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인권을 침해 받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강남의 아파트 경비원들이 화장실에서 밥을 먹고 휴식을 할 때에도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화장실 문턱에 걸쳐서 누워 쉬는 사진이 이슈가 되었다. 인간다운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노동환경과 관련된 뉴스는 이제 지겨울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동하면서 인간다운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노동인권이다. 노동인권이 잘 안 지켜지는 사회에서 특히 청소년 노동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학생신분이라는 이유로 더 많이 무시 받고 제대로 대응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인권은 더 쉽게 침해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전에 썼던 기사(행복한 결혼식, 그 뒤에서 눈물짓는 청소년)에서 웨딩홀 아르바이트의 법적인 노동문제에 대해서 다뤄 보았고, 이번에는 그 속에서 겪은 인권적인 문제에 대해 써보려 한다.

웨딩홀 아르바이트 사례 모집 홍보물 중 일부
▲ 웨딩홀 아르바이트 웨딩홀 아르바이트 사례 모집 홍보물 중 일부
ⓒ 유승현

관련사진보기


"이 xx, 저 xx"는 기본, 항의하면 해고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을 기본적으로 하는데 심지어 이 xx, 저 xx 이리 와봐 이런 식으로 욕으로 사람을 호명한다. 직급이 높으면 무조건 양해 없이 하대한다."
"친구가 왜 반말을 하냐고 뭐라고 했더니 그 이후에 존댓말을 해주더니 나갈 때 다시 오지 말라고 했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당하게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은 성인과 다를 바가 없는데 아직도 청소년 노동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2015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아르바이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비율은 25.1%이며 특히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우는 44.9%로 나타났다.

그리고 가정환경에 따라 아르바이트 참여율이 차이를 보이며 특히 저소득, 조손가정 등 취약계층 청소년일수록 아르바이트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이유에서든 본인이 원하면 노동을 할 수 있는데 그런 노동자에게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을 하고, 비속어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 나아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업체에서 파견 나온 팀장, 이런 사람이 욕을 엄청 한다. 냅킨 접을 때는 이전 타임 학생들 욕을 하면서 '학생들은 이래서 안 된다'면서 냅킨 접은 거 풀어놓고 가고, 다시 접으라고 한다. '왜 이 업계들은 학생들 왜 뽑는지 모르겠다'며 이전 타임 아르바이트를 욕한다. 'xx야 저기다 놓으랬잖아'. 이런 식으로 말하는 데 자기가 그 자리에 놓고 다른 알바 욕을 한다. 떠들면 자리 바꾸라고 한다. 뭘 물어보는 대화도 못하게 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을 시작할 때에 제대로 된 업무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냥 눈치 봐가면서 옆에 사람 따라하고 하루 종일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하는데 뭘 물어보면 "이것도 모르냐"면서 면박을 주기도 하고 "이래서 학생들은 안 된다"라는 발언을 듣기도 했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반말에 심하면 '이 xx', '저 x', 'x발' 같은 욕설을 듣기도 했다. 자신보다 나이도 한참 많고, 거기다가 상급자이기 때문에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거기다 항의나 불만을 표출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익숙하게 막 만지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해요."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이트에서 웨딩홀 아르바이트 자격 요건 중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키 166이상에 나이 24세 이하의 아름다운 여성분!' '여: 키 165이상, 사이즈 44,55' 실제 지금 공고에 써져있는 문구이다.

모 구직 사이트의 웨딩홀 아르바이트 상세 모집요강
▲ 구직 사이트 모집요강 모 구직 사이트의 웨딩홀 아르바이트 상세 모집요강
ⓒ 구인광고사이트

관련사진보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 7조 2항에서는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법조문은 그저 조문일 뿐이다. 

"호텔 아르바이트하는 애들 키 크고, 예쁜 애들이 많다. 성희롱이라기보다 2,30대 직원들이 고등학생 여자애들한테 따로 카톡 하고, 문자 보내고, 선물을 보낸다. 그런 것들을 직원들은 가십거리로 이야기한다. 애들은 일을 해야 하니까 계속 참고 일해야 한다."
"오래 일한 언니들한테 되게 익숙하게 막 만지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한다. 나이 많은 남자직원들이 그러니까 언니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해도 보는 나는 불편해 보인다."
"2인 1조로 일을 하는데 예쁜 언니랑 같은 조가 됐는데 그 언니 없을 때는 욕을 하고 그 언니가 있으면 욕을 안 해서 일을 하는 동안 언니랑 계속 붙어 있으려고 했다."

인터뷰 중 여학생들은 2,30대인 남자 직원들이 청소년들을 성적 대상화하고, 스킨십을 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성희롱, 성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특히 연회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 손에 접시를 가득 들고 다니는데 그걸 보고 몸을 만지는 사례도 있었다.

웨딩홀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부터 일을 시작하여 노동을 하는 순간까지 웨딩홀 아르바이트는 성희롱과 성적 대상화, 외모 차별에 노출되어 있고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냥 그런 현실 속에서 분노하지만 참아야만 하는 어떤 것으로 치부하며 웃어넘기든가, 뒤에서 욕을 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현실이다.

"실례합니다"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로 끝나는 일상

"감정노동도 너무 심하다. '실례하겠습니다'를 쉴 새 없이 해야 하고, 손님이 이거저거 계속 시키고..."
"다른 직원이 하는 거를 따라해야 한다. 손님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해야 한다."

웨딩홀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많은 고객들을 상대해야 한다. 거기다 연회장에서 술을 많이 마신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도 비일비재하다. 계속 나오는 뷔페 접시를 치울 때마다 쉴 새 없이 "실례하겠습니다"를 말해야 하고, 접시를 여러 개 쌓고 한손으로 들고 나르는 중간, 중간에 고객들의 요구를 또한 다 들어줘야 한다.

연회장에서 일을 하다가 부당대우를 받은 경험은 36.6%로 적은 수치가 아니다. 심하게는 규정상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거절해서 폭언·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고객에게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을 당했지만 싫을 내색을 하지 않고 참아야 한 적이 있었던 경우가 그런 편이 28.8%이고, 매우 그런 편이 4.7%로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 자료
▲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 자료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관련사진보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자료
▲ 청소년 아르바이트 감정노동 사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자료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관련사진보기


사업주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부당대우가 발생하면 그 대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웨딩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기본이고,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사업장은 거의 전무하다.

2부를 마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을 하면서 살아간다.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은 평생 해야 할 노동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첫 노동의 기억이 너무 고통스럽거나, 괴로운 것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심층 인터뷰를 하면서 그 중에 특히나 더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을 했던 참가자가 "다신 웨딩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했다. 권리를 주장해서 부당해고까지 당한 경험이 있다면 앞으로의 노동이 무섭고 걱정될 것이다. 또는 '원래 이런 게 현실'이라는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과연 이런 것이 그저 노동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까.

노동인권이 잘 지켜지고, 노동이 존중 받는 세상이 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도 탐탁지 않다. 그래서 다음 편에는 이 기사를 보면서 인터뷰 참가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당사자들이 직접 얘기하는 내용을 담으려 한다.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청년 비정규직을 위한 모임운영, 노동인권 실태조사, 캠페인, 노동상담,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웨딩홀 아르바이트 관련하여 상담 밎 권리구제 신청을 원하시는 분은 02-6081-1700으로 연락주세요.
▲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청년 비정규직을 위한 모임운영, 노동인권 실태조사, 캠페인, 노동상담,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웨딩홀 아르바이트 관련하여 상담 밎 권리구제 신청을 원하시는 분은 02-6081-1700으로 연락주세요.
ⓒ 우리동네노동권찾기

관련사진보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