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머리를 만지며 벤치로 향하고 있다.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머리를 만지며 벤치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사다난했던 월드컵 최종 예선이 끝났다. 팽배했던 위기감을 이겨내고  신태용호는 기어코 러시아행 티켓을 따냈다. 두 번의 '단두대 매치'를 잘 버텨낸 한국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월드컵 진출을 자축했다.

하지만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비판의 수위가 높다. 언론은 지난 2연전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 중이지만, 팬들의 반응은 '이런 경기력이면 월드컵이 하나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국민들의 이러한 반응은 당연한 결과다. 이란-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경기에서 한국은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잦은 패스 미스로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승리보다는 무승부에 집중하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과 경기가 종료된 후에도 타 구장의 상황을 끝까지 지켜보며 월드컵 진출 여부를 가늠하는 순간은 초조함의 극치였다. 많은 부분에서 한국 대표팀은 비판 받아 마땅했다.

결과를 얻어낸 신태용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정우영과 김영권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정우영과 김영권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의 수장인 신태용에게도 자연스럽게 많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러한 비판은 부당한 부분이 크다. 일단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지 63일 밖에 안되는 '초짜'다. 2개월 만에 극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은 그 어떤 세계적인 명장이라도 쉬운 작업이 아니다. 국가대표팀은 클럽 팀과 다르게 매일 훈련을 할 수도 없다.

신태용 감독이 직접 선수들을 만난 것은 고작 10일 남짓이다. 심지어 신태용 감독은 그 흔한 평가전 한번 없이 바로 이란과의 최종 예선 경기를 지휘했다. 물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수석 코치직을 수행했고,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면서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접촉했던 경험이 있긴 하다. 그러나 상대였던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팀을 7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아래 우즈벡)의 감독 삼벨 바바얀은 2년 넘게 팀을 이끌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경험의 무게가 달랐다.

팬들이야 좋은 경기력과 승리를 원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란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은 과도한 요구였다. 한국은 이번 최종 예선 9차전 경기 전까지 이란을 상대로 4연패의 늪에 빠져 있었다. 6만 명이 넘는 홈 관중 앞에서 시원하게 이란을 꺾었으면 좋았겠지만, 최근 한국의 천적으로 떠오른 이란을 상대로 공세를 취하는 것은 '도전'이 아니라 '도박'에 가까울 공산이 컸다.

우즈벡의 부진도 신태용 감독의 무승부 작전에 한몫했다. 9차전 당시 A조 2위 한국은 3위 우즈벡에게 승점 1점 차로 쫓기고 있었다. 불안한 2위였지만 최종전 상대가 우즈벡인 것을 감안하면 순위를 앞선 채 우즈벡을 상대하는 편이 유리했다. 마침 같은 시간 열린 중국과 우즈벡의 경기가 0대0으로 흘러갔기에 신태용 감독의 지지 않는 전술이 유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는 중국이 우즈벡에게 승리하며 한국에게는 무승부 작전보다는 이기는 경기가 필요했지만, 중국의 득점이 후반 막판에 터졌기에 한국의 승리를 위해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

우즈벡과 맞대결에서도 우즈벡의 부진은 신태용 감독이 전략을 수정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지지 않는 작전은 전반전에는 다소 위험한 전략처럼 느껴졌다. 전반 13분 시리아가 이란을 상대로 골을 터뜨렸고, 전반 21분 우즈벡의 카이다로프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맞으면서 한국이 수세에 몰렸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점은 한국이 잦은 패스 미스 등으로 허둥거렸음에도 우즈벡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기 전 분석과 경기 중 우즈벡의 경기력을 봤을 때 우즈벡의 공격력의 한계는 확실했다. 전반전 막판 이란의 동점골과 후반전 역전골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국은 무승부만 거둬도 러시아로 향할 수 있게 됐다.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기 보다는 월드컵 진출이란 결과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의 효과는 상당했다. 우즈벡에게 전반 초반 허용했던 중거리 슈팅을 제외하고는 2연전 동안 수비에서 큰 위기가 없었다. 공격수들의 결정력만 따라줬다면 우즈벡전을 깔끔하게 승리했을 수 있을 정도로 우즈벡전 후반전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에게 원하는 것은 딱 하나였다. 바로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결과와 내용을 모두 잡는 것이 최고의 결과겠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과정보다는 결과에 전부를 쏟아야 했다. 신태용 감독 부임 당시에도 언론과 대중이 요구한 과제도 경기력의 회복보다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 확보였다. 바라던 성과를 이뤄낸 신태용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변화의 바람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베키스탄의 슛이 한국 골대에 맞고 있다.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베키스탄의 슛이 한국 골대에 맞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은 만족하기 어렵지만 소폭의 경기력 향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칭찬 받아 마땅하다. 전임 감독이었던 슈틸리케와 비교해보면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선발에서 상당한 문제를 드러냈다. 부임 초기에는 무명의 이정협 등을 발탁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부임 초반부터 선발했던 선수를 소속팀 활약 여부에 크게 상관없이 계속해서 소집하면서 문제를 야기했다. 소속팀에서 부진하고 있던 곽태휘 등을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내세우기도 했다.

