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오른손 선발투수 송승준(롯데 자이언츠)도 드디어 통산 100승 고지에 올랐다. KBO리그 역사상 29번째 100승 투수가 배출된 것인데, 송승준의 100승은 이전까지 KBO리그에서 나왔던 28명의 100승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에 눈길을 끈다.

송승준의 100승은 8월 6일 부산 연제구 사직야구장에서 이뤄졌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100구). 개인적으로 넥센을 상대로 2013년 9월 3일 원정 경기를 마지막으로 승리 없이 5연패를 당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부진도 끊어냈다.

메이저리그 도전했던 송승준, 신의 한 수가 됐던 KBO리그 복귀

1980년 6월 29일 경상남도 산청 태생의 송승준은 경남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에 우선 지명되었던 상태였다. 그러나 보스턴 레드삭스와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 송승준은 2002년 레드삭스 유망주 랭킹 1위에 올라가기도 하는 등 큰 기대를 얻었전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한국인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유망주 랭킹에서 상위권에 올라있을 때였다.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서재응(당시 뉴욕 메츠), 최희섭(당시 시카고 컵스), 김선우(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백차승, 추신수(이상 당시 시애틀 매리너스) 등 수많은 선수들이 주목 받고 있었으며, 그 시점에 이미 김병현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무리투수로 활약하고 있을 때였다.

이후 송승준은 김선우와 함께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트레이드 되었는데, 콜업을 받은 김선우와는 달리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은 단 1경기도 없이 마이너리그 여러 팀을 전전하게 됐다. 2005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머물렀고, 2006년에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 가는 등 마이너리그 생활 말기에는 거의 매년 팀을 옮겨 다녔다.

그러던 중 2006년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해외파 선수들이 선전하면서 이들이 KBO리그 팀에 입단할 경우 해외파 2년 규제에 걸린다는 점이 제기되면서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이 열렸다. 특히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 있었던 이승학이 허리 부상으로 군 면제 대상자였기 때문에 2년 유예 기간이 걸림돌이 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메이저리그 기록이 없었던 송승준도 롯데 자이언츠에 우선 지명될 수 있었다. 그리고 우선 지명된 선수들 중 가장 빠른 편인 2007년에 롯데와 정식 계약했다. KBO리그에 빨리 입단한 덕에 송승준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획득, 병역 혜택까지 받고 보다 안정적으로 KBO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됐다.

꾸준했던 송승준, 해외 복귀파 선수 중 최초의 100승

사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대다수의 선수들은 전성기에 맞물려 KBO리그에 복귀하거나, 전성기가 지나고 나서 KBO리그에 복귀한 경우가 다수였다. 또한 메이저리그 진입을 위해 과도하게 혹사를 했던 선수들은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봉중근(LG 트윈스)의 경우도 KBO리그에 복귀한 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해외파 특별 지명을 했던 선수 7명 중 이승학은 부상으로 방출된 뒤 조기 은퇴(2009)했고, 최희섭도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하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병현도 2016년 시즌 이후 소속 팀이 없다. 추신수는 아직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어서 지명된 SK 와이번스와 계약하지 않은 상태다.

특별 지명 선수 중 현재 KBO리그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송승준, 채태인(넥센 히어로즈) 그리고 류제국(LG 트윈스) 3명 뿐이다. 채태인은 2016년부터 삼성 라이온즈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되어 활약하고 있으며, 류제국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뒤 뒤늦게 KBO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이러한 다양한 사연들 때문에 해외 복귀파 선수들 중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송승준 뿐이었다.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는 6년의 서비스 타임을 보내면 FA 자격을 얻지만, KBO리그에서는 고졸 출신은 9년, 대학 출신은 8년의 서비스 타임을 보내야 취득이 가능하다.

게다가 복귀파 선수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돌아오기 때문에 FA까지 가는 선수가 송승준 뿐이었다. 송승준의 경우도 복귀 초기에 베이징 올림픽 대표로 참가했기 때문에 병역 혜택을 받아서 그나마 공백이 없었던 것이다. 송승준이 만일 올림픽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다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불확실했다.

무엇보다 송승준은 해최파 복귀 선수들 중 가장 건강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매년 150이닝 이상을 던지며 100탈삼진 이상을 꾸준히 기록한 파워 피처였다. 같은 시기 KBO리그에서 송승준과 비슷한 내구성을 지닌 선수가 장원준(현 두산 베어스)과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밖에 없는데, 류현진도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시기 가장 내구성이 좋은 선수는 송승준과 당시 팀 동료였던 장원준이었던 셈이다.

특히 송승준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5년 동안 160이닝을 넘기기도 했다. 비록 최근 몇 년 동안은 조금씩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닝 소화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선발 로테이션은 거르지 않는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꾸준함이 있었기에 다른 또래들에 비하여 KBO리그 커리어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1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송승준의 100승은 KBO리그 역사상 29번째 기록이다. 이전까지의 100승은 모두 KBO리그에서만 뛰었던 선수들의 기록이며, 선동열(현 국가대표 감독)의 경우 일본에 진출하기 전 선발과 마무리로 활약하면서 올렸던 100승 기록이다. 송승준은 해외 리그에 다녀온 뒤 KBO리그를 시작하여 100승을 달성한 최초 사례인 셈이다.

베테랑의 힘, 아직 순위 경쟁 포기하지 않은 롯데

송승준의 100승과 더불어 올 시즌 롯데는 베테랑들의 존재감이 크다. 일본과 메이저리그를 다녀 온 이대호가 복귀했고, 주전 포수 강민호도 여전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선발진에서도 최근 조쉬 린드블럼이 돌아오고 나서 팀의 흐름이 좋아진 상태다.

물론 롯데는 8월 7일 기준으로 5위 넥센에 3경기 차 뒤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승률 0.495로 시즌 승률 5할 사수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최근 10경기 전적이 4승 6패로 그리 좋지는 않지만, 최근 하락세였던 분위기를 다시 3연승을 거두며 반등하고 있는 추세다.

롯데는 올 시즌이 끝나면 손아섭이 FA 자격을 처음으로 취득하고, 강민호 역시 두 번째 FA를 맞이한다. 선수들 개인의 동기 부여도 있고, 롯데 역시 오랫동안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각오가 커져가고 있는 상태다.

관건은 지금의 팀 케미스트리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다. 팀이 만족할 만한 경기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 경기마다 위기 순간에 쉽게 무너지진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송승준이 100승을 달성하면서 후배들에게 보여준 꾸준함은 팀에 큰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올 시즌 5강 경쟁에서 살아남아 5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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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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