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즌 7에서 드디어 메인 주인공인 얼음: 존 스노우(Kit Harington 분, 가운데)와 불: 대너리스 타르가르옌(Emilia Clarke 분, 위)이 만난다.

시즌 7에서 드디어 메인 주인공인 얼음: 존 스노우(Kit Harington 분, 가운데)와 불: 대너리스 타르가르옌(Emilia Clarke 분, 위)이 만난다. ⓒ HBO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평론가와 시청자, 관람객들이 공통으로 주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개연성. 드라마나 영화 설정상, 작품 속 사건을 보는 사람이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지 정도가 바로 이 개연성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유명 드라마가 "개연성이 집을 나갔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바로 미국 HBO에서 제작된 중세풍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그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조지 R.R 마틴의 원작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HBO가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로 구현한 작품이다. 드라마의 제목은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1권의 제목인 '왕좌의 게임'을 그대로 가져왔다.

<왕좌의 게임>은 매 시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최고의 '미드'로 등극했다. 주연급 등장인물도 특정 사건에 의해 사라지는(죽게 되는) 등(예를 들면, 시즌3 9화 '피의 결혼식: Red Wedding') 예측 불가의 전개와 탄탄한 시나리오로 엄청난 시청률과 팬을 확보했다.

그런데 시즌 6부터 드라마의 전개가 아직 완결되지 않은 원작소설의 이야기를 추월하는 일이 벌어진다. 제작진은 원작자 마틴이 귀띔한 구상 스토리를 바탕으로 자체 시나리오를 써서 드라마를 제작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불거진 적이 없었던 개연성 문제도 시즌 6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조금씩 이야기 속 '구멍'을 지적하는 팬들이 생기더니, 급기야 시즌 7(현지 방영 4화, 국내 방영 3화)에 접어들자 팬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게 됐다.

함대는 순간 이동하고... 대가문은 5초 만에 점령당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유순신' 유론 그레이조이(Pilou Asbaek 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유순신' 유론 그레이조이(Pilou Asbaek 분). ⓒ HBO


시즌 7 개연성 실종의 예시를 들자면, 현 킹스랜딩(수도)의 여왕 세르세이의 우군으로 나선 유론 그레이조이 함대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대활약을 먼저 지적할 수 있다.

세르세이는 또다른 여왕 대너리스 타르가르옌과 전쟁 중인 상태이다. 대너리스의 참모 티리온은 남부의 동맹들을 이용해 수도를 포위할 전략을 세운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야라 그레이조이와 도른(엘라리아 샌드와 딸들: 모래 뱀들)은 대너리스가 머무는 드래곤스톤에서 도른 가문의 본대가 있는 곳으로 배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유론은 남부로 향하는 이들을 해상에서 기습하여 대승을 거둔다. 유론은 야라와 엘라리아 샌드와 셋째 딸을 포로로 잡아 킹스랜딩으로 개선까지 한다.

한편, 대너리스의 회색벌레가 이끄는 무결병 부대는, 세르세이의 본가인 라니스터 가문의 본진 캐스털리 록을 공략한다. 이들은 티리온이 잘 알고 있는 '백도어' 하수구를 통해 어렵지 않게 성을 함락한다.

그런데 갑자기 유론의 함대가 나타나 무결병들이 타고 온 수십 척의 배들을 수장시킨다. 라니스터의 주력 부대는 남부의 대가문인 티렐을 공략하기 위해 캐스털리 록을 미리 비운 상태였다. 캐스털리 록을 무결병들에게 내주는 대신, 이들이 타고 온 배들을 침몰시켜 발을 묶어두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조금 전에 웨스테로스 대륙의 오른쪽에서 해전을 치룬 유론의 함대가 대륙의 왼쪽으로 넘어가 무결병 함대를 공격했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웨스테로스 대륙은 영국을 거꾸로 돌려서 크게 확대한 것과 비슷한 정도로 설정됐다. 그 크기는 미국 본토나 중국 영토에 버금간다. 그 거리가 최소 수천 킬로미터 이상이 될 터인데, 유론의 함대는 순간 이동이라도 하듯이 움직여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내 팬들은 유론을 '유순신'(유론+이순신)이라는 별명으로까지 부르며 "유순신이 텔레포트 마법이라도 부린 것이냐"고 꼬집고 있다.

 <왕좌의 게임> 시즌 7 3화의 한 장면. 올레나 티렐이 이끄는 티렐 가문의 본성인 하이가든이 제이미 라니스터에 의해 점령당한다.

