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는 8월 8일 화요일부터 새로운 일정에 돌입했다. 개막전 시리즈부터 이어지던 3연전 일정이 모두 끝나고 2연전 일정에 들어간 것이다. 팀별로 많게는 주 3회 이동하게 되며 6주 동안 2연전 일정을 치른 뒤 순연된 경기들로 잔여 경기 일정을 편성하게 된다.

2연전 일정이 갖고 있는 의미는 KBO리그 정규 시즌에 기편성된 경기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10개 구단별로 경기 횟수 및 홈 경기와 원정 경기 비율 조정 등을 감안하다 보니 팀별로 36경기는 2연전을 편성하게 된 것이다.

정규 시즌에 편성된 경기가 얼마 남지 않게 되면서 아쉽게 된 선수들도 있다. 물론 시즌이 끝난다는 것은 모든 선수들에게 아쉽지만, 은퇴를 앞둔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더욱 특별하게 남을 시간들이다. 대표적으로 올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예고한 이승엽(삼성 라이온즈)과 이호준(NC 다이노스)이 있다.

이승엽의 경우 2015년 겨울 삼성과 FA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못 박고 2017년이 은퇴 시즌임을 공식화했기 때문에 삼성 측에서도 2017년 후반기에 은퇴 투어를 기획할 수 있었다. 이호준은 FA 마지막 시즌인 올해 초 김경문 감독과 팀 전력 구성과 관련하여 상의한 끝에 올해를 마지막 시즌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리베라가 시작했던 메이저리그 은퇴 투어, 벤치마킹 모범 사례 되다

사실 프로야구 역사가 가장 오래된 메이저리그에서도 은퇴 투어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전 뉴욕 양키스, 파나마 출신)가 만들어 냈다. 리베라는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여 2013년까지 무려 652세이브(포스트 시즌 42세이브 별도)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2012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려 했던 리베라는 5월에 뜬금 없이 외야에서 수비 연습을 하다가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재건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종아리 혈전까지 함께 수술을 받았던 리베라는 부상으로 커리어를 허무하게 끝내기 아쉬웠는지 2013년 한 해를 더 뛰기로 하고 1년 재계약했다.

그러자 다른 구단에서는 리베라의 마지막 시즌을 기념하여 각 구장별로 방문 마지막 경기에 앞서 행사를 열고 리베라에게 각종 선물을 안겨줬다. 다만 내셔널리그 팀과의 인터리그는 연고지 라이벌이었던 뉴욕 메츠를 제외하고는 3년에 한 번 만나기 때문에 29개 경기장을 모두 방문하지는 못했다.

리베라의 은퇴 투어에서는 이색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타났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리베라의 컷 패스트볼이 수많은 타자들의 배트를 부러뜨렸던 점을 착안하여 타깃 필드를 방문했을 때 부러진 배트들로 의자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양키스와 가장 살벌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리베라를 위한 행사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는 리베라가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펜웨이 파크에서 리베라가 블론세이브를 범하면서 레드삭스의 3연패 뒤 4연승 기적이 시작된 장면을 송출했다.

레드삭스는 그 뿐만 아니라 당시 레드삭스 선수였던 빌 뮬러와 케빈 밀라 그리고 당시 그 유명한 도루의 주인공이었던 데이브 로버츠(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감독)의 인터뷰를 송출하며 특별한 기억을 남기기도 했다. 양키스와 가장 살벌한 라이벌 답게 리베라의 흑역사를 회상하며 은퇴 행사를 열어 준 것이다. 기념 사진은 당시 시리즈 MVP였던 데이비드 오티즈가 전달했다.

리베라의 등장 음악 엔터 샌드맨을 연주했던 밴드 메탈리카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리베라의 등장곡 엔터 샌드맨을 직접 불렀다. 특별히 그 경기에서 불렀던 이유는 메탈리카가 자이언츠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 해에 AT&T 파크 일정이 없었던 양키스를 배려하여 양키 스타디움을 방문했다고 했다.

양키스는 마지막 일요일 홈 경기에서 리베라의 은퇴식을 열었고, 아직 은퇴까지 경기가 남아있었던 리베라의 등번호 42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사실 42번은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라 이미 영구결번이었지만, 결번 지정 당시 42번을 달고 있었던 리베라는 은퇴할 때까지 42번을 달 수 있었다.

그의 마지막 홈 경기 등판은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 9회 2사에서 감독 대신 앤디 페티트와 데릭 지터가 마운드에 올라와 그를 교체했다. 리베라의 마지막 경기였으며 같이 은퇴하는 페티트와 다음 해에 은퇴할 지터가 마운드에서 뜨거운 인사를 나눴다. 다음 해에 은퇴한 지터 역시 리베라를 따라 은퇴 투어를 실시했고, 이러한 문화는 메이저리그에서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대한 간소하게 진행하는 이승엽의 은퇴 투어

이승엽의 은퇴 투어는 8월 10일 경기부터 시작된다. 8월 10일부터 시작되는 2연전들을 보면 이승엽이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경기장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때부터 투어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향후 삼성의 2연전 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8월 10일부터 11일까지는 한화 이글스의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마지막 정규 방문이다. 이후 4경기는 홈 경기로 치렀다가 8월 17일과 18일은 수원 kt 위즈 파크를 마지막으로 방문한다.

