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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관련 기사에서 빠지지 않은 말이 '두 개의 백년'이다. 하나의 백년은 1921년 7월 창건한 중국 공산당이 백번째 생일을 맞는 2021년 7월이고, 다른 하나는 1949년 10월 1일 공산당이 중국을 통일한 지 백년이 되는 2049년 10월이다. 앞 백년은 이제 4년이 남았고, 뒤 백년은 32년이 남았다.

먼저 다가오는 2021년 100년의 꿈은 흔히 샤오캉(小康)을 만드는 것이다. 맹자의 말에서 유래한 샤오캉 사회는 국민 모두가 기본적인 풍요를 누리고, 소외된 계층이 없는 말이다. 이후 2049년 완성되는 두 번째 백년은 '중국의 꿈'(中國夢)이 실현되는 사회다. 중국의 꿈은 세계 최고의 선진국가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두 개의 꿈을 주도하는 지도자가 시진핑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금년 11월 중순 5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시진핑은 자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차기에 자신의 사람들이 중심이 된 상무위원회를 구성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덩샤오핑이나 장쩌민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시진핑을 이해하는 것은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 시진핑의 정치적 단초는 어디에서 찾을까. 필자는 시진핑 이해의 근본적인 공부는 중국 공산당의 탄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1913~2002)은 중국 혁명 원로였다.

시진핑은 어린 시절부터 중난하이에 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았다. 그리고 그들의 역학관계에서 벌어진 문화대혁명이라는 곤란한 시절을 겪었다. 또 스스로 그 환경을 극복해가는 법을 배웠고, 지도자가 되는 방법을 찾아서 껑바오의 비서라는 직을 버리고, 지방으로 향했다. 시진핑의 행보를 보면 누구보다 마오쩌둥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런 점에서 마오쩌둥에 대한 이해는 중국 이해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다.

현이섭의 <중국지>(인물과 사상사 펴냄)는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중국 공산당의 탄생에서 문화대혁명이 끝나는 시점까지 중국을 섬세하게 그려준 역작이다. '중원축록', '건국대업', '대란대치' 3권으로 합치면 1200페이지 가량의 이 책은 '삼국지'나 '수호지'를 닮은 제목처럼 숨 막히는 힘의 향연이 펼쳐지는 중국 근현대사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이 마오쩌둥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 아편 중독자에서 중국 최고의 군인이 된 '주더'는 주연급 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펑더화이, 린뱌오, 덩샤오핑 등은 물론이고 장제스, 장쉐량 등 수많은 인물이 세권을 장식한다.

미약한 공산당의 시작

공산당의 탄생부터 성장까지를 다뤘다
▲ 중국지 상편 공산당의 탄생부터 성장까지를 다뤘다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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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7월 23일 밤 8시 상하이 리한쥔의 집에서 열린 작은 회의가 100년 후 세계사에서 중요할 정도의 가치를 지닌 다는 것을 알아차릴 사람은 없었다. 바로 중국공산당 1차회의가 열린 것이다. 장궈다오가 주석이 되고, 젊은 마오쩌둥은 기록을 맡았다.

이렇게 탄생한 중국 공산당은 당시만 해도 미미한 힘에 지나지 않았다. 1924년 국민당이 1차 국공합작을 한 것도 작은 변방세력이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공산당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1927년 4월 12일 상하이 쿠테타를 통해 대대적으로 공산당을 처형했다. 하지만 시련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해 8월 1일 난창봉기를 시작으로 광저우 코뮌 등이 발생한다.

그다지 존재감이 없던 마오쩌둥과 주더, 허롱, 류보청, 린뱌오 등이 징강산을 중심으로 한 소비에트에서 만나면서 힘을 축적한다. 하지만 정식 군대를 갖지 못한 홍군은 초반기 고전한다. 특히 중국 현실을 모르는 외국인 군사고문과 정치위원들의 오판으로 창사성 전투에서 참패하는데, 국민당은 1930년부터 소비에트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포위전을 시작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우세한 전력을 가진 국민당과의 싸움은 공산당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1934년 국민당군은 루산회의에서 100만명으로 공산당을 포위한다는 소식이 있자, 보구, 리더, 저우언라이 3인단은 장정을 결정한다.

1934년 10월 10일 밤 장정군은 긴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샹장 전투의 패배로 한달만에 8만6천명의 홍군이 3만으로 줄어든다. 1935년 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있었던 쭌의 회의는 홍군의 리더가 서양인 군사고문들에서 마오쩌둥 등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로써 중국 공산당은 초년기에서 청년기로 들어선다. 이후 홍군은 국민당과의 군사대결이라는 외부적 어려움과 장궈다오의 분열 등을 겪지만 장정 출발 1년만에 샨시성 옌안 지역에 도착하면서 성공적으로 장정을 마친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의 출구는 예상 밖에 장소서 나왔다. 1936년 12월 12일 장쉐량이 시안을 방문한 장제스를 감금하는 시안사변이 일어난 것이다. 이 협상과정에서 2차 국공합작이 체결되고, 중국 공산당은 내부적 위험에서 벗어나 항일전쟁과 세 불리기에 숨통이 트인다.

