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출연한 설경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 출연한 설경구. 인터뷰 도중 잠시 전작인 <불한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쇼박스


배우 설경구는 영화계에서 그만의 인간미로 동료 및 스태프들의 마음을 얻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연기력과 별개로 현장과 일상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주변을 챙기며 '따뜻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 때문인지 설경구와 작업을 안 해본 스태프는 있어도 한 번만 보고 마는 스태프는 없다는 말이 돌 정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설경구는 여전했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나눈 대화가 생각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 얽힌 사연에 관해 물었다. 특히 임시완이 최근 입대를 했기에 두 사람만의 사연이 궁금했던 차였다. 해당 작품에서 처음 만난 설경구와 임시완은 칸 영화제 상영 당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며 현지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덕후가 생기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한 장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로 설경구와 임시완은 처음 호흡을 맞췄다. ⓒ CJ엔터테인먼트


<불한당>으로 생애 첫 칸 영화제 공식 부문 초청의 영광을 안기도 했지만, 골수팬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배우 입장에서 신기한 일이었다. '불한당원'이라 불리는 관객들과 함께 특별 상영회를 했고, 지난달 18일엔 700명의 팬과 설경구 자신의 출연작을 함께 보는 행사도 했다.

영화인들이야 그렇다 쳐도 왜 이렇게 팬들이 설경구에 열광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날 왜 좋아하시나 물어볼 수도 없고!"라고 웃으며 답한 설경구는 "<불한당>을 보시다가 그 관심이 저에게까지 온 거 같다. 감사할 따름"이라 담백하게 말했다.

"그분들에게 왜 그러세요? 라고 할 순 없지. 아, 그 상영회 때 '이게 무슨 일이래요?' 물어는 봤는데 그냥 함성을 질러 주시더라. 힘이 많이 난다. 안 외로운 기분이랄까. 그간 많이 외로웠을 수도 있는 흐름이었는데…."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 임시완 등과 설경구는 꾸준히 연락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 7월 11일 입대일 설경구가 임시완의 '이발 현장'을 찾아갔다는 사실. "입대하는 날에 머리 자른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급습했다"며 "사진도 찍어놨다"고 웃으며 밝혔다.

"머리 자른 사진은 시완이가 제대할 때쯤 풀기로 했다(웃음). 벌써 시완이에게 전화가 두 번 왔다. 훈련소 퇴소할 때랑 외박 나왔을 때. 벌써 퇴소했냐고 물었는데 시간이 진짜 안 간다면서 서러워하더라. 뭐, 난 그 친구가 군대가는 것도 다 지켜봤지. 손 흔들며 잘 들어가라고 했었다."

<불한당>에 대한 애잔함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레드카펫 행사 사진.

지난 5월 칸영화제 현지에서 진행된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레드카펫 행사. ⓒ CJ엔터테인먼트


칸 영화제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설경구 감독은 변성현 감독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변 감독이 SNS에 올린 일부 글이 여성 및 특정 지역 비하, 대통령 후보 비하라는 누리꾼들 지적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기 때문. 이 글로 변성현 감독은 감독의 축제라고도 불리는 칸영화제에 끝내 참석하지 않고 자숙 기간을 가졌다. 설경구는 공개 인터뷰 자리든 사석에서든 변성현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변성현 감독과 종종 술을 마셨지. 칸에서 공식 상영할 때 박찬욱 감독님도 영화를 봤었거든. 그 일로 너무 의기소침해졌기에 힘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던 때 변 감독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사실 배우들은 함께 칸에 가자고 했었다. 변 감독 일생에 또 언제 칸에 가보겠냐고 농담도 섞으면서 말이지.

결국, 변 감독이 안 오는 거로 결정했고 너무 아쉬웠다. 영화제 후반부로 갈수록 변 감독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영화제 책자에 담긴 변성현 감독 사진에 배우들 사인을 받아서 건네줬다. 뭔가 기억은 남겨야 할 거 같아서."

대수롭지 않은 듯 "책자를 변 감독에게 툭 하고 던져줬다"고 말했지만, 이는 섬세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선물이다. 이 지점에 설경구의 매력이 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소중하게 간직하려는 그의 삶의 태도가 요즘 들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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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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