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턴으로 돌아온 웨인 루니

에버턴으로 돌아온 웨인 루니 ⓒ EPA/연합뉴스


웨인 루니는 세계 축구계의 '전설'이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17세의 나이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 데뷔했고,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써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최연소 출전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4년 에버턴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서는 보비 찰턴이 보유했던 개인 최다 득점 기록(249골)을 뛰어넘었다. 13년 동안 무려 253골(559경기 출전)을 터뜨렸다. 국가대표팀(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서도 113경기에 출전해 53골을 몰아치며, 최다 득점자에 등극했다.

2016·2017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합류했다. 폴 포그바에 이은 최고의 영입이었다. 그런데도 루니의 입지에는 문제가 없었다. 잉글랜드와 맨유의 '상징'이었기에 당연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루니에게 꾸준한 출전 시간을 보장했고, 부진하더라도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루니는 꾸준한 출전 시간에 화답하지 못했다. 맨유는 맨체스터 시티와 왓포드전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등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고, 루니는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반전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살리지 못했다. 폴 포그바와 동선이 겹치는 문제를 드러냈고, 이브라히모비치를 밀어낼 만큼 전방의 파괴력이 뛰어나지도 못했다. 풍부한 활동량 외에 루니가 보여준 것은 없었다.  

루니에게 2016·2017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충격적이었다. 아약스(네덜란드)와 맞대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야 그라운드를 밟았다. 맨유와 잉글랜드의 '전설'이 시간끌기용으로 전락해버린 순간, 루니는 이적을 결심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맨유를 떠나 어느 팀으로 가든, 과거의 기량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루니는 20대 후반부터 기량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2016·2017시즌 활약은 이름값과 거리가 한참 멀었다.

'전설'의 화려한 마무리를 꿈꾸며...

축구는 참 알 수 없다. 아스널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던 2017·2018시즌 EPL 개막전(vs 레스터 시티)은 총 7골이 오가는 난타전 끝에 홈팀(아스널)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리버풀은 '의적'의 모습을 유지하며, 강등권 후보인 왓포드와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 첼시는 최약체로 손꼽히는 번리에게 충격의 2-3 패배를 당했다.

개막전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가득한 2017·2018시즌 EPL. 가장 놀라운 소식은 친정팀 에버턴으로 돌아온 루니가 전했다.

에버턴은 새롭게 이적해 온 조던 픽포드(골키퍼), 네덜란드 국가대표 미드필더 데이비 클라센,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우승팀 잉글랜드의 핵심 도미닉 칼버트-르윈 등 기대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은 구디슨 파크로 돌아온 루니의 것이었다.

에버턴이 12일 오후 11시(한국 시각) 구디슨 파크에서 벌어진 2017·2018시즌 EPL 1라운드 개막전 스토크 시티와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에버턴은 '주포' 로멜루 루카쿠를 맨유로 떠나보냈지만, 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루니의 맹활약을 앞세워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루니는 산드로 라미레스, 클라센과 전방에 포진했고,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스피드나 몸싸움 등 신체 능력은 과거 보다 떨어졌지만,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약점을 메웠다. 볼 배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수비 지역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책임졌고, 드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멋진 침투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찾아냈다. 에버턴으로 돌아온 루니는 한물간 선수가 아닌, '축구 도사'의 모습이었다. 

전반 추가 시간, 루니는 복귀 첫 슈팅을 결승골로 장식했다. 루니는 칼버트-르윈의 크로스를 절묘한 침투에 이은 헤더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후반 7분에는 중앙선 부근에서 간결한 드리블에 이은 환상적인 침투 패스로 칼버트-르윈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다. 후반 10분에도 반대편 측면을 향해 정확한 침투 패스를 성공시키며,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루니의 결승골에 힘입은 1-0 승리. 루니는 구디슨 파크에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때처럼, 13년 만에 이루어진 복귀전에서도 가장 돋보였다. 개막전부터 결승골을 작렬했고, 팀의 구심점 역할까지 해냈다. 이제 루니는 아쉬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유종의 미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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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루니 에버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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