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소년

재주소년 ⓒ 블루보이뮤직


2003년 11월 말, 두 소년의 순수한 감성이 멜로디와 노랫말로 고스란히 담겨 전해진 포크 곡 '귤'은 대중음악계에 아름다운 파장을 일으켰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제주도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뮤지션의 꿈을 이룬 남성 듀오 재주소년(才洲少年)이다.

멤버 박경환과 유상봉은 초등학교 친구사이로 둘이 함께 음악을 하기 위해 학교가 있는 제주도와 활동무대가 있는 서울을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몇 년간의 해체기간이 있긴 했지만 2003년 데뷔 이후 여러 장의 정규 및 라이브 앨범, 다수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며 어쿠스틱 포크 사운드의 마력을 전해온 대표적인 팀이다.

특히 3년의 공백을 깨고 6월 22일 발매된 여섯 번째 정규 음반 <드라이브 인 제주>에서 '제2의 고향' 제주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오롯이 음악으로 표현해 그들의 새 노래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부터 유상봉은 일체의 음악활동을 하지 않는 '스튜디오 뮤지션'으로만 참여, 재주소년은 '박경환 1인 체제'로의 변신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더 이상 둘이 아닌 혼자가 된 재주소년. 음악적으로는 함께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모든 무대에서는 홀로서기에 나서야 재주소년 박경환을 지난 7월 초 경복궁역 인근에서 만났다.

제주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

 재주소년

재주소년 ⓒ 블루보이뮤직


- 여섯 번째 정규앨범, 어떤 의미로 다가서나?
"02학번이니 제주도와 인연을 맺게 된 지 꽤 됐다. 대학생활을 하며 상봉이와 함께 재주소년을 결성했고 프로 음악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제주도에 여행을 오게 되면 모교 캠퍼스도 산책하고 여행지를 다니며 사색을 하는데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각자에게 '학창시절의 추억과 향수가 있는 제주, 여행지로써의 제주'를 의미 있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 그래서인지 음반의 컨셉이 명확하다
"너무 명확해서 솔직히 망설이게 되는 점도 있었다. 하지만 곡을 만들고 음악작업을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이야기'로 구성할 수 있었고, 마침 앨범과 동명의 '드라이브 인 제주(Drive In Jeju)'란 곡이 완성된 때여서 별 이견 없이 컨셉을 정했다."

- 앨범의 수록곡 구성이 특이하다고 들었다 
"약간의 농담을 실어 제주도 해안도로를 달릴 때 순서대로 재생을 해달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웃음) 앨범 전반부 수록곡들을 어딘가에서 듣게 되더라도 마치 어느 여행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톡 쏘는 청량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반면 중반부 이후 곡들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을 그리고 있어, 혼자만의 외로움이 음악으로 투영될 수도 있다.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아련함, 현재와 과거가 음악을 통해 공존하는 장면을 이번 앨범에서 만날 수 있을 거다."

- 인터뷰하는 지금, 단 두 곡의 노래만을 추천한다면?
"먼저 '오래된 바다'를 추천한다. 2년 전 발표된 노래여서 낯섦이 없기도 하지만 이번 앨범의 중심에 있는 곡이다. 다른 곡은 '캠퍼스 산책'이다. 악기 구성이나 선율적 부분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인 노래여서 CD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히든트랙으로 '캠퍼스 산책2'를 수록했다."

재주소년, 따로 또 같이

- 이번 앨범 발매 전까지 어떻게 지냈나?
"2014년 다섯 번째 정규앨범 <꿈으로>가 나온 뒤 '왠지 너무 많은 것을 소진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다음 정규음반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내자는 생각을 했고, 각자 개인 활동을 펼쳐 나갔다. 나 같은 경우 <애프터눈>(Afternoon)이란 음악레이블을 설립해 프로듀서로서 재능 있는 후배 뮤지션들이 앨범이나 음원 발매를 지원하고 있고, 다른 음악인들과의 협업작업도 해왔다. 상봉이는 작년 8월말에 사보(Sabo)란 이름으로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재주소년 이번 앨범의 시작은 2015년 5월과 8월에 디지털 싱글로 각각 발표했던 '오래된 바다'와 '달리자'에서부터다. 두 곡 모두 이번 음반에 수록했는데 2년이 좀 넘는 기간 동안 곡 작업을 해 나갔던 것 같다."

