애쓰셨다"며 "22살 부산영화제가 지향하는 아시아 최대영화제 성장의 목표를 다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근영,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영광!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에서 개막작 <유리정원>의 배우 문근영이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에 출연한 배우 문근영이 이번 개막작 선정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이정민


배우 문근영도 "한 번도 영화제 개막작이 된 적이 없는데, 이번에 개막작 기쁘게 생각한다. 감독님이 많이 사랑해주셨다"고 말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프로그래머들과 개막작 후보를 놓고 오랜 시간 논의했다며 문근영이 가진 여배우의 매력이 캐릭터가 작품 속에 더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모든 책임 위원장이 지는 게 마땅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마치고 강수연과 동반 사퇴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현장에서 김동호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마치고 동반 사퇴할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 이정민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추모도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행사다. 아시아 영화인들의 추모 행사가 10월 15일 열릴 예정이며, 아시아영화에 초점을 맞춘 지석상도 신설했다. 생전에 구상했던 아시아독립영화인 네트워크도 김동호 이사장의 설명처럼 '플랫폼 부산'이란 이름으로 시작된다.

거장의 작품이나 화제작, 아시아 대표 감독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정재은 감독의 <나비잠>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 등 4편이 소개된다. 정재은 감독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신작 다큐멘터리 <아파트 생태계>도 선보인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오픈 시네마에서 상영된다.

한국영화는 <군함도> 감독판과 방은진 감독의 <메소드>, 민병훈 감독의 <황제>, 박기영 감독의 <재회>, 오멸 감독의 <인어 공주>,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준익 감독의 <박열> 등이 상영작 목록에 올랐다.

한편 김동호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 직후 사퇴하는 문제에 대해 "2012년에 일어난 회계상의 착오가 불거지면서, 영화제를 이끌어 가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지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 폐막 후 사퇴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이사회와 총회가 좋은 후임자를 물색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수연 위원장은 "영화제를 처음 시작하는 날부터 오늘까지 3년 내내 매일매일이 위기였다"면서 "'정상적인 개최를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이 이어졌는데, 더 이상 개최에 대한 불신은 없었으면 좋겠다. 모든 책임을 위원장이 지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11일 오후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 개막작 <유리정원>의 신수원 감독, 배우 문근영, 김동호 이사장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 개막작 <유리정원>의 신수원 감독, 배우 문근영, 김동호 이사장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부산영화제 강수연 김동호 신수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