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네이마르가 세계 축구계를 발칵 뒤집었다.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2억 2천 2백만 유로(한화 약 2959억 원)의 이적료를 바르셀로나에 선물했다.

해리 케인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아래 EPL) 최고의 공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로멜루 루카쿠도 1115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로테이션 멤버였던 알바로 모라타는 872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며 첼시에 둥지를 틀었고, AS 모나코의 벤자민 멘디도 754억 원의 높은 몸값으로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했다.

이적시장을 보면 1000억 원의 돈이 우습게 보이는 2017년이다.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 이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윙어로 거듭난 오스만 뎀벨레와 리버풀(잉글랜드)의 에이스 필리페 쿠티뉴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쿠티뉴의 이적료가 1억 유로(약 1388억 원)로 예측된다는 사실이다.

비현실적인 이적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이 떠올랐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모두의 예측을 뒤엎으며 꿈같은 한 해를 보냈다. 리그 34경기(선발 23)에 출전해 14골 6도움을 기록했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아래 UCL)에서는 1골을 넣었다. FA컵에서는 6골 1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하는 기쁨도 맛봤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레스터시티와 원정 경기에서 시즌 20, 21번째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팀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이는 차범근의 시즌 최다골(19골)과 박지성의 한국인 역대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골(27골) 기록을 동시에 넘어선 것이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지난 5월 18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레스터시티와 원정 경기에서 시즌 20, 21번째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팀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이는 차범근의 시즌 최다골(19골)과 박지성의 한국인 역대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골(27골) 기록을 동시에 넘어선 것이다. ⓒ EPA/ 연합뉴스


케인(리그 2536분)과 델레 알리(3045분), 크리스티안 에릭센(3167분)보다 뛴 시간이 부족했단 점을 고려하면, 손흥민(2070분)의 활약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몰아치는 능력을 앞세워 티에리 앙리, 데니스 베르캄프 등 EPL 역대 16명밖에 없었던 한 시즌 이달의 선수상 2회 수상자도 됐다. 꾸준함에 있어 물음표가 붙기는 했지만, 손흥민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이 가능해졌다.

쿠티뉴를 통해 네이마르의 공백을 메우려는 바르셀로나를 지켜보면서, 손흥민이 떠오른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쿠티뉴와 손흥민은 1992년생 동갑내기다. 손흥민의 기량이 쿠티뉴를 압도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비교와 경쟁은 충분히 가능하다. 기록만 보면, 손흥민이 쿠티뉴를 앞선다.

쿠티뉴는 2016·2017시즌, 리그 31경기(선발 28)에 나서 13골 7도움을 기록했다. 2070분을 뛴 손흥민보다 많은 2245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득점이 적다. 손흥민이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한 것과 달리, 쿠티뉴는 팀 내 에이스였고, 최다 골과 공격 포인트를 작성하기도 했다(참고로 쿠티뉴의 유럽리그 데뷔 이후 두 자릿수 득점 달성은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다).

브라질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는 쿠티뉴가 손흥민보다 부족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축구는 기록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전체적인 기량에서는 쿠티뉴가 더 낫다는 평가가 많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드리블과 패스, 득점력까지 겸비한 쿠티뉴는 네이마르를 대체할 수 있는 특급 재능이다.

그러나 손흥민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특급 선수다. 1992년생 동갑내기 네이마르와 비교는 어렵겠지만, 쿠티뉴나 마리오 괴체 등 천재 소리를 듣는 선수들과 경쟁은 무리가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의 기록과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지난 시즌 EPL 활약이 이를 증명한다.  

기복 없는 손흥민, EPL 득점왕 경쟁하는 유쾌한 상상

 (2017년 1월 22일)토트넘, 맨시티와 2-2 무승부... 손흥민 동점골

(2017년 1월 22일)토트넘, 맨시티와 2-2 무승부... 손흥민 동점골 ⓒ 연합뉴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한국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시즌 20골을 넘겼고, 올 시즌에는 더 큰 꿈도 꾸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에서 당한 부상으로 새 시즌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지만, 빠른 재활 속도에 힘입어 그라운드로 복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손흥민에게 2017-2018시즌은 정말 중요하다. 케인과 알리, 에릭센 등 대체할 수 없는 자원으로 여겨진 선수들을 뛰어넘고, EPL 최정상급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관건은 꾸준함이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9골을 몰아쳤다. 4월에도 득점을 몰아치며 시즌 두 번째 이달의 선수상을 받는 영예를 얻었다. 다만, 컨디션이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의 차이가 매우 심했다. 손흥민은 9월에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낸 이후, 11월까지 득점이 없었다. 1월 이후에도 부진이 이어지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는 아쉬움도 남겼다.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큰 경기에서의 활약도 필요하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UCL 조별리그 CSKA 모스크바 원정과 EPL 맨체스터 시티(원정) 맞대결을 제외하면, 강팀과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적이 없다. AS 모나코와 리버풀 등 꼭 이겨야 했던 팀을 상대로 득점 기회를 잡기는 했지만, 살리지 못했다.

새 시즌에는 기복을 멀리해야 한다. 케인처럼, 아무리 부진해도 3경기에 한 골은 넣어줄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 시즌을 통해 케인과 동선이 겹치는 문제를 해결했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빠져들어 가는 움직임에 적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스트라이커로 경기에 나서도 케인 못지않은 활약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스리백에서도 중용 받을 수 있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EPL 득점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했다. 리그 30경기 29골을 기록한 케인, 37경기 18골을 뽑아낸 알리와 함께 뛰었고, 그들보다 훨씬 적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음에도 엄청난 성적을 이뤄냈다. 다가오는 새 시즌, 단점으로 지적받던 기복을 지우고, 꾸준함을 갖춘다면, 지난 시즌을 뛰어넘는 대활약은 충분히 가능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케인과 알리, 에릭센 못지않은 신뢰까지 얻을 수 있다면, 득점왕 경쟁에 가담하는 것도 상상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축구란 것은 알 수 없다. EPL을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을 때, 손흥민의 성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의 성공이 새 시즌에도 이어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손흥민은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선수답게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긍정의 빛을 쏘아 올렸다. 더군다나 새 시즌에는 전망도 밝다. EPL 최고의 윙어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득점왕 경쟁에도 참여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토트넘 손흥민이 지난 9일(한국시간) 공개된 구단 훈련 사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해리 케인 등 다른 선수들과 어울려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토트넘 손흥민이 지난 9일(한국시간) 공개된 구단 훈련 사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해리 케인 등 다른 선수들과 어울려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 연합뉴스


쿠티뉴가 네이마르의 대체자가 될 수 있다면, 손흥민도 호날두의 버금가는 공격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이라 믿기 힘든 액수가 오가는 2017년 여름 이적 시장과 손흥민의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축구계는 상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축구의 희망이자 토트넘의 에이스로 거듭날 준비를 마친 손흥민. 그가 써내는 역사가 매번 새롭고, 놀라운 것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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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필리페쿠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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