 재주소년

재주소년 ⓒ 블루보이뮤직


- 2016년 말,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자세한 설명을 하기위해 재주소년 결성 시절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원래 첫 앨범부터 상봉이는 공개적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 등의 작업에만 몰두하는 것을 원했지만 그 당시 이미 '남성 포크듀오'로 소개가 되었고 소속사측과의 관계 등도 간과할 사항은 아니어서 재주소년은 2인조로 4집 음반활동까지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10년 여름 4집 앨범 발매 후 재주소년은 해체를 했었지만 변함없이 음악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다. 2013년 1월 상봉이가 참여한 내 첫 솔로앨범이 공개되었고, 1년 뒤 재주소년도 자연스럽게 재결합을 했고 5집 음반을 발표했다. 더 이상 무대에 오르고 싶지 않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그 앨범을 마지막으로 함께 음악활동을 하는 작품으로 정했고, 작년 연말 콘서트 무대에서 향후 재주소년은 '박경환의 솔로 프로젝트'로 해 나갈 것을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렸다."

- 재주소년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러브 레터(Love Letter)'란 곡이 있는데, 라이브 무대에서 선보이기에 어려움이 많아 거의 연주노래를 안했다. 그런데 상봉이가 그 노래를 만들었고 랩도 선보여 좋아하던 분들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둘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슬프다는 한 팬의 반응이 떠올랐다. 그 친구도 씁쓸한 마음이었겠지만 스튜디오 뮤지션으로의 길을 선택했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 막상 홀로하게 된 재주소년 활동은 어떤가?
"무척 심심하다.(웃음) 정해진 스케줄을 재미있게 소화해냈던 순간이 떠올라 쓸쓸한 마음이 든 적도 있다. 그나마 라이브 무대에서는 다른 연주자들이 함께 해 외롭지는 않다. 다행스럽게도 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긴밀하게 교류를 하고 있어 어려움은 전혀 없다."

- 각자 어떤 개인 활동을 하고 있나?
"에세이를 내기 위해 집필을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다. 앨범도 잘 나왔고 계약한 출판사에 결과물을 빨리 전달해야 할 것 같다. 상봉이의 경우 여행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을까 싶다."

순수한 음악적 감성

 재주소년

재주소년 ⓒ 블루보이뮤직


- 벌써 14년차다. 재주소년이 롱런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데뷔했을 무렵 모던 록 밴드들이 많은 활동을 펼쳤다. 당시 재주소년은 많은 것을 비워 낸 두 대의 기타연주로 주목을 받았고, 노랫말을 통해 전했던 이야기들로 상당히 순수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대중에게 다가선 것 같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들었던 질문이 생각난다. '권투선수가 체중을 조절하듯 어떻게 감성을 조절하며 살 수 있느냐?'는 거였다. 즉 재주소년은 앨범을 발표할 때 마다 같은 감성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이었다. 되새겨보니 나로부터 나온 감성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평범한 주제가 주어짐에도 불구, 누구도 범접하거나 모방할 수 없는 유니크한 매력을 음악으로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우리 나름의 장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 이번 앨범 주요 활동 계획이 있다면?
"8월에 특별한 투어를 계획 중이다. SNS에 공지를 올렸는데 재주소년 라이브 공연을 요청하는 전국 주요 대도시소재 카페나 서점에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투어 제목인데 서울ㆍ대전ㆍ전주ㆍ광주에서의 라이브는 확정됐고 제주도를 포함해 여러 도시 공연장과 현재 협의 중이다. 8월의 금요일과 토요일, 재주소년 박경환의 라이브 콘서트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재주소년 박경환 유상봉 드라이브 인 제주 캠퍼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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