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이 연기하는 모습

김하늘이 연기하는 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평창을 향한 열정을 불태운 중학생 소녀는 이젠 어엿한 다크호스가 됐다. 피겨 국가대표 김하늘(평촌중)을 두고 하는 얘기다. 불과 1년 6개월여 전 주니어 세계선수권 귀여운 쿵푸팬더를 연기하며 톱10에 진입한 것이 엊그제인데, 이젠 올림픽을 보며 작은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니어 최연소 참가자인 이 소녀가 보여준 잠재력은 피겨 팬들을 더욱 설레게 만들며 다가오는 겨울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막내가 일으킨 평창 향한 기적

김하늘의 잠재력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빛을 내고 있다. 지난 7월 말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 1차 선발전'에서 선배 언니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평창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가 돼서, 이 선발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어요. 결과가 좋아서 너무 기뻤지만, 아직 2,3차 선발전이 남았기에 더욱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도전하게 된 동계올림픽. 첫 전지훈련의 의미는 올림픽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임과 동시에 올림픽을 위해 시니어로 올라와 본격적인 시니어 선수 생활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미국 LA 전지훈련을 2주간 다녀왔어요. 스케이트를 탄지 6~7년 정도 됐는데 전지훈련은 처음이었죠. 시니어와 주니어의 가장 큰 차이는 스케이팅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지훈련을 통해서 그런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녀를 지도하고 있는 오지연 코치는 "여름 때 우리나라와 동남아지역 빙질이 너무 좋지 않은데, 미국의 경우 빙질이 상당히 좋다. 빙질로 인해 스케이팅 훈련에도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좋은 환경에서 배울 수 있었기에 의미가 컸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시니어로 올라오자마자 김하늘은 국제대회에서도 낭보를 전했다. 선발전을 치른 뒤 출전한 '필라델피아 트로피' 챌린저 대회에서 김하늘은 쟁쟁한 미국 선수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180점대의 개인 최고기록을 내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김하늘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통틀어 점프에서 단 한차례 실수만 있었을 뿐 침착하게 연기를 마쳐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제가 B급대회에 출전했던 이유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 출전하기 위한 최소 기술점을 따기 위해서였어요. 거기에만 의의를 두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뻤어요. 잘하고자 하는 것보다 제가 연습한 것만큼만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는데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였죠. 현재 10월말에 있는 '아이스스타'라는 챌린저 대회도 신청해 놓은 상태인데 한 번 정도 더 국제대회에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올림픽을 앞두고 시도한 '변신'

김하늘은 올림픽을 앞두고 과감한 변신도 시도했는데, 바로 서정적인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키가 150cm 정도로 또래 피겨 선수들과 비교해 봐도 다소 작은 체구를 지닌 탓에 이 소녀는 항상 귀여우면서도 신나는 댄스 음악을 바탕으로 한 연기를 많이 선보였다. 하지만 시니어를 앞둔 김하늘의 선택은 보다 여성적인 음악으로 관중들과 호흡하는 것이였다. 그 결과 탄생한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이 <맘마미아>였다.

"작년에 프리 프로그램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였는데, 서정적인 음악을 처음 시도해본 것이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난 비슷한 서정적인 음악을 프리스케이팅으로 고르게 됐어요. <맘마미아>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곡이고 울컥한 마음이 많이 들게 되는 음악이에요. 대중들에게도 제가 해내는 슬픈 표현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김하늘은 평소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선수로 유명하다. 특히 프로그램 마지막에 선보이는 레이백 스핀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정도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항상 최고점수를 받는다. 또한 점프에서도 김하늘은 실제로 국제대회 연결 트리플 점프인 트리플토룹과 트리플루프를 모두 인정받은 바 있다.

"평소 훈련을 할 때 최대한 집중해서 '짧고 굵게' 하자는 주의에요. 자신있는 것은 앞 점프에서 어떻게 착지해도 뒤에 콤비네이션 점프를 붙일 수 있다는 것?(웃음). 이번 선발전에서 쇼트프로그램 도중에 실수가 나와서 트리플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했는데, 이 점프는 작년 동계체전 이후로는 연습을 하지 않았던 점프였어요. 물론 결과는 심판 분들이 채점 하시는 거지만, 어떻게든 붙여낼 수 있다는 거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오 코치는 "하늘이의 점프가 높은 편이다. 스피드가 빠르고 회전이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아직 어리다보니 스케이팅과 표현력을 많이 길러야만 한다. 사실 부츠문제로 인해 점프 연습을 많이 하진 못했지만, 필라델피아 대회에서 스케이팅이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많이 올라온 느낌이었다. 비시즌 동안 프로그램에 대한 안무와 표현을 주문을 많이 해왔다"고 덧붙였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 김하늘

