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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외고 앞 모습.
 서울시내 한 외고 앞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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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얼마나 명문대를 많이 보내느냐'에만 혈안이 돼 있고, 친구는 '벗'이 아닌 '적'이 됐고, 학교는 '배움이 이뤄지는 곳'이 아닌 '대입을 위한 전초기지'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정책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공약입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고교서열화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특권학교'에 대한, 위수한 학생(경기도 성남 이우학교 1학년)의 뼈 있는 말이다. 또한 그는 "고교 비평준화 지역에서 '명문고'라 일컬어지는 일반고들과 기숙형 자율고·기숙형 공립고에 의해 고입 경쟁이 심화된다"라면서 "기숙형 자율고·기숙형 공립고를 폐지하고 고교 비평준화 지역에서의 고입 경쟁을 해소할 다른 대안을 모색해 달라"고 덧붙였다.

위수한 학생의 말처럼 자사고 등 특권학교는 생기지 말았어야 할 학교였다. 교육 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으로 도입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경제 논리와 경쟁 논리에 입각해 만들어진 학교였기 때문이다.

'규제'에도 착한 규제가 있고 나쁜 규제가 있는 것처럼, '다양화'에도 좋은 다양화가 있고 나쁜 다양화가 있다. 그런데 특히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정책'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결국 수평적 다양화가 아닌 수직적 다양화, 다시 말해 고교 서열화를 심화·촉진시켰다. 그것도 정치 논리에 밀려 무분별하게 확대했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이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 우선 도입’ 관련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 시민이 선호하는 새 정부 교육공약 1위는?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이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 우선 도입’ 관련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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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교육계의 4대강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사고 정책은 가뜩이나 기형적인 우리교육계를 더욱 일그러진 괴물로 만들었다. '재정적 독립' '건학이념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표방하는 등 설립 취지나 목적은 그럴듯했으나, 결과적으로 자사고는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

"솔직히 특수한 목적도 없고, 특별한 것을 가르치지도 않고, 그저 부모 잘 만난 덕에 특권학교 나와 김기춘과 우병우처럼 '괴물형 사회지도층'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또한 학창시절 내내 반쪽 세상만 경험한 외눈박이 같은 아이들이 과연 억울함과 부당함에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있는 사람들과,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읽을 수 있을까? 누구처럼 '저거 치워'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특권학교의 해악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외고 졸업생인 ㄱ아무개씨도 "나도 외고 나왔지만, 외고·자사고는 입시학원일 뿐이다. 폐지가 정답"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자사고 등 특권학교, 알고 보면 '교육계의 4대강 사업'

"자사고와 특목고 관계자들은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존치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다양성은 서열화에 따른 다양성일 뿐, 실질적으로는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불과하다."  5일 서울시의회에서 ‘특권학교 어떻게 일반학교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 관계자들은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존치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다양성은 서열화에 따른 다양성일 뿐, 실질적으로는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불과하다." 5일 서울시의회에서 ‘특권학교 어떻게 일반학교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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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시의회에서 '특권학교 어떻게 일반학교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자사고와 특목고 관계자들은 고교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존치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다양성은 서열화에 따른 다양성일 뿐, 실질적으로는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불과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반고와 다르지 않은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 입시 선발의 특혜를 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자사고·특목고는 학습의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따로 분리시켜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이고, 좋은 면학 분위기의 실체는 입시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나타내는 획일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면서 "자신과 같은 성향의 사람들과만 학교 생활을 한 사람이 사회에 진출해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협업할 능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자사고 등 특권학교는 융합·협업·창의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전혀 맞지 않는 교육이고, 민주시민교육과도 역행하는 제도라 자사고·특목고를 다니는 학생들도 피해자로 만드는 제도라는 주장이다.

