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토요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9라운드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선두 전북과 턱 밑에서 전북을 추격하는 울산의 대결로 치열한 경기가 예상됐지만 경기 내용을 생각보다 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전북은 K리그 클래식 최소 실점 팀 답게 울산의 공격을 완전히 봉쇄하며 승리의 기반을 닦았고, 공격진은 든든한 수비를 등에 업고 화력을 뽐냈다. 돌아온 로페즈와 이승기가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울산의 수비를 흔들었고 이재성은 멋진 헤더로 득점을 성공시켰다.

전북은 무려 4골이나 터뜨리며 울산을 4대0으로 무너뜨렸다. 모든 골들이 멋들어졌지만 백미는 역시 네 번째 득점이었다. 후반 24분 전북이 3대0으로 앞선 시점에 왼쪽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프리킥 찬스가 났다. 프리킥을 차기 위해 나선 선수는 김신욱과 김진수였다. 자연스럽게 전북의 전담 키커인 김진수의 프리킥이 예상되었다.

모두가 김진수의 킥을 예상하고 있던 순간 김신욱의 발이 불을 뿜었다. 김신욱은 짧은 도움 닫기 후 낮고 빠른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킥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기에 김신욱의 프리킥 골은 크게 화제가 됐다.

이날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프로 통산 두 번째 프리킥 득점을 기록한 김신욱은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공격수 중 하나다. 김신욱은 올 시즌 뿐만 아니라 울산 시절부터 꾸준히 능력을 과시하면서 K리그 대표 공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거인' 김신욱은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졌다. 활약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기대에 부응하는 몇 안되는 공격수 중 하나다. 문제는 출전 시간이었다. 선발로 출장해 경기장을 누빌 충분한 컨디션과 능력이 있음에도 국가대표 감독들은 김신욱을 교체 선수로서 활용했다.

특히 이제 한국 땅을 떠난 울리 슈틸리케 전(前) 축구 대표팀 감독이 대표적이다. 슈틸리케에게 김신욱이 클럽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슈틸리케 체제 아래에서 김신욱은 오로지 후반전에 출장해 머리로 공을 따내는 '키 큰 공격수'에 불과했다. 소위 말하는 '플랜 B' 공격수였다.

신태용이 고려할 공격수 후보들

김신욱을 후보 공격수로만 여기던 슈틸리케 감독이 떠났기에 김신욱의 대표팀 내 입지 변화도 예상이 가능하다. 새롭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신태용 감독의 머리 속에 어떤 생각과 구상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김신욱이 신태용 감독의 계획 안에 있을 확률이 높다.

신태용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 발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최고의 기량과 경기력을 가진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말과 더불어 "K리그의 수준이 절대 낮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풀이하자면 K리그에서 가장 몸상태가 좋고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는 반드시 선발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K리그의 최전방 공격수 중 신태용 감독이 제시한 조건에 맞는 선수는 두 명으로 좁혀진다. 바로 전북의 김신욱과 포항 스틸러스의 양동현이다. 먼저 양동현은 리그에서만 13골을 잡아내면서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형적인 공격수 유형인 양동현은 최순호 감독의 지도 아래 득점에 눈을 떴다.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드리블보다는 전매 특허와 같은 정확하고 강력한 슈팅으로 득점을 신고하고 있다.

양동현이 13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김신욱은 8골을 성공시켜 득점 순위 5위에 랭크되어 있다. 5위라는 순위가 낮은 순위로 느껴질 수 있지만 한국 선수 중에는 양동현 다음으로 골을 많이 넣었다. 김신욱이 K리그의 스트라이커 중 경쟁력이 높은 선수라는 의미다.

득졈력만 따지자면 양동현이 신태용호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택받아야 하지만 김신욱이 국가대표 원톱 경쟁에서는 앞서 있다. 일단 김신욱의 수비력이 양동현을 앞선다. 이 부분이 결정적이다. 신태용 감독은 국내 감독 중에 가장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하는 감독이지만 다가올 '운명의 2연전'은 다르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춘 전술을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신태용 감독은 "1대0으로 이기더라도 무실점 승리를 챙기겠다"는 말로 수비에 중점을 둔 경기를 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수비에 핵은 당연히 수비수들이겠지만 무실점을 위해서는 공격수의 수비력도 중요하다.