 KB금융 피겨 유망주 장학금 전달식에서 김연아(뒷줄 네번째)와 피겨 선수들의 모습. 아랫줄 맨 가운데 검은색 원피스를 앞은 선수가 김하늘

KB금융 피겨 유망주 장학금 전달식에서 김연아(뒷줄 네번째)와 피겨 선수들의 모습. 아랫줄 맨 가운데 검은색 원피스를 앞은 선수가 김하늘 ⓒ 올댓스포츠


그녀 역시 롤모델은 단연 '피겨여왕' 김연아이다. 불모지에서 태어나 모든 역경을 딛고 결국 올림픽 챔피언이 된 김연아는 김하늘에게도 동경의 대상이다. 지난 선발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김연아에게 평창 마스코트 인형 선물을 받은 것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2010년 동계올림픽을 봤는데 그 전까진 사실 피겨를 몰랐어요. 그런데 연아언니의 연기 모습이 너무 멋있었죠. 이후에 연아언니의 어렸을 적 영상부터 그때까지의 영상을 모두 봤어요. 올림픽 시상대에 가장 위에선 선 연아언니를 보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실제로 김하늘은 6살 때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리며 밖에서 줄넘기 2, 3단을 뛸 정도로 흥미를 지녔다고 한다), 점프도 뛰어보고 싶었고요. 언니처럼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를 통해 얻은 성취감이 굉장히 크단 것도 느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경기도 안양 어느 링크에서 방학 특강을 통해 발을 디딘 피겨스케이팅은 지금껏 이 소녀를 울고 웃게 만든 장본인(?)이 됐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어느덧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대표 2년차 선수로 성장했다.

"사실 피겨라는 운동이 호락호락한 운동이 아니거든요. 성장하면서 몸도 변하고 그러다보면 점프도 잘 안되고 그만 두고 싶었던 때도 많았죠. 하지만 어머니께서 나약해 질때마다 항상 잡아주셨어요. 선생님도 그러셨고, 주변 친구들이 많은 위로가 돼 줬죠. 태릉에선 항상 일정한 시간에 같은 대표 탈 수 있어 참 좋아요. 평소에는 항상 친하게 지내지만, 연습 때나 시합 때는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있거든요. 즐겁게 그리고 항상 동기부여를 받으면서 탈 수 있어요."

오 코치는 작은 소녀를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오 코치는 "자기 운동을 참 열심히 하는 선수다. 스핀은 어렸을 적부터 개인적으로 많이 훈련을 해와서인지 탁월하다. 갖고 있는 능력이 워낙 많은 아이다. 스핀 덕에 점프 회전력도 빠르고, 그것 덕에 심판들이 하늘이를 많이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느 덧 꿈의 무대인 평창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만약 김하늘이 대표로 선발된다면, 평창에 나서는 대한민국 선수단 중 가장 어린 선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직 두 개의 큰 산이 남아있지만 이 야무진 소녀는 '최선'을 강조하며 눈을 반짝였다.

"아직 얘기하긴 너무 이르지만, 만약 올림픽 대표가 된다면 믿고 기회를 주신거니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일단 부담감은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 종합선수권때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경기장에서 타봤는데, 제가 딱 좋아하는 무른 빙질의 링크였고 분위기도 규모도 정말 차원이 달라서 너무 좋았어요. 그곳에서 꼭 연기를 하고 싶어요. 김하늘이란 선수가 '매 대회마다 열심히 하는 선수, 최선을 다하는 선수', '김하늘 쟤하면 정말 열심히하는 애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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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하늘 프로필
이름: 김하늘, 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생년월일: 2002년 4월 11일
소속: 평촌중 3학년
코치: 오지연
올 시즌 프로그램: 쇼트-영화 피아노 OST / 프리-맘마미아 OST
주요 대회 경력:
1. 2017 필라델피아 트로피 챌린저 대회 동메달 (개인최고기록 180.41점)
2.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 1차 선발전 2위
3. 2017 피겨 종합선수권 8위
4. 2016-2017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2차 5위
5. 2016 세계 피겨 주니어 선수권 9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김하늘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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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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