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스파이더맨을 맡은 톰 홀랜드.

새롭게 스파이더맨을 맡은 톰 홀랜드. ⓒ 소니 픽쳐스


지난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마블로 돌아왔던 스파이더맨의 단독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개봉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도둑질했던 톰 홀랜드가 그대로 스파이더맨을 맡았으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스파이더맨의 멘토 노릇을 하는 아이언맨으로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왕년의 배트맨, 마이클 키튼이 DC의 히어로에서 마블의 빌런으로 출연했다. 또한 <아이언맨> <아이언맨 2>와 <정글북>의 연출자 존 파브르가 해피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북미에선 개봉 3일간 1억1702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국내에선 지난 5일에 개봉하여 11일 현재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를 강타하고 있다. 영화의 제작비는 1억7500만 달러가 투여되었다. 감독은 우리나라에선 단 한 편도 개봉된 이력이 없는 무명의 존 왓츠이다.

캐릭터적 차별성

'시빌 워' 당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스카우트되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훔치기도 했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 그에게 새로운 최첨단 슈트를 선물한 '토니 스타크'는 위험한 일은 하지 말고 자신이 부를 때까지 얌전히 학교에 다니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2달 넘도록 스타크한테는 연락이 없고, 어벤저스는 되고 싶은 이 정의감 가득한 고등학생 '피터 파커'는 메이 이모(마리사 토메이) 몰래 방과 후 작은 범죄들을 소탕하며 소소한 히어로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다. 8년 전 뉴욕사태를 뒤처리하다 얻은 외계 물질들을 개량하여 불법 무기 거래로 돈벌이하던 벌처(마이클 키튼) 일당과 마주하게 된다.

우선 마블이 <스파이터맨: 홈커밍>에서 톰 홀랜드를 활용한 캐릭터적 차별성을 칭찬해주고 싶다. 기존 소니 픽처스가 보여줬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나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속 피터 파커는 이미 20대 중반을 넘어섰던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소화했었다. 두 사람 모두 좋은 연기를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원작만화가 가지고 있었던 10대 다운 매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보단 어린 나이에 피터 파커가 된 톰 홀랜드는 10대 다운 왁자지껄 '비글'다운 면모를 선보이며 스파이더맨을 원작의 매력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기존 '메리 제인 왓슨'과 '그웬 스테이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 리즈(로라 해리어)를 통해 로맨스를 구성하며 차별성을 더한다.

캐릭터적 측면뿐 아니라 기술적인 변화도 인상적이다.

최첨단 슈트를 착용한 이번 스파이더맨은 기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들과 확연히 다른 액션 시퀀스들을 선보이면서 볼거리 측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물론 맨몸 액션이 줄어들고, 슈트에 의존적인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성장기에 있는 슈퍼히어로라는 점을 감안하며 적절한 수준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슈트를 단순히 볼거리 증가로만 사용하고 있지 않다. 마블답게 깨알 같은 웃음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은 토니 스타크에게 AI까지 탑재된 최첨단 슈트를 선물 받아 착용하지만 익숙지 못한 탓에 사고 치는 장면은 '가제트'를 연상케 하며 제법 재미난 웃음을 만든다. 여기에 피터파커와 슈트에 탑재된 AI 캐런과의 대화는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 슈트 속 AI와의 유머러스한 대화를 연상케 하며 코믹함을 더 하고 있다.

전작에 바치는 헌사

이 영화에는 기존 소니 픽처스의 스파이더맨과의 차별화를 통한 신선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마주를 통한 친숙함도 공존한다. 몇몇 장면에서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의 향수가 느껴진다.

 <스파이더맨2>를 연상케 하는 한 장면.

<스파이더맨2>를 연상케 하는 한 장면. ⓒ 소니 픽쳐스


워싱턴에서 스파이더맨이 짝사랑하는 리즈를 구한 뒤 스파이더맨이 줄에 거꾸로 매달린 채 리즈와 이야기를 할 때 슈트에 탑재된 AI 캐런이 지금 키스하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1편에서의 그 유명한 그 거꾸로 키스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다. 그리고 반으로 쪼개진 유람선의 침몰을 막기 위해 양팔에 거미줄을 잡고 유람선을 지탱하는 모습은 <스파이더맨2>에서 낭떠러지로 질주하는 기차를 세우는 장면의 오마주이다.

그리고 후반부 벌처가 리모컨을 이용해 윙 슈트로 스파이더맨의 뒤를 기습 공격하는데 이것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서 그린 고블린이 무선 조종으로 글라이더로 스파이더맨의 뒤를 노린 것과 닮아있다.

인상적인 악역

 메인 빌런 벌처를 맡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마이클 키튼.

메인 빌런 벌처를 맡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마이클 키튼. ⓒ 소니 픽쳐스


벌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메인 빌런 벌처는 어찌 보면 사회시스템이 만든 범죄자이다. 뉴욕 사태 때의 뒤처리를 하던 에이드리언 툼즈(벌처의 본명)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빚까지 져가며 장비를 구입하고 작업을 진행했지만, 정부와 스타크 기업의 일방적인 개입으로 일자리를 빼앗겨버린다.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에이드리언은 몰래 외계 물질들을 훔쳐 불법 무기 거래 사업을 시작하는 범죄자가 된다. 벌처의 탄생은 정부와 거대기업의 블루칼라 계층에 대한 횡포와 그것에 따른 사회적 보호장치 미비가 만든 것이다. 이렇게 처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을 범죄자로 변모시킨 것에는 불공정한 사회시스템도 한몫하고 있음을 잘 상징하고 있다.

안정적인 각본 속에서 유머와 차별성이 돋보이는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강한 임팩트를 선보였던 톰 홀랜드는 이번 작품에서 톡톡 튀는 그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에 견줄만한 존재감으로 차세대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멘토 토니 스타크로 등장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그만의 매력을 뿌려두는 걸 잊지 않는다. 그리고 마이클 키튼은 전체적으로 유쾌한 극의 분위기 속에서 섬뜩한 느낌을 창출하는 뛰어난 연기로 <토르> 시리즈의 로키 이후 가장 매력적인 마블의 빌런을 완성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와 포스트(http://post.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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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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