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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과학실무사.
 김혜순 과학실무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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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암모니아를 희석하다가 코가 뚫어지는 줄 알았지요. 약에 중독될까봐 운동장을 한 바퀴씩 돌고 오기도 했어요."

주름진 얼굴, 마른 체형을 가진 김혜순(60) 서울신천초 과학실무사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만졌다. 그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무렵 어려웠던 일들을 떠올렸으리라. 지난 18일 오전 서울 신천초 과학실에서다.

17년 한 학교에서 근무, 더 오래 일한 사람 없다

2000년 9월 20일. 김 실무사가 이 학교에 첫 출근한 날이다. 2017년 8월 31일. 김 실무사가 이 학교에서 정년퇴임하는 날이다. 학교생활 17년. 여기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통틀어 그보다 더 이 학교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은 없다.

김 실무사야말로 신천초의 역사인 셈이다. 김 실무사는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정규직만 받을 수 있던 교육감 표창을 비정규직이 받기 시작한 것도 거의 지난해부터다.

이 학교는 과학실이 모두 두 개다. 일주일 동안 과학실에 배정된 수업시간은 모두 42시간. 교육과정에 맞춰 물리, 화학, 생물, 자연과학과 관련된 실험기구를 준비하는 것이 김 실무사의 일이다.

"선생님들과 사전 실험을 한 뒤 아이들이 내가 준비한 실험도구로 실험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껴요."

이 학교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에 낸 '김 실무사의 미담사례' 글에서 "안전사고가 없는 실험 교구로 대체하는 등 항상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신경을 써주셨다"면서 "치즈 만들기와 같이 학생이 직접 먹게 되는 실험의 경우, 면포와 집기병 등을 일일이 모두 끓여서 소독하시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라고 적기도 했다.

김혜순 과학실무사.
 김혜순 과학실무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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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무사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험 전후 청소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걸레질을 하다가 과학실 탁자 위에 있던 깨진 유리에 손을 다친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학교비정규직 17년, 그가 '희망의 눈물'을 흘린 까닭

그런데 김 실무사는 학교비정규직이다.

그의 17년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좋았지만, 과거엔 개인 심부름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누가 어떤 심부름을 시켰느냐'고 물으니 김 실무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해마다 학교장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 몸이다 보니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 실무사는 "몇 년 전부터 교육공무직이 되면서부터는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손사래를 쳤다. '힘들었던 옛일'을 손으로 날려버리기라도 할 듯이...

교육공무직은 초중고에서 교육,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이다. 몇 해 전부터는 해마다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도 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과학실무사·전산실무사·교무행정·교무실무사·조리사 등 학교회계직 직원이 바로 그들이다.

2016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만2000여 개 초중고에서 일하는 학교 회계직은 모두 14만1173명이다.

이들은 학교 정규직과 함께 하루 8시간을 일해도 월급은 이들의 절반도 안 되는 150만 원 정도 받는다. 연차가 올라도 월급은 거의 바뀌지 않는데, 경우에 따라 한 해 3만원 정도씩 오르기도 한다.

"요즘엔 암모니아도 희석되어 나오고, '화산폭발' 같은 위험한 실험도 없어졌지요. 우리 사정도 나아졌어요. 더욱 큰 희망이 보이는 것이지요. 새 정부가 생기고 정규직이 될 가능성도 커졌잖아요."

문재인 정부 교육부는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 계획은 오는 9월초 발표된다. 김 실무사와 같은 학교회계직 직원 등도 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그 동안 고생이 많았는데, 이제 퇴임할 날이 다가 온다'는 말을 던졌다. 이 말을 들은 김 실무사는 갑자기 눈언저리가 붉어지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

"이제 나는 비정규직으로 퇴임하지만..."

김혜순 과학실무사.
 김혜순 과학실무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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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옛날에는 '사람대접 받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죠. 이제 나는 퇴임하지만 후배들이 정규직이 되는 게 제 소원이에요."

학교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무엇이 좋아지는 것일까? 김 실무사는 "존중하고 존중받는 것이 바로 교육인 것 같다"면서 "국가가 우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를 존중해주는 일이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갖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학교비정규직 후배들에게 하고픈 말을 해 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김 실무사의 부탁이다.

"정규직 곧 될 것 같으니까 힘을 내고, 꾀부리지 않고 싫은 소리 듣지 않는 사람들 됐으면 좋겠어요. 17년이 짧은 세월은 아닌데 어느덧 훌쩍 지나갔네요. 나를 웃으며 일할 수 있게 해준 지금의 학교 교직원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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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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