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이동국과 선수들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이동국과 선수들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최종 예선 마지막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의 선수 아흐메도프는 한국과 경기에 본인의 대표팀 경력 전체를 걸었다. 모든 것을 걸겠다는 필사의 각오다. 그렇다면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이란 도전에 나선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국은 과연 무엇을 걸고 경기에 임할까.

6일(목) 자정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아래 우즈벡)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10차전 경기가 펼쳐진다. 우즈벡과 경기는 길었던 최종 예선을 마무리하고 월드컵 본선행 국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다.

현재 한국은 승점 14점(4승 2무 3패)으로 A조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상대 우즈벡은 승점 12점으로(4승 5패) 4위에 위치 중이다. 9차전을 통해 3위에 등극한 시리아와 1위이자 이미 본선행 티켓을 차지한 이란의 경기 결과도 중요 변수다. 먼저 한국은 시리아가 이란에게 승리하지만 않으면 우즈벡을 상대로 무승부 이상의 결과만 얻어도 자력으로 러시아로 향할 수 있다. 한편 우즈벡은 승리하지 않는 이상 2위 탈환이 불가능하고 무승부 혹은 패배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3위 등극에도 어려움이 많기에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최근 한국보다 더 큰 부진에 빠진 우즈벡이지만 한국전을 앞두고 전의를 새롭게 불태우고 있다. 우즈벡의 핵심이자 주장인 오딜 아흐메도프는 "이번에도 한국에 진다면 우즈벡 대표팀을 기억에서 지우겠다"며 사생결단의 의지를 밝혔다. 매번 한국에게 밀려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던 한(恨)을 이번 기회를 통해 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즈벡처럼 자신의 대표팀 경력 전체를 건 선수가 없다고 해서 한국이 우즈벡보다 이 경기에 대한 간절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에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수치화해서 나타낼 수는 없지만 한국 대표팀에게도 반드시 월드컵에 진출해야 할 이유가 존재한다. 한국에게 우즈벡과 경기는 많은 것이 걸린 경기다. 오히려 '도전자'인 우즈벡보다 '지키는 자'인 한국에게 이 한 판이 가지는 의미가 더 클지도 모른다.

60년이 넘는 월드컵 도전의 역사

한국은 아시아 축구 월드컵 도전기에 대해 논할 때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국가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국가는 1938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한 인도네시아이지만, 독립된 아시아 국가가 처음 월드컵에 진출한 경험은 1954 스위스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이 최초다.

한국은 처음 참여한 월드컵 본선에서 헝가리에게 0-9, 터키에게는 0-7의 참패를 당했다. 점수 차이가 많이 나긴 했지만 당시 헝가리는 월드컵 전에 열린 평가전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7-1로 격파한 당대 세계 최고의 팀이었다. 굉장히 열악한 상황 속에서 헝가리에게 9골만 내준 것은 대단한 기록이었다.

아팠지만 의미 있었던 스위스에서 기억을 끝으로 한국 대표팀은 한동안 월드컵 무대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기다림의 시간은 꽤나 길었고, 32년 만에 1986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하며 월드컵 도전사를 다시 이어갔다. 마치 유럽의 독일이 그러하듯 한국은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모든 월드컵에 나서며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란 쾌거를 이뤘다. 자국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를 일궈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원정 첫 16강 진출이란 업적도 세웠다.

그 사이 한국은 자타공인 월드컵의 단골손님이 됐다. 여전히 월드컵 무대에서 약체인 것은 사실이지만, 웬만한 유럽의 국가보다 월드컵 본선 경험이 많은 한국은 만나기 껄끄러운 상대가 됐다. 일본이 아시아 무대에서 영향력을 한국 이상으로 키워나가고 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만큼은 한국의 위상이 일본을 앞선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한국은 부정할 수 없는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국가다.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에서 세운 최초 혹은 최고의 기록 대부분이 한국의 몫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8회 연속 월드컵 진출 기록은 세계적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연속 진출 횟수의 숫자가 큰 국가는 다섯 국가 뿐이다.