지공 상황에서 양동현과 김신욱의 수비력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다르다. 양동현의 신장도 크지만 김신욱은 196cm의 압도적인 키를 소유하고 있다. 아시아 무대에서 김신욱의 공중볼 능력은 검증이 끝난 지 오래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세트피스 수비 상황마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던 한국 대표팀에게 김신욱의 머리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김신욱은 양동현보다 풍부한 대표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양동현이 단 두 번 A매치 경기에 나선 것에 비해 김신욱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 본선 경기에도 출장했을 정도로 충분한 대표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남은 두 경기를 조심스럽게 임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경험이 더 풍부한 김신욱이 선택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플랜 A'가 되어야 하는 진짜 이유

물론 신태용 감독의 플랜에 양동현과 김신욱이 모두 없을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과 U-20 대표팀 감독 시절 모두 최전방 공격수에 '전형적인 공격수'보다는 '빠르고 활동량이 좋은 공격수'를 기용했다. 그 중에서도 올림픽 대표로서 맹활약한 황희찬이 현재 좋은 컨디션 보여주고 있기에 황희찬에 원톱 기용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황희찬과 같은 공격수는 수비 상황에서 전방 압박에 용이하다. 1대0 승리를 원하는 신태용 감독이 위험 부담이 큰 전방 압박 전술을 구사할지는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전방에는 공을 지켜주고 동료들이 전진할 때까지 버텨주는 공격수가 필요하다.

선수비 후역습 상황에서 황희찬의 빠른 발도 중요한 옵션이지만 한국 대표팀은 이미 2선에 황희찬과 같은 발 빠르고 활동량이 좋은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에이스 손흥민이 부상으로 인해 출장이 불투명한 것은 아쉽지만, 강원FC 돌풍의 주역인 이근호와 카타르와 경기에서 활약한 황일수 등 위협적인 공격수들이 출격 대기 중이다.

김신욱이 버텨주고 빠른 공격수들이 침투하는 그림은 반드시 고려해봐야할 공격 전술이다. 많은 이들이 김신욱을 큰 키와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의 역할 때문에 '공중볼에만 강한 선수'라는 인지하고 있지만 편견이다. 김신욱은 '공중볼에만 강한 선수'가 아니라 '공중볼에도 강한' 선수다.

김신욱은 위협적인 공중볼 능력과 더불어 정교한 발 기술도 가진 공격수다. 현 소속팀인 전북은 물론이고 울산 시절에도 김신욱을 돋보이게 한 것은 머리보다는 오히려 발이었다. 김신욱은 단순히 헤더를 따내기 위해 패널티 박스 근처에 머무리는 공격수가 아니다. 미드필드진에서 공을 잡으면 전방으로 무작정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내려와 공을 받아주고 동료에게 다시 전달하는 것이 김신욱의 주요한 능력이다. 활동량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넓은 활동폭을 바탕으로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곤 한다.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는 소속 클럽의 2선 공격수들의 공격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김신욱의 존재감 덕에 울산의 이근호와 하피냐가 울산의 '철퇴 축구'의 선봉장 역할을 했고, 지난 시즌 전북의 로페즈와 레오나르도가 아시아를 집어 삼켰다. 김신욱 옆에 위치한 측면 공격수들이 맹렬한 득점력을 뽐낸 것을 우연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다수의 2선 자원을 배치하고 2선 자원의 공격력을 통해 득점을 뽑아내는 신태용 감독의 공격 전술상 2선 선수들의 공격력을 배가 시킬 수 있는 김신욱의 능력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공격수의 본연의 임무인 득점에는 시즌 마다 다소 기복이 있지만, 최근 보여주는 득점력은 상당하기에 큰 걸림돌은 아니다.

김신욱은 현재 한국이 보유한 공격수 중 실력과 경험, 활용도 등에 있어서 가장 다양하고 확실한 능력을 가진 선수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운명의 2연전'은 신태용 감독 본인에게 가장 긴장되는 경기가 될 것이다. 보수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면 김신욱은 단연 최전방 공격수로서 1순위다. 대표팀에 '플랜 A'가 될 준비를 마친 김신욱이 과연 신태용 감독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신욱 신태용 2연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