선수 선발이 획일화되니 전술의 다양성도 떨어졌다. 부임 기간 내내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한 점유율 축구에만 집착했다. 한국의 느릿느릿한 패스워크에 상대 국가는 어렵지 않게 한국의 공격을 방어했다. 쓸데없는 잔패스가 많다 보니 선수들의 크고 작은 실수가 이어졌고, 웅크리고 있다 튀어나오는 상대의 역습에 쉽게 휘둘렸다.

슈틸리케호가 가지고 있었던 큰 문제점인 선수 선발, 디테일이 떨어지는 전술, 수비력 등은 신태용 감독 지휘 아래에서 개선될 가능성을 보였다. 먼저 항상 잡음을 일으켰던 선수 선발 측면에서 신태용 감독은 합격점을 받았다. 당장의 2연전의 무게감 탓에 선수단의 큰 변화는 없었지만, A매치 경험이 전무한 김민재와 권경원을 선발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본래 국가대표팀의 주축은 그대로 선발하고 경기에 중요성을 감안해 현재 K리그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들을 발탁해 젊은 선수단에 경험을 더했다. 뽑힌 선수 대다수가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던 중이었기에 선수들 개인 컨디션에서는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기존의 주전 멤버들이 아닌 선수들이 이번 2연전을 통해 활약하면서 신태용 감독의 선수 선발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A매치 데뷔전을 가진 김민재는 어린 나이가 무색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가장 호평을 받았다. 국가대표 붙박이 왼쪽 풀백 김진수를 대신해 우즈벡전에 선발로 나선 김민우는 K리그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활동량과 공격력으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노장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우즈벡과 경기에서 후반전 권창훈과 교체 투입된 염기훈은 짧은 시간 경기장을 누볐지만, 두 경기 동안 나섰던 어떤 공격 자원보다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을 이끌었다. 두 경기 연속 경기 막판에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부족한 시간 안에서도 기어코 슈팅 찬스를 만들어냈다. 두 선수 모두 K리그에서 선보이던 플레이를 유감없이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도 보여줬다.

가장 개선된 부분은 역시 수비력이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 한국은 최종 예선 8경기에서 무려 10실점을 허용했다. 이 기록은 한국의 월드컵 최종 예선 역사상 최다 실점에 해당한다. 공격수 개개인의 능력이 없었다면 슈틸리케호는 진작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수비는 형편없었다.

신태용 감독은 수비 전술에 취약하다는 항간에 의심을 딛고 두 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냈다. 강팀 이란과 경기에서는 전북 현대의 수비수들을 다수 기용해 그들의 호흡을 이용했다. 우즈벡전에서는 변형 쓰리백을 들고 나와 측면 수비수로 출장한 고요한과 김민우의 역량을 끌어냈다.

쓰리백 전환이 결과적으로 독이 되긴 했지만, 쓰리백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곧바로 포백으로 수비 진형을 바꾼 판단은 훌륭했다. 이란전에서는 다소 소극적인 선수 교체로 도마에 올랐지만, 우즈벡전에서는 공격적인 선수 교체로 오히려 공격으로 수비를 하는 좋은 장면도 다수 이끌어냈다. 아직 문제가 많지만 짧은 기간 안에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을 대표팀 내에 불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신태용의 긴급 투입은 성공적이라 평할만 하다.

이제 예선은 끝났다. 신태용 감독은 숨가빴던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시간을 얻었다. 물론 10개월이란 시간이 완성된 국가대표팀을 만들기에는 버거운 시간이지만, 능력 여부에 따라 신태용 감독이 본인의 철학을 관철시킬만한 시간이기도 하다. 대표팀 감독 커리어의 첫 번째 고비를 넘긴 신태용에게 진정한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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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진출 신태용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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