즉, 한국은 오랜 기간 쌓아온 귀중한 기록을 이번 우즈벡전에서 걸고 싸운다는 의미다. 그 어떤 경기보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기에 대한 가치를 높게 책정하는 한국이기에 월드컵 진출 실패는 한국 축구에게 상당한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신태용호는 선배들이 세운 금자탑을 유지하느냐 무너뜨리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무너진 팬들의 신뢰 회복

한국 축구는 지난 몇 년 사이 롤러코스터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계바늘을 잠시 6년 전으로 돌려보자. 박지성과 이영표가 주축이었던 조광래호는 카타르에서 열린 2011 AFC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우승을 놓친 것은 아쉬웠지만, 공격적인 경기 운영과 구자철·지동원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대회에 성과였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의 혁신적이지만 난해한 전술과 선수 기용은 금세 도마에 올랐다. 불안했던 조광래호의 항해는 일본에게 0-3 패배를 당한 '삿포로 참사'로 치명타를 맞았고, 2014 브라질 월드컵 2차 예선 레바논 원정에서 1-2 패배를 허용하며 침몰했다.

후임 감독이었던 최강희 감독이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 승리로 반등하는듯 했지만, 시한부 감독이었던 최강희 감독의 한계는 명확했다. 답답한 경기의 연속 끝에 최강희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 티켓 확보를 끝으로 떠났다. 해결사로 나섰던 홍명보 감독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 준비 기간이 짧긴 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철저한 실패와 무수한 논란 속에 경질됐다.

이어진 한국인 감독의 실패의 반대급부로 데려온 외국인 감독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준우승과 압도적인 월드컵 2차 예선 성적으로 분위기를 바꿔냈다. 하지만 최종 예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결과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6년이란 기간 동안 한국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기대감보다 실망감의 크기가 컸다. 한국 축구 팬들은 아직도 6년 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을 그리워할 정도다. 이처럼 한국 축구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 진출 실패는 곧 대표팀의 붕괴를 뜻한다.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국가대표팀에게 국민들이 등을 돌린다면 한국 대표팀은 존립 자체를 크게 부정 받을 수 있다. 최근 대표팀 주장인 김영권의 다소 경솔했던 인터뷰도 공개되면서 팬들의 분노 수위도 높은 상태다. 우즈벡전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대표팀이 어떤 위치에서 존재하게 될 지 결정짓는 경기가 될 것이다.

아시아 호랑이로서의 자존심

한국 축구의 위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한국의 별칭은 역시 '아시아의 호랑이'다. 앞서 언급한 화려한 월드컵 진출 역사가 한국 축구의 최대 치적이다. 아시안컵에서는 한동안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두 대회에서 3위·준우승의 연속 성과를 거뒀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위상을 되찾았다.

그럼에도 최근 아시아의 호랑이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도 문제였지만, 러시아로 향하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크게 떨어졌다.

일단 한국이 항상 제물로 삼아오던 중국에게 패한 것이 한국 축구 자존심에 큰 손상을 가했다. 2010년에 중국에게 당했던 첫 패배와는 차원이 달랐다. 당시에는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한 측면이 강했던 반면 이번 최종 예선 6차전에서 당한 패배는 전력으로 임했음에도 패했기에 충격이 컸다.

 축구대표팀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이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잇따라 치뤄진 시리아와 홈 경기도 굴욕적이었다. 시리아는 객관적으로 모든 면에서 한국에게 밀리는 국가다. 한국은 원정길에 오른 약체 시리아가 수비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리아는 오히려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국을 곤경에 빠뜨렸다. 후반전에 수비수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은 시리아가 한국 축구가 아시아 축구에서 지닌 아우라에 도전하는 모양새였다. 적어도 그 경기에서는 한국보다 시리아가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보이지 않는 힘'이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 한국을 상대로 카타르도 도전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결국 한국은 카타르에게 33년 만에 패하며 무너졌다. 6만 명이 넘는 팬들이 경기장에 운집해 지지를 보냈던 이란과 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서 이란과의 천적 관계를 바꾸는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즈벡전이 패배로 끝난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앞으로 한국을 만만하게 볼 것이 눈에 훤하다. 그동안 다른 국가 입장에서는 부진해도 월드컵 본선에는 향하는 한국은 최종 예선에서 만나기 싫은 상대였지만, 이번 최종 예선을 계기로 틈이 생기면 그들은 한국을 좀 더 여유롭게 맞이할 공산이 크다. 아시아의 호랑이로서의 자존심이 우즈벡과의 이 한 경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즈벡과 최종전은 최종 예선 일정이 공개된 직후부터 가장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부정적인 예상을 딛고 조기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한국 축구의 많은 부분이 걸린 우즈벡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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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전 운명의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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