<왕좌의 게임> 시즌 7 3화의 한 장면. 올레나 티렐이 이끄는 티렐 가문의 본성인 하이가든이 제이미 라니스터에 의해 점령당한다. ⓒ HBO


두 번째, 제이미 라니스터가 이끄는 라니스터 본대의 티렐 가문 공격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세르세이와 쌍둥이 남매인 제이미 라니스터는 캐스털리 록을 무결병들에게 내주고 티렐의 근거지인 하이가든 성을 공격한다. 이전까지 드라마 속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던 공성-수성전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예컨대 과거 시즌에서 블랙피시(브린덴 툴리)의 농성을 보자. 빼앗겼던 툴리의 본성 리버런을 탈환한 블랙피시는 소수의 병력으로 프레이와 라니스터 군에 맞서 꽤 오랫동안 항전한다. 블랙피시의 리버런은 툴리 가주인 조카 에드뮤어 툴리의 변절로 성문이 열리며 함락된다.

티렐은 툴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세력을 자랑하는 가문이다. '웨스테로스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할 정도로 풍요로운 땅을 가진 티렐의 본성이 바로 하이가든이다. 그러나 너무 손쉽게 함락됐다. 심지어 제대로 된 전투 신은 나오지도 않은 채 5초 만에 마무리됐다. 화면에 보이는 하이가든은 가장 풍요로운 땅의 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아무리 티렐 가문의 주력 기수인 탈리 가문이 배신하고, 이들이 라니스터 군과 같이 공격을 한다고 해도(탈리 가문의 깃발은 보이지도 않았다) 믿어지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 '하이가든 5초 컷'으로 불리며 조롱이 대상이 되었다. 티렐 가문을 이끄는 올레나 티렐은 제이미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티렐은 싸움이 주특기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너무도 어이없는 함락이었다.

매력적인 인물들의 단편화

 <왕좌의 게임>의 다양한 군상 중 사건의 배후에서 활약하는 인물 3인방 리틀핑거(Aidan Gillen 분), 티리온(Peter Dinklage 분), 바리스(Conleth Hill 분). (위에서부터 아래로)

<왕좌의 게임>의 다양한 군상 중 사건의 배후에서 활약하는 인물 3인방 리틀핑거(Aidan Gillen 분), 티리온(Peter Dinklage 분), 바리스(Conleth Hill 분). (위에서부터 아래로) ⓒ HBO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비록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라도 해당 배역이 가진 매력은 풍성했다. 이들이 내뱉는 대사들에는 시리즈 전체를 관조하는 품격이 있었고, 이는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이유였다. 일례로 바리스와 피터 베일리쉬(리틀핑거)의 시즌 3에서의 대화 중 "Chaos is a ladder(혼돈은 사다리일 뿐이다)"라는 대사는 <왕좌의 게임>의 대표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열등감을 가진 채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고 혼란을 만들어내는 리틀핑거이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그를 대변하는, 그의 삶이 응축된 대사였다.

매력적인 인물은 또 있다. 어머니가 난산 끝에 죽으며 낳은 난쟁이 티리온 라니스터. 어쩌면 드라마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일 것이다. 수차례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매번 기지로 이를 해결한다. 또 스타니스 바라테온 함대에 의해 함락위기에 처했던 킹스랜딩을 '와일드 파이어'로 구해낸 '블랙워터 전투'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토사구팽을 당해 조카 킹 조프리에게 모욕을 당한 그는 조프리 독살의 범인으로 몰리며 최대 위기를 맞는다. 형 제이미의 도움으로 탈출의 기회를 얻은 티리온은 평생을 자신을 무시하며 업신여겼던 아버지 타이윈 라니스터를 석궁으로 살해하고 도주한다. 티리온은 상황이 불리하더라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곧 상황을 타개할 최고의 방안을 강구해낸다.

킹스랜딩 궁정에서의 암투를 지켜보며 사소한 정보까지 파악하고 있는 바리스. 어쩌면 궁정 암투의 모든 것이 그에게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그는 리틀버드라는 빈민가 아이들을 정보원으로 삼아 수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해외 정보원까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리스도 어린 시절 요술사에 의해 해코지를 당해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인물이다. 리틀핑거와의 대화에서 그는 왕국의 혼돈을 막고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며, 리틀핑거와 대척점에 선다.

이러한 매력적인 인물들이 시즌 7에 접어들자 단편화된다. 즉, 인물이 가지는 성격과 행동에서 나오는 복합적인 매력이 퇴색된 것이다. 그 행동의 양상이나 동기가 일차원적으로 바뀌었다. 인물들 각자의 사정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던 행동이나 대사가 이제는 그저 평범해졌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이전 시즌까지 존재감을 드러냈던 능력들이 작품 속에서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음모와 술수를 부리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던 리틀핑거는 시즌 7에서 아직 아무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북부 스타크의 본성 윈터펠에서 산사 스타크 곁에 머물고 있다. 북부의 왕이 된 존 스노우에게 산사에 대한 연모를 직접 드러내다가 목이 졸리기까지 한다. 시즌1에서 네드 스타크에게 목이 졸렸던 리틀핑거의 모습만 떠올리게 한다.

