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시각) 오전 리버풀-호펜하임 경기에서 리버풀 제임스 밀너가 크로스한 골이 호펜하임 하바드 노르트베이트 몸에 맞고 들어가자, 제임스 밀너와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 기뻐하고 있다.

16일(한국시각) 오전 리버풀-호펜하임 경기에서 리버풀 제임스 밀너가 크로스한 골이 호펜하임 하바드 노르트베이트 몸에 맞고 들어가자, 제임스 밀너와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승점 60점 이상을 기록한 상위권(1위~7위) 팀과 맞대결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2016·2017시즌 EPL 우승팀 첼시를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고, 2위 토트넘(1승 1무), 3위 맨체스터 시티(1승 1무), 5위 아스널(2승), 7위 에버턴(2승) 등과 맞대결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상위권 팀 간의 상대 전적만 놓고 보면, 리버풀이 가장 좋았다. 두 번째로 성적이 좋았던 팀이 EPL 우승팀 첼시(7승 1무 4패)였으니, 리버풀이 강자 간의 만남에서 얼마나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리버풀의 2016·2017시즌 EPL 최종 순위는 4위였다. 마지막 38라운드까지 아스널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티켓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리버풀은 강등권에서 허우적거리는 팀을 상대로 상당히 부진했다. 개막전 아스널 원정에서 4-3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2라운드에서 번리에게 충격의 0-2 패배를 당했다. 번리전 패배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행진(7승 3무)을 달릴 때는 본머스에게 발목이 잡혔다. 2-0으로 앞서다 3-4로 뒤집힌, 충격적인 패배였다.

이후에도 꼴찌를 달리던 스완지 시티(2-3)와 홈경기에서 패했고, 헐 시티에도 무너졌다. 부진을 거듭하던 레스터 시티에도 승점 3점을 헌납했고,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크리스탈 팰리스에도 잔류의 희망을 안기는 승점 3점을 선물했다.

리버풀은 2015·2016시즌 8위에서 2016·2017시즌 4위로 올라섰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팬들은 리버풀에게 '의적풀'이란 씁쓸한 별명을 붙여줬고, 새 시즌에는 강자와 약자에게 모두 강한 팀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희망했다.

숨길 수 없는 리버풀의 '의적' 본능

지난 12일(이하 한국 시각), 리버풀은 왓포드 원정에서 2017·2018시즌 EPL의 시작을 알렸다. 리버풀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만큼, 승리가 기대됐다.

리버풀은 의적 본능을 버리지 못했다. 강등 후보인 왓포드에게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난타전 끝에 3-2로 역전에 성공했으나 후반 추가 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했다. 만만찮은 상대인 호펜하임(독일)과 UCL 플레이오프를 앞둔 시점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참 아이러니한 팀이다. 리버풀은 16일 오전 3시 45분 독일 진스하임 라인 넥카 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시즌 UCL 플레이오프 1차전 호펜하임 원정에서는 2-1 승리를 거뒀다. EPL 강등 1순위로 손꼽히는 왓포드를 상대로는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4위, 바이에른 뮌헨 다음으로 패배(4패)가 적었던 호펜하임 원정에서는 승리를 챙겼다.

리버풀은 경기 초반, 호펜하임의 강한 압박과 측면을 활용한 빠른 공격에 상당히 고전했다. 전반 10분에는 세르쥬 나브리의 순간적인 방향 전환 드리블을 막아섰던 데얀 로브렌이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그러나 시몽 미뇰레 골키퍼가 안드레이 크라마리치의 킥을 막아내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리버풀은 볼을 오랜 시간 소유하며 경기 속도를 늦췄고, 호펜하임의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성공했다. 특유의 강한 압박을 통해 중원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고,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사디오 마네를 앞세워 호펜하임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33분, 선제골이 터졌다. 상대 수비가 밀집한 공간을 마네가 뚫고 나오다 반칙을 얻어냈고, 18세 소년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환상적인 프리킥이 호펜하임의 골망을 갈랐다. 골문과 거리가 상당했지만, 알렉산더-아놀드는 수비벽을 살짝 넘긴 뒤 우측 골문 하단으로 빨려 들어가는 놀라운 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던 리버풀은 후반 28분,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중앙선 부근 프리킥 상황에서 빠르게 경기를 재개했고, 좌측면 뒷공간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제임스 밀너가 페널티박스 안쪽 진입 후 크로스 한 볼이 하바드 노르트베이트 가슴에 맞으며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펜하임은 후반 42분, 교체 투입된 마크 우트의 슈팅으로 만회골을 뽑았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강자에게 자비를 보이지 않는 리버풀이 만 29세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돌풍의 팀' 호펜하임을 적지에서 무너뜨리며, UCL 본선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리버풀은 홈에서 열리는 UCL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골 차 이상으로만 패하지 않는다면, 꿈의 무대 본선을 밟을 수 있다. 원정에서 2골을 터뜨렸기 때문에 2차전에서 0-1로 패하더라도 꿈의 무대 본선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2015·201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강등권을 전전하던 호펜하임은 2016·2017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RB 라이프치히와 달리, 알짜배기 선수 영입과 20대 젊은 지도자 나겔스만의 지도력을 앞세워 환상적인 시즌을 치러냈다.

이날 경험 부족의 약점을 드러내며 리버풀에게 무너지기는 했지만, 전반 초반과 후반 막판 보여준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기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리버풀은 포백 수비의 조직력이 완벽하지 않다. 중원을 거치지 않고, 후방에서 한 번에 넘어오는 볼 처리에 심각한 약점을 드러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돌아 뛰는 선수를 놓치는 모습이 많았고, 상대 공격수의 침투를 놓치는 장면도 여러 차례 있었다. 호펜하임의 만회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리버풀은 1차전 원정 승리의 우위를 이어나가며, 2차전 홈경기에서도 완벽한 승리를 일궈낼 수 있을까. 팬들에게 절망을 안기는 의적 본능을 떨쳐내고, 완벽한 강자의 모습을 갖춰나갈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제 막 닻을 올린 2017·2018시즌, 리버풀의 행보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리버풀 VS 호펜하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