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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대표를 맡은 황선씨는 미국의 내정간섭도 청산되어야할 적폐라고 밝히며. 통일 선봉대로 함께 한 시민들과의 여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 한반도 디톡스 행사를 설명해주시는 황선 시인 행사의 대표를 맡은 황선씨는 미국의 내정간섭도 청산되어야할 적폐라고 밝히며. 통일 선봉대로 함께 한 시민들과의 여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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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로데오 거리에서 만난 황선 시인은 맑고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이 땅의 내정에 간섭해온 미국도 청산되어야할 적폐라고 생각합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는, 더 분명하고 강력하게, 미국과의 관계를 바로 잡고 분단의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한반도 디톡스, 독소를 정화하고 해독하는 디톡스처럼 우리 한반도 안의 미국 독소를 없애보자는 뜻이에요. 우리 안에서도 북한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있을까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가 '한반도 디톡스'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꼬마 친구도 함께 해보실레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가 '한반도 디톡스'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신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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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앞둔 8월 13일, 수원역 로데오거리와 남측 광장에서는 미국를 바로 알고 남북문제의 해법을 생각해보자는 일명 '한반도 디톡스 (Detox. 독소를 빼내는 해독요법)'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흰 티셔츠에 멋진 파나마모자를 쓴 시민들은 남북문제와 통일에 관심을 갖고 온오프라인에서 꾸준히 만남을 이어온 '통일선봉대'였다. 종북몰이와 적대적 대북정책들로 인해 여전히 혐오와 조롱이 넘쳐나는 현실 앞에서, 담대하게 거리로 나온 이 사람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한반도 디톡스에 참가한 시민이 평화협정체결과 대북전쟁훈련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 피켓을 높게 든 시민 한반도 디톡스에 참가한 시민이 평화협정체결과 대북전쟁훈련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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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발대식을 가졌어요. 용산 땅은 1905년 이후 늘 외세가 차지해왔던 곳이에요. 수탈해가기 좋았던 곳이죠. 그 땅이 112년 만에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미군기지 반환은 알다시피 누더기 반환이에요. (영화 괴물의 탄생이 된)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은 잘 알려졌지만, 그 외 독성 물질로 이 땅을 오염시킨 사건들을 그 동안 많이도 숨겨왔다는 게 얼마전 드러났어요. 그 용산에서 미국이 남겨둔 우리 안의 독소들을 알리며 시작했어요. "

"이후 대구에 가서 사드배치반대 목소리를 함께 냈습니다. 김천과 소성리의 현지 주민들은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사드관련 지식들은 전문가만큼 박식해요. 모르고 있었던 미국과의 문제를 직접 겪고 나서는 생각들이 달라지고 있었어요. 사드배치를 늘리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을 듣고 더 분노하고 있었죠." 

로데오거리에 비해 한산했던 수원역 남측 광장에서도 미국의 문제를 제기한 도서 전시와 시낭송, 사드반대서명이 계속되었다.
▲ 수원역 남측광장에서도 열린 한반도 디톡스 행사 로데오거리에 비해 한산했던 수원역 남측 광장에서도 미국의 문제를 제기한 도서 전시와 시낭송, 사드반대서명이 계속되었다.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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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리본을 모자에 단 시인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부산 8부두에는 생화학 실험실이 있습니다. 세균전을 연구하던 곳이요. '쥬피터 프로그램'을 시민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탄저균을 실험하던 오산에 백신이 들어왔는데, 미군에게만 지급하였다고 합니다. 미국은 자기 나라에선 사막 한가운데에서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시민들 곁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어요. 이런 미국의 문제는 정부의 태도 문제에요. 우리는 부산의 미 영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광주로 갔습니다. '체로키 문서' 들어보셨죠? 광주항쟁에 북한군 개입 없었다는 것을 밝히는 비밀문서요. 그동안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온 적폐세력들을 잠재울 진실이 나왔지만 무엇이 달라지고 있을까요? 우리는 광주에서 시화전과 '오만한 제국'과 '불량국가' 같은 미국의 실상을 고발한 도서전시를 열었어요."

유주호 통일선봉대원은 시민들이 책제목이라도 보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길거리 곳곳에 도서를 전시해 놓았다고 밝혔다.
▲ 탁자에 전시된 미국 바로 알기 추천도서들 유주호 통일선봉대원은 시민들이 책제목이라도 보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길거리 곳곳에 도서를 전시해 놓았다고 밝혔다.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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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중간 중간 황선 시인을 알아보는 분들이 찾아왔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엄마들이었다. 반가움에 시인의 표정이 잠시 화사해졌다.