티리온은 여왕 대너리스의 핸드(오늘날 국무총리)가 되어 대너리스 측의 주요작전을 짜낸다. 그런데 이전 시즌까지 날고 기는 활약을 보였던 명민함이 사라졌는지, 티리온의 작전은 마치 적이 미리 알았다는 듯이 파훼 되고 동맹이 와해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티리온은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대너리스에게 작전이 실패한 것에 대해 문책당하고 새로운 작전을 이야기해 보려 하지만 묵살 당한다.

바리스 또한 시즌 6 마지막에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도른과 티렐의 연합(시즌 7에서 순간 이동과 5초 컷으로 와해 위기에 놓인 그 연합)을 끌어냈지만, 시즌 7에서는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정보력이 완전히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수도의 리틀버드들은 세르세이의 핸드인 콰이번에 의해 빼앗겼다손 치더라도, 왕국 전체와 해외마저 손바닥 보듯 했던 바리스의 정보력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건 믿을 수 없다. 시즌 7에서 바리스는 적의 동태나 작전에 대해 아무런 조언을 하지 않는다. 그저 외투에 두 손을 넣은 채 상황을 바라보기만 한다. 이에 바리스가 첩자일 수도 있다는 팬들의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지경이다.

라스트 14분... 눈과 귀 사로잡은 화려한 화염 쇼

 시즌 6 9편에서 최고로 꼽혔던 '서자들의 전투(Battle of the Bastards)' 장면.

시즌 6 9편에서 최고로 꼽혔던 '서자들의 전투(Battle of the Bastards)' 장면. ⓒ HBO


예전 시즌보다 늦은 시작(지난 시즌은 4월에 시작했지만, 시즌 7은 7월 시작)과 줄어든 에피소드(지난 시즌들은 시즌당 10편, 이번 7시즌은 7편), 집 나간 개연성 때문에 팬들로부터 지탄을 듣고 있는 <왕좌의 게임>. 그렇지만 4화에서 화려한 영상으로 이를 만회했다.

시즌 6에서 최고의 전투장면을 팬들에게 선사하며 엄청난 환호가 나오게 했던 '서자들의 전투' 편을 기억하는가. 실제 중세 전쟁장면을 연상케 한 이 전투는, 기병끼리 충돌하고 화살이 난무한 가운데 살육이 전개되는 아비규환의 전쟁터를 스크린에 재현했다.

 왕좌의 게임 시즌 7 4화. 적에게 동맹(티렐, 도른, 야라 그레이조이)이 와해되자 여왕 대너리스는 직접 용 드로곤을 타고 도트라키 기마 군대를 이끌어, 수도 킹스랜딩으로 회군 중인 라니스터 본대를 공격한다.

왕좌의 게임 시즌 7 4화. 적에게 동맹(티렐, 도른, 야라 그레이조이)이 와해되자 여왕 대너리스는 직접 용 드로곤을 타고 도트라키 기마 군대를 이끌어, 수도 킹스랜딩으로 회군 중인 라니스터 본대를 공격한다. ⓒ HBO


시즌 6에 서자들의 전투가 있었다면 지난 7일 방송된 시즌 7 4화(현지시각 7일 오후 9시)에서는 용의 화염 쇼를 볼 수 있었다. 1~3편까지 비난받았지만, 4화에서 '한 방'에 할리우드식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으로 시청자들을 만족게 한 것이다.

마치 마이클 베이 감독의 '닥치고 폭발'을 연상시켰다. 말이 필요 없을 만큼, 화면에 재현된 거대용의 활약이 속을 후련하게 만들었다. 동맹군들의 연이은 패전으로 수세에 몰렸던 대너리스 측이 한 번에 전세를 역전하는 장면이었다.

 전설의 용을 실제 전장에서 보고는 망연자실해 하는 제이미(Nikolaj Coster-Waldau 분, 왼쪽)와 브론(Jerome Flynn 분, 오른쪽).

전설의 용을 실제 전장에서 보고는 망연자실해 하는 제이미(Nikolaj Coster-Waldau 분, 왼쪽)와 브론(Jerome Flynn 분, 오른쪽). ⓒ HBO


제이미는 역시 기사였다. 패할 것이 자명한 불리한 전장에서 떠나지 않고 지휘를 했다. 브론도 엄청난 활약을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라니스터 군의 창 방진 대형을 도트라키의 기병과 대너리스와 용 드로곤의 연합 공격으로 깨트리는 장면이 4화의 후반부를 장식했다. 별다른 대사 없이도 마치 B-1 폭격기를 떠오르게 하는 용의 엄청난 화력, 몽골 기병마냥 전장을 휘젓는 도트라키의 기병술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앞으로 시즌 7의 남은 에피소드는 3개. 이미 시나리오가 일부 유출되며 줄거리를 알고 있는 팬들도 있지만, 어떠한 장면으로 구현될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을 계속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남은 3개의 에피소드가 시즌 7을 유종의 미로 장식하고, 파이널 시즌인 다음 시즌으로 부드럽게 연결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아직 시즌 7의 4화를 보지 않은 시청자는, 오는 11일 금요일 오후 11시, 스크린 채널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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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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