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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 옥상에서 보이는 난지생태습지원.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 옥상에서 보이는 난지생태습지원.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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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가 자전거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장대 같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났다. 마침 강변에 비를 피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어 쉬어 간 곳이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라는 곳이었다. 2층 지붕 위 옥상에 올라갔다가 바로 앞 한강변에 펼쳐진 난지생태습지원을 알게 됐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지날 때 들르기 좋은 곳이 또 생겼다.

지난 8일 소나기 덕분에 알게 된 난지생태습지원을 다시 찾아갔다. 난지생태습지원(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487-257일대)은 강 건너편에 있는 강서습지생태공원과 함께 한강 하류 생태계 복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인공습지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유도를 통해 도시 속 풍성한 생태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약 5만㎡ (약 17만평) 크기의 생태습지원은 비 올 때 물이 고였다가 비 그치면 마른 땅이 되곤 했던 난지한강공원의 건조한 습지부에 한강물을 지속적으로 유입해 2009년 조성했다. 난지생태습지원 중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습지는 3만㎡이며, 1만㎡는 생태계 보존을 위해 출입이 통제되는 폐쇄형 습지고, 나머지 1만㎡는 새들이 머물기 좋은 작은 섬이다.

습지는 비가 내리면 숨을 쉬는 것처럼 물을 빨아들였다가 날이 가물면 물을 내뿜어 촉촉한 땅이 유지되는 곳이다. 기후조절·수질정화·생물종 다양성 유지 등 생태계의 보고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름다웠던 난지도 시절로 돌아가는 난지생태습지원

물가에 사는 버드나무 울창한 숲속을 거니는 기분이 드는 탐방로.
 물가에 사는 버드나무 울창한 숲속을 거니는 기분이 드는 탐방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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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생식물과 동물들의 안식처 습지.
 수생식물과 동물들의 안식처 습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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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수풀과 나무 사이로 난 탐방로를 걸었다. 연두색 개구리밥이 가득한 연못과 습지, 정말 오랜만에 보는 빨간 고추잠자리들이 머리 위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린 시절을 되찾은 듯한 기쁨과 함께 마치 습지가 포근하게 나를 감싸 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가 내린 후라 그런지 습지원 풍경이 더욱 풍성해졌다.

꽃, 나무, 곤충들이 한결 활기차 보였다. 강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풀잎 위에 앉아 있던 이름 모를 곤충들과 빨갛고 파란 잠자리들이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게, 바람을 타고 서핑을 즐기는 것 같았다. 비는 동물들에게 생명수이자 자연의 신호탄이지 싶다. 평소 한강변에 보이지 않던 온갖 곤충들이 습지원에 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숲 길가에 벤치 삼아 만들어 놓은 나무토막에도 버섯들이 비를 양분삼아 틈틈이 자라고 있었다.

과거 온갖 난초와 꽃들이 만발해 꽃섬이라 불리기도 해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이라는 화첩에도 나왔던 난지도(蘭芝島) 시절도 돌아가고 있는 듯했다. 난지생태습지원은 난지도였던 노을공원 바로 아래에 있다. 원래 이 지역은 모래내와 홍제천, 불광천이 물머리를 맞대고 들어오는 드넓은 저지대로, 한강 폭이 호수처럼 넓어진다 해서 '서호(西湖)'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곳이었단다.

비가 내려 정체가 드러난 거미줄로 개점휴업중인 거미.
 비가 내려 정체가 드러난 거미줄로 개점휴업중인 거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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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고추 잠자리.
 반가운 고추 잠자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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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만나기 힘든 희귀한 곤충들을 볼 수 있다.
 평소 만나기 힘든 희귀한 곤충들을 볼 수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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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데크로 된 탐방로 외에 키가 무척 큰 미루나무와 우리나라 자생나무라 더 정이 가는 버드나무가 보이는 흙길이 이어져 있어 걷는 즐거움을 더했다. 산과 들은 물론 물가에서도 잘 사는 생명력 강한 버드나무는 그래선지 성씨(버들 柳)로도 쓰인다. 미루나무는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뜻에서 미류(美柳)나무라고도 한다.

두 군데의 조류 관찰대는 출입을 할 수 없는 생태섬을 향해 나 있다. 팔 벌리면 안길 것 같은 이 작은 섬은 초목의 푸른빛 속에 고요히 잠겨 있었다. 반지 모양으로 만든 탐방로(Ring Walk)는 한강과 습지를 둥글게 아우르며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생물들을 직접보고 체험하며 자연감수성을 키우고, 자연에 다가갈 수 있는 학습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자연을 보고, 알고, 만지고 싶은 곳이다.

난지생태습지원은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와 무당개구리 등 양서류 동물이 집단 서식하는 데다 고라니, 너구리 외에 천연기념물인 큰소쩍새까지 서식하고 있는 보금자리다. 실제로 짝짓기 때인 장마철에는 목소리가 조금 다른 맹꽁이와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생태습지원과 노을공원, 하늘공원 일대에 가득해진다. 

강과 습지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는 링 워크(Ring Walk) 탐방로.
 강과 습지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는 링 워크(Ring Walk) 탐방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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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용으로 들여왔다가 유해어종이 되버린 붉은 귀 거북.
 애완용으로 들여왔다가 유해어종이 되버린 붉은 귀 거북.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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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 한강공원 일대에 서식중인 멸종위기 야생 동물 맹꽁이.
 난지 한강공원 일대에 서식중인 멸종위기 야생 동물 맹꽁이.
ⓒ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내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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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나 맹꽁이는 못 봤지만 느릿느릿 공원을 거닐고 있는 책 크기만 한 거북이와 마주쳤다. 미국, 멕시코가 고향인 붉은 귀 거북이로 수년 전 우리나라에 애완용으로 들여 왔다. 거북이를 키우던 사람들이 맘대로 방생을 하더니, 이젠 생태계를 교란한다며 유해 어종으로 낙인찍어버렸다. 불그스름한 무늬가 멋진 거북이인데 좀 억울하고 안됐다.

습지원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나는 습지탐방, 난지생태학교, 소목재 공방 - 매미편 등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특히 '즐거운 비오톱 만들기'는 한강공원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장소(숨을 곳, 먹이 잡는 곳, 쉬는 곳)를 가족이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단다.

덧붙이는 글 | * 대중교통편 :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 - 길 건너편 8777번 버스 - 종점인 난지한강공원 하차 - 수변생태학습센터까지 800m
*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 : 02-305-1333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난지한강공원, #난지생태습지원,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 #난지도, #맹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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