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무리' 자리에 돌아온 오승환이 41일 만에 세이브를 추가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승환은 19일(아래 한국 시각)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서 0.2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는 피츠버그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세인트루이스가 11-10으로 아슬아슬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에 기록한 19세이브와 타이를 이룬 오승환은 시즌 성적을 1승 5패 19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69로 끌어올렸다. 오승환은 세이브 하나를 더 추가하면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20세이브 고지를 밟게 된다. 역대 코리안 빅리거 중 시즌 20세이브 고지에 올랐던 선수는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2002년 36세이브)뿐이다.

 1세이브만 추가하면 오승환은 15년 만에 코리안 빅리거로서 시즌 20세이브 고지에 오르게 된다.

1세이브만 추가하면 오승환은 15년 만에 코리안 빅리거로서 시즌 20세이브 고지에 오르게 된다. ⓒ MLB.com


지난 시즌 개인 최다 19세이브와 타이 기록

지난 시즌 아시아 야구를 평정한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선수는 세인트루이스의 기존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이었다.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4년 45세이브, 2015년 48세이브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마무리로 이름을 날리던 로젠탈에게 졸지에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경쟁자인 오승환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탓인지 로젠탈은 지난해 6월까지 2승 3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5.00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7월부터 셋업맨 오승환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줬다. 2승 4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마무리 등극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낸 로젠탈은 올해 중반까지도 오승환에게 마무리 자리를 빼앗긴 채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5월까지 12세이브를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오승환이 6월부터 흔들리더니 급기야 올스타 휴식기 직후에 시즌 5번째 패배를 당한 것이다. 결국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과 로젠탈의 보직을 다시 변경했고 마무리로 돌아온 로젠탈은 7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과거의 위용을 되찾았다. 오승환 역시 10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벌였지만 로젠탈의 상승세를 따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8월 17일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1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4-2로 앞선 9회에 등판한 로젠탈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8개의 공만 던지고 강판된 것이다. 원인은 팔꿈치 통증이었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로젠탈을 10일 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고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자리는 다시 공석이 됐다.

로젠탈이 빠진 상황에서 '전 마무리' 오승환은 유력한 새 마무리 후보였지만 17일과 18일 경기에 연속으로 등판하며 세이브 기회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18일 피츠버그전에서 11-3의 큰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회 5점을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다. 매시니 감독은 3점 차로 앞선 9회 연투한 오승환 대신 맷 보우먼을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하지만 보우먼은 1사 후 연속 사사구 3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보우먼을 구원한 좌완 잭 듀크마저 조쉬 벨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이에 매시니 감독은 역전주자가 나간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오승환을 호출했다. 첫 타자 데이빗 프리즈를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잡아내며 피츠버그 공격의 흐름을 끊은 오승환은 아담 프레이저를 고의사구로 내보낸 후 엘리아스 디아즈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마무리지었다.

오승환은 3일 연속 등판, 그리고 역전주자가 나가 있는 1사 만루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웃카운트 2개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오랜만에 '파이널 보스'의 위용을 뽐냈다. 물론 오승환의 마무리 보직은 현 시점에서 로젠탈의 복귀 전까지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남은 시즌에도 얼마든지 세인트루이스 불펜의 요직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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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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