8월 19일과 20일에는 LG 트윈스의 홈인 잠실 종합운동장, 22일과 23일은 넥센 히어로즈의 홈인 고척 스카이돔으로 이어지는 서울 방문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홈에서 6경기를 치른 뒤에는 SK 와이번스의 홈인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방문이 있다.

9월 2일과 3일에는 두산 베어스와의 마지막 원정 일정이 있으며, 7일과 8일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홈인 부산 사직야구장의 마지막 방문이 있다. 9일과 10일에는 KIA 타이거즈의 홈인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 마지막 방문이, 그리고 9월 14일과 15일에는 NC 다이노스의 홈인 창원 마산야구장 방문으로 이어진다.

다른 경기장의 은퇴 투어는 예정된 마지막 방문 일정에 치른다. 그러나 LG 트윈스와의 은퇴 투어는 8월에 진행하지 않고, 9월 이후 편성될 잔여 경기 일정 중에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이후 우천 순연 경기가 편성되어 잔여 경기를 진행할 경우 이승엽은 그 경기까지 모두 출전한다.

KBO리그의 시즌 중 은퇴 투어는 그동안 수많은 KBO리그의 레전드 플레이어 중 이승엽이 최초다. 선동열(현 국가대표 감독)은 선수 생활을 일본에서 마무리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대로 된 은퇴식이 열리지 못했고, 박찬호는 2012년 1년만 뛰고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했기 때문에 역시 시즌 중 은퇴 투어를 하지 못했다.

물론 박찬호의 경우 KBO리그에서 1년만 뛰었기 때문에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였다는 점에서 KBO리그 사무국은 리그 차원의 은퇴식을 준비하여 2014년 올스타 게임에서 그의 은퇴식을 열었다. 같은 방식으로 역대 최다승 감독인 김응용의 은퇴식 역시 2015년 올스타 게임에서 열었다.

이승엽처럼 은퇴 시점을 정한 뒤 마지막 시즌에 은퇴 투어를 하는 것은 처음인 셈이다. 이를 준비하는 상대 구단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고, 은퇴 투어를 통하여 각 구단은 관중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승엽은 관중들과 인사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현재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많은 사항을 요청하진 않았다. 한화와의 은퇴 투어에서는 한화 키즈클럽 어린이 36명을 초대하여 사인회를 진행한 것만 이승엽이 특별 요청했던 사항이었다.

이호준도 은퇴 기념 행사,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호준도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게 된다. 이승엽은 올 시즌에도 선수 층이 갑자기 얇아진 삼성의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지만, 이호준은 입장이 다르다. 이호준은 선수층이 두터운 NC에서 일부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출전 기회가 줄어든 상황으로 올 시즌에는 백업으로 활약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이호준은 이승엽에 비해 조용한 은퇴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그러나 이호준 역시 다른 팀으로부터 은퇴 시즌이라는 점에 대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9일 SK 와이번스와의 원정 경기가 대표 사례였다.

사실 그 날 행사는 SK 선수 정의윤의 통산 10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행사였고, 상대 팀인 NC 선수들도 축하해주기 위해 경기장에 나와있었다. 그러나 이 행사 속에는 이호준의 마지막 인천 방문을 기념하는 행사가 숨겨져 있었다.

이 날 경기가 열리기 전 박석민(NC 다이노스)이 SK의 베테랑 박정권에게 미리 연락하여 이호준의 마지막 인천 방문을 기념할 것을 제안했고, 박정권이 이를 알고 구단 측에 요청한 행사였다. 그리고 구단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호준을 위한 깜짝 이벤트가 열렸다.

사실 이호준에게 있어서 SK는 특별한 팀이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이호준이 SK에서 뛰었던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호준이 뛰는 동안 SK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3번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적이 있었다. 이후 이호준은 FA 자격을 취득하여 신생 팀인 NC로 이적, NC의 초대 주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이호준의 은퇴를 기념하는 동영상이 송출되었고, 행사를 준비하는 데 기여했던 박정권이 이호준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어서 이호준이 기념 인터뷰를 하면서 이호준을 위한 소소한 기념식은 마무리됐다. 그 날도 이호준은 선발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대타로 출전하여 볼넷으로 출루, 팀 득점에 기여했다.

메이저리그는 리베라가 은퇴 투어를 한 이후 지터와 오티즈도 은퇴 투어를 실시하는 등 굵직한 행적을 남긴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예우 문화 차원으로 은퇴 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KBO리그에서는 이승엽과 이호준이 은퇴 투어 트렌드의 최초 사례가 되는 셈이다.

KBO리그에서 이들 이후 아직 은퇴 일정을 확실하게 밝힌 베테랑 선수들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이승엽과 이호준의 은퇴 투어 문화를 시작으로 KBO리그에서도 리그 역사에 큰 행적을 남긴 선수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은퇴 투어가 점차 자리잡을 가능성은 크다.

그리고 이 은퇴 투어를 처음 시작하는 선수가 이승엽과 이호준이기 때문에 KBO리그에서 좋은 모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순히 그 선수가 소속되었던 팀 뿐만 아니라 다른 9개 구단의 모든 팬들도 공감할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승엽과 이호준 이후 KBO리그에서 은퇴 투어를 하게 될 선수는 아직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로 인하여 베테랑 선수들이 팬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보다 소중하게 보낼 기회가 생긴 것은 확실하다. 은퇴 투어가 리그의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좋은 트렌드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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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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