중국의 건국과 이후 시작된 갈등이 중심이다
▲ 중국지 중편 표지 중국의 건국과 이후 시작된 갈등이 중심이다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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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건국대업은 일본의 패망과 함께 시작한 국공내전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일본의 패망을 하루 앞두고 장제스는 마오쩌둥에게 충칭에서 만나 종전 이후를 대비하자는 회담을 제안한다. 절대적 힘을 가진 항우가 세가 약한 유방을 불러서 잔치를 벌인 홍문연(鴻門宴)을 닮은 이 회담에 마오쩌둥이 응한다.

국민당 비밀정보조직책 다이리의 마오쩌둥 암살시도가 있었지만 홍문연처럼 마오쩌둥은 살아서 옌안으로 복귀한다. 거기에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 등이 출간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은 높아진다. 반면에 국공내전의 초반기는 당연히 숫적이나 무기, 외교적 역량에서 앞선 국민당이 유리했다.

하지만 공산당은 동북전장과 화이하이 전장에서 승리하며 서서히 지역을 넓혀간다. 군인의 숫자도 서서히 좁혀지면서 대세가 변화하는 추세가 뚜렸해진다. 그리고 1949년 3월 23일 마오의 일행은 시바이포를 떠나 베이징에 무혈입성한다. 이후 난징 수복 등이 이뤄지고, 1949년 10월 1일 중국 공산당의 건국이 완성된다.

그리고 곧바로 닥친 것이 한국전쟁이다. 초반기 중국 공산당의 대부분이 참전을 반대하지만 펑더화이가 마오쩌둥을 지지하면서 한국전 참전이 결정된다. 이 전쟁에서 마오쩌둥은 유일한 아들인 마오안잉을 미군 폭격으로 잃는다. 외부 전쟁이 끝나자 내부에서는 마오쩌둥의 뒤를 이을 지도자를 놓고 다양한 혈투가 벌어진다. 이 혈투는 류샤오치, 가오강, 린뱌오, 장칭, 덩샤오핑, 화궈펑 등으로 복잡하게 계속된다.

승리 후에 찾아온 위기

문화대혁명부터 덩샤오핑의 등장까지 숨막히는 갈등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 중국지 하편 문화대혁명부터 덩샤오핑의 등장까지 숨막히는 갈등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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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혈투 속에서 희생자들이 나온다. 루산회의를 통해 펑더화의가 낙마하고, 이후 류샤오치를 비롯한 세력이 밀려난다. 문화대혁명이 시작하면서는 한층 더 비참해져 대부분의 혁명 원로들이 4인방에 밀려서 위기에 빠진다. 그나마 힘이 있는 저우언라이가 병에도 불구하고 버티면서 균형을 맞추어가는 게 희망이었다.

당대 명장 중에 하나였지만 문혁을 주도했던 린뱌오가 마오쩌둥을 밀어내려다 발각되어 1971년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후 장칭 등 4인방이 세력을 잡으려 힘쓰지만 큰 힘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1976년이 온다. 1월 저우언라이를 시작으로 주더가 죽고, 당산대지진이 일어난다. 그리고 9월9일 마오쩌둥이 영면한다. 이후 벌어진 권력 쟁투에서는 원로의 지지를 얻는 덩샤오핑이 화궈펑을 밀어내고 힘을 얻는다.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책에는 숨막히는 중국 정치의 부침이 있다. 삼국지를 버금가는 수많은 실존 인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지나간다. 이 속에는 많은 우리 선조들도 나온다. 15군단 75사단 참모장으로 황허 도하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목숨을 잃은 양림과 부인 이추악을 비롯해 공산당에 포대를 완성한 무정 장군이 군인의 대표다. 반면에 음악가 정율성을 비롯해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김산이나 한락연 등도 이 전쟁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이다.

저자는 이야기의 근간이 된 책들을 꼼꼼히 기록해뒀다. 가장 중심이 된 책은 중앙문헌출판사에서 낸 '모택동생평전기록'이다. 거기에 저우언라이, 펑더화이, 린뱌오, 류샤오치, 덩샤오칭, 장제스 등 주요 인물의 개인전기도 참고했다. 또 장정 관련 서적이나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 등 서양서적도 참고했다.

전체적으로 가장 놀라운 것은 전체적으로 오자나 흐름에 막힘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중국 현대사를 풀어냈다는 점이다. 여러 개의 사료가 있다보니, 자료간의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리없게 긴 역사와 인물을 재현한 것이 눈에 띈다.

100년 전에 시작된 중국 현대사가 뭐가 중요하는지를 묻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듯이 중국에게도 지난 100년의 역사는 현재의 방향타가 되는 중요한 기억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오판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난해 7월 8일부터 1년여 넘게 우리는 중국을 모르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 <중국지>에서 소개되는 우리 선조들의 적극적인 국제 관계에 대한 참여는 중국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나온 100년을 보면 앞으로의 100년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다. 그럼 점에서 현의섭의 <중국지>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을 이해하는 좋은 가이드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중국지 Ⅰ, Ⅱ, Ⅲ권 / 현의섭 지음 / 인물과 사상사 펴냄>



중국지 - 상 - 중원축록 편, 마오쩌둥과 중국 혁명 평석, 개정판

현이섭 지음, 인물과사상사(2017)


태그:#중국지, #현이섭, #중국, #마오쩌둥, #덩샤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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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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