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기술적 우위가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눌렀다.

레알 마드리드가 9일 오전 3시 45분(아래 한국 시각) 마케도니아 스코페에 위치한 필립 2세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17 UEFA(유럽축구연맹) 슈퍼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레알은 2년 연속 슈퍼컵 정상에 오르며, UEFA 챔피언스리그(아래 UCL)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맨유가 최전방의 로멜루 루카쿠(190cm), 중원의 폴 포그바(191cm), 네마냐 마티치(194cm), 안데르 에레라(182cm) 등 신체 조건의 압도적인 우위를 앞세워 경기 초반 10분의 분위기를 잡았다. 루카 모드리치(174cm), 토니 크로스(182cm), 카세미루(184cm)가 구성한 레알 중원을 상대로 힘 싸움에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레알은 강했다. '축구의 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발 명단에서 빠졌지만, 2시즌 연속 UCL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다웠다. 안정적인 볼 소유를 통해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신체 능력을 앞세워 압박해 들어오던 맨유의 분위기를 빼앗았다.

레알은 전반 15분, 장대 숲을 뚫어낸 카세미루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맨유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2분 뒤에는 다니엘 카르바할의 오른쪽 측면 돌파가 성공하면서 맨유 수비진이 흔들렸고, 카세미루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다비드 데헤아 골키퍼를 놀라게 했다.

경기 분위기를 장악한 레알은 전반 23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레알의 공격을 주도하던 '살림꾼' 카세미루였다. 카르바할이 맨유 포백 수비 뒷공간으로 절묘하게 연결해준 패스를 카세미루가 잡아냈고, 데헤아 골키퍼를 따돌리는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레알, 카세미루·이스코 연속 골로 맨유 2-1 제압

 레알 마드리드, 맨유 꺾고 UEFA 슈퍼컵 2연패 (2017년 8월 9일)

레알 마드리드, 맨유 꺾고 UEFA 슈퍼컵 2연패 (2017년 8월 9일) ⓒ EPA/연합뉴스


현지의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경기도 더욱 뜨거워졌다. 전반 30분, 3분간의 휴식 시간을 갖은 뒤 재계 된 경기에서도 레알의 분위기는 이어졌다. 레알은 중원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맨유의 전진을 틀어막았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던 가레스 베일이 날렵한 움직임을 보였고, 이스코가 맨유 수비를 이리저리 따돌리면서 추가 득점까지 노렸다.

맨유는 에레라의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크게 벗어났고, 포그바의 크로스를 루카쿠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하며 답답함을 이어나갔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후반 시작 직전, 존재감이 없던 제시 린가드 대신 마커스 래쉬포드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하지만 레알로 넘어간 분위기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후반 2분, 크로스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데헤아의 슈퍼 세이브를 불러왔고, 마르셀로의 빠른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슈팅이 옆 그물을 때렸다.

기세가 정점까지 올라선 레알은 후반 6분, 추가골을 뽑아냈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볼을 잡은 이스코가 베일과 볼을 주고받으며 맨유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데헤아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망을 출렁였다. 후반 15분에도 간결한 패스를 통해 베일이 일대일 기회를 잡아냈고, 그의 강력한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맨유는 후반 10분, 에레라 대신 194cm의 장신 마루앙 펠라이니를 투입하며, 이전보다 강력한 힘 있는 축구를 시도했다. 효과가 있었다. 후반 16분, 발렌시아가 마르셀로를 스피드로 따돌린 뒤 크로스를 올렸고, 볼을 지켜낸 펠라이니와 래쉬포드를 거쳐 마티치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나왔다. 이를 나바스 골키퍼가 쳐냈고, 골문 앞에 있던 루카쿠가 볼을 밀어 넣으면서 만회골이 터졌다.

맨유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기술로는 레알을 당해낼 수 없지만, 신체 조건의 우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펠라이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나 다름없는 역할을 도맡았고,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앞세워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어냈다. 후반 35분에는 미키타리안의 예리한 침투 패스가 래쉬포드에게 일대일 기회를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래쉬포드의 프리킥, 발렌시아의 크로스에 이은 펠라이니의 헤더 등 맨유는 동점골을 위해 땀을 쏟아냈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의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맨유의 UEFA 주관 11경기 무패 행진은 막을 내렸고, 레알이 2년 연속 슈퍼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별들의 전쟁은 마무리됐다.

과제 남긴 맨유, 흠을 찾기 어려웠던 레알

맨유는 2년 연속 UCL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레알을 상대로 매우 잘 싸웠다. 다만, 새로 영입된 루카쿠와 마티치, 빅토르 린델로프 등이 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세밀함에 있어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루카쿠는 득점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펠라이니처럼 공중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도 못했고, 날렵한 움직임을 통해 슈팅 기회를 만들지도 못했다. 미키타리안과 래쉬포드도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공격 방향이 한쪽으로 쏠리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무리뉴가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전통적인 윙어의 영입이 시급하다. 미키타리안과 린가드, 래쉬포드 등이 측면 공격을 도맡았지만, 강렬함이 없었다. 우측면 풀백 안토니오 발렌시아만이 레알의 측면을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고, 정확한 크로스로 맨유의 강점인 신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윙어가 필요하다.

레알은 UCL 2연패를 넘어 3연패도 가능해 보인다. 전반 10분까지를 제외하면, 경기 내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상대 수비가 밀집한 지역에서 3번 이내의 패스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고, 깔끔한 결정력도 보여줬다. 양 측면 풀백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이 공수 양면에서 건재함을 과시했고, 걱정이 많았던 베일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호날두가 완벽한 몸 상태로 돌아온다면, 새 시즌에도 레알을 잡을 수 있는 팀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여름잠에서 깨어나 유럽 축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2017 슈퍼컵. 맨유는 오는 14일 오전 0시 웨스트햄과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레알도 오는 14일과 17일, 최대 라이벌 바르셀로나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를 치른 뒤, 21일 데포르티보 라코루나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개막전을 맞이한다.

숙제를 확인한 맨유와 최강자임을 증명한 레알. 이날보다 더욱 완성된 전력으로 '꿈의 무대' UCL에서 맞붙는 두 팀의 만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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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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