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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 논란 직후인 지난 2013년 11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 당시 그는 "내 희생으로 종북몰이 끝낸다면 기꺼이 감옥에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보법 위반' 논란 직후인 지난 2013년 11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 당시 그는 "내 희생으로 종북몰이 끝낸다면 기꺼이 감옥에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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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랑 제대로 싸워보려고 했는데, 아쉽습니다."

3년 9개월 만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벗은 박창신 신부(75)에게 소감을 묻자 돌아온 의외의 답이다. 최근 검찰은 박 신부의 '연평도 발언'이 명백한 이적동조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매카시즘 광풍'이 연상될 정도로 휘몰아친 이 사건의 시작은 전라북도 군산 수송동 성당이었다. 박 신부는 2013년 11월 22일 열린 시국미사에서 보수 정부 아래 거세지는 '종북몰이'를 비판했다.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고조시켜 내부 정치에 악용한다는 게 강론의 큰 틀이었다. 그 연장선장에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했는데, 보수단체는 이 발언만 딱 잘라 문제 삼았다.

"NLL(서해 북방한계선),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을 계속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

대통령까지 나서 부추긴 광풍... 박 신부 "무혐의는 당연한 결과"

지난 2013년 11월 25일  전북 전주 남노송동 천주교 전주교구청 앞에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회원들이 박창신 전주교구 신부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규탄하며 화형식을 벌인 모습.
▲ 어버이연합, 정의구현사제단 화형식 지난 2013년 11월 25일 전북 전주 남노송동 천주교 전주교구청 앞에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회원들이 박창신 전주교구 신부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규탄하며 화형식을 벌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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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보수 단체는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듬해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연평도에서는 박 신부 발언을 규탄하는 데모에 주민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반대편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블랙코미디'라며 반발했다. 로마교황청 공식 매체도 이 사건을 보도하며 우려를 표했다.

이후 수사를 맡은 전북경찰청이 몇 차례 소환 통보를 했지만 박 신부는 응하지 않았다. "강론 중에 한 이야기를 꼬투리 잡아 수사하는 건 종교 탄압"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지난 달 경찰로부터 '이제 마무리 짓자'고 연락이 왔고, 박 신부는 서면 조사에 응했다. "정권이 바뀌었고, 수사 담당자들도 많이 괴로워해 정의구현사제단과 상의해 내린 결론"이었다고 박 신부는 설명했다.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지난 16일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로 최종 결론 냈다. "강론의 전체를 보면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내용"이라는 지당한 이유였다. 떠들썩했던 당시 정국을 떠올린다면 다소 허망한 결론이다.

"무혐의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제가 북한과 연관된 게 없으니까요. 이번 서면 조사에서 이명박 정권 때 연평도 포격이 벌어진 건 종북몰이를 위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결과이고, 이게 '시대의 징표'라는 게 강론 취지였다고 답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만약 검찰이 날 기소했다면 제대로 싸워보려고 했는데, 싸움이 끝나버려서 아쉽습니다.(웃음)"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도 박 신부는 3년 9개월 전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보수단체가 화형식 퍼포먼스까지 벌이고, '종북신부'로 지목돼 마녀사냥을 당할 때는 내심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답은 역시 의외였다. "그런 거 많이 당해서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종교인과 시민들에게는 고마움을 표했다.

사건은 끝났지만 박 신부는 안도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종북몰이는 언론에서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강론을 계속 할 계획이냐고 묻자 그는 큰 목소리로 "당연하다"고 답했다.


태그:#박창신, #연평도발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검찰,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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