"그리고 서울 미국 대사관으로 왔습니다. 그 곳에서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 입을 꼬매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시민들이 상당히 많은 공감을 표하면서 참여해주시더라구요. 그곳에서 미국 성조기를 든 태극기집회를 보았어요. 저는 그 모습이 미국에게 되려 오판의 근거가 될까봐 염려했어요. 봐라 한국은 여전히 미국을 좋아하는 목소리가 크며, 우리를 원하고 있다 이렇게 말이죠." 

한반도부채만들기와 도서감상 등의 여러 행사 중 트럼프 입을 꼬매고 테이프를 붙이는 퍼포먼스에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 흰티에 멋진 파나마모자를 쓴 통일선봉대원들 한반도부채만들기와 도서감상 등의 여러 행사 중 트럼프 입을 꼬매고 테이프를 붙이는 퍼포먼스에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 신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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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원로데오 거리를 마치면 내일 다시 용산 미군기지로 갑니다. 8월 15일을 앞에 두고 진짜 해방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어요. "

긴 여정을 전해주는 시인의 눈빛은 총명했지만, 눈 밑은 피로에 겨워 검게 지쳐 있었다.

함께 한 시민들에게 참가 동기를 묻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중학생 백륭 군을 만났다. 학교 안밖에서 또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용기가 생겼을지 궁금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중학생 소년은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와 언론의 문제점을 깨닫고 한반도 디톡스 행사에 참여했고, 수원 로데오거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 사드반대 티켓을 들고 있는 중학생 소년 서울 마포구에서 온 중학생 소년은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와 언론의 문제점을 깨닫고 한반도 디톡스 행사에 참여했고, 수원 로데오거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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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영향이 큰 거 같아요. 가수이신 아버지께서 제게 교과서를 공부하거나 뉴스를 볼 때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자꾸 의심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러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문제가 많다는게 보였어요. 국정교과서만 문제가 아니었어요."

"교과서가 진실들의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숨겨진 진실들의 기록이요. 아니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을 우리가 찾아갈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공부해보려고 SNS에서 시작된 만남이 오늘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요. 제 스스로에게도 아버지께도 자랑스러워요."

피켓에는, 전쟁은 공멸이며 이를 부추기는 트럼프와 적대적 대북정책과 훈련을 규탄하고, 평화협정체결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적혀있다.
▲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글로 알리고 있는 두 명의 수원시민 피켓에는, 전쟁은 공멸이며 이를 부추기는 트럼프와 적대적 대북정책과 훈련을 규탄하고, 평화협정체결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적혀있다.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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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광장에서 손글씨로 피켓을 쓴 한 시민에게도 물어봤다. 정치 종교 이런 주제는 술자리에서도 금기되는 이야기인데 하물며 북한과 외교 문제를 거리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화서동에 사는 수원시민 최승회입니다. 아무래도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보니 사람들에게서 자연히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모든 문제 앞에 남북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쟁이 나면 모든게 끝나니까요."

"자랑스런 촛불로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남북 문제의 주도권을 우리가 가져가고 있는 게 아닌 거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기초로 풀어가겠다고 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하자고 말했는데, 정말 대화로 풀겠다는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학교에서, 대북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길 바라요."

언제까지 국민들이 전쟁위협에 시달려야하는가? 란 질문과 함께 북미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는 피켓이 보인다.
▲ 사드배치반대 서명과 미국 바로 알기에 참여하는 시민들 언제까지 국민들이 전쟁위협에 시달려야하는가? 란 질문과 함께 북미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는 피켓이 보인다.
ⓒ 신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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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동에 사는 수원시민 윤주환씨는 마침 휴가라 잠시 함께 했다고 말했다.

"잠깐이지만 무척 의미 있어요. 사드배치된 곳을 직접 보고 왔는데, 그제야 이런 문제들이 실감되더라구요. 전쟁분위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리석어 보이고, 그래서 전쟁은 더더욱 안 된다는 생각에 이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우리는 과거에도 아무것도 모른 체 당한 게 많았잖아요. 위정자만 믿어서 당해도 봤구요. 같이 고민하고 참여하는 수 밖에 없어요."

'한반도 디톡스'를 위한 통일선봉대 시민들은 14일 용산미군기지를 거쳐, 15일 광화문에서 목소리를 낼 예정이며, 페이스북 온라인에서도 설문과 게시글을 통해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태그:#한반도 디톡스, #통일선봉대, #용산 미군 기지, #트럼프 막말, #종북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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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경험은 겹겹이 쌓여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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