김유현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 공교육의 기본원리와 상충되는 특별한 학교들이 2000년대 이후 대거 설립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전체 고등학교의 5%에 육박하게 됐다"라면서 "더욱이 대기업이 설립한 자사고의 경우에는 회사 임직원의 자녀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도록 돼 있어 경제적 지위에 따른 진입 장벽이 더욱 분명하다, 집이 바로 학교 옆에 있는 학생도 진학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자사고는 성적우수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성적하위학생들의 입학을 사실상 봉쇄해 일반고에 배정하도록 하면서 일반고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자사고는 성적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입시중심의 교육과정을 강화하면서 이들 학교에 유리한 대입전형을 이용해 소위 명문대 진학률을 높여왔고, 이러한 진학률을 선전하면서 다시 성적우수학생들을 선발하는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소위 ‘특권 고교’들처럼 성적과 부모 배경이 비슷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분리 교육’ 학교 체제는 사회통합 질서에 역행하고 이질적 집단 속에서 협업 능력을 길러내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 사진은 지난 달 2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소위 ‘특권 고교’들처럼 성적과 부모 배경이 비슷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분리 교육’ 학교 체제는 사회통합 질서에 역행하고 이질적 집단 속에서 협업 능력을 길러내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 사진은 지난 달 2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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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6월 2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인수 공동대표는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은 얼마 전 3500명 시민을 대상으로 우리 단체가 실시한 '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 우선 도입' 관련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 다수의 유익과 상반된 주장은 고립을 직면할 것"이라면서 자사고 일부 학부모 등 이해집단의 반발을 비판했다.

또한 "2016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초등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24만1000원, 고교생 26만2000원, 중학생 27만5000원으로 중학생 사교육비가 가장 높다, 외고·영재고·자사고 입시 등이 중학교 사교육비 폭증 원인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단체가 몇 해 전 조사한 자사고 '교육 다양성' 평가 결과에 의하면 20개 자사고 중 1개를 제외하고 모든 자사고가 낙제점을 받았다"라며 "소위 '특권고교'들처럼 성적과 부모 배경이 비슷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분리교육 학교 체제'는 사회통합 질서에 역행하고 이질적 집단 속에서 협업 능력을 길러내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분리교육 아닌 '통합교육'으로

"성적에 따른 줄세우기 교육은 다수의 아이들을 학교의 실패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교육시민사회단체 19개가 모여 구성한 '특권학교 폐지 촛불시민행동'이 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적에 따른 줄세우기 교육은 다수의 아이들을 학교의 실패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교육시민사회단체 19개가 모여 구성한 '특권학교 폐지 촛불시민행동'이 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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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교육이 없는 교육부 시절'을 혹독하게 경험했다. 단팥 없는 찐빵처럼, 교육적인 논리와 교육적인 안목 대신, 정치 논리·경제 논리·경쟁 논리만 무성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이라면, 학교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황폐화시킨 것이다. 다양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서열화하고 분리하는 수직적인 다양화는 분명 교육적이지 않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따로 떼어 과학고·외고·자사고·국제고 등 특목고 만들고, 장애학생을 따로 떼서 특수학교 만드는 건 교육 논리가 아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일 수종이 아닌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다양하게 어울려 호흡하는 숲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한 교실 안에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아이도 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도 있고, 성적 우수자도 있고 다소 성적이 부진한 아이도 있고, 장애학생도 있고 비장애학생도 있는 통합교육이 교육적으로 옳다는 이야기다.

어학, 과학, 문·예·체 영재를 위한 학교를 따로 두기보다 일반 학교 안에서 교과활동 또는 비교과활동을 통해 어학·과학 영재를 육성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특수목적학교를 자꾸 만들어 기형화하기보다는 공교육 안에서 어학, 과학, 문·예·체 소질과 재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공교육 안에서 맑고 밝고 씩씩하게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4대강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끝난 것처럼 자사고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높은 사교육비 때문에 등골이 빠질 정도인데,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비싼 학비를 내고도 '성적 좋은 아이들끼리 모여 더 심한 경쟁을 하는 분위기' 외에는 자사고 등이 주는 건 거의 없다는 평가다.

경쟁도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성적향상 효과는 거의 없고, 선발효과 외에는 교육효과로 인한 자사고 학업성취도 향상은 미미하다. 이 정도면 자사고 학교법인들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을 꾀해야 하고, 학부모들도 오히려 자발적으로 자사고 지정 철회하라고 목소리 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상곤 취임,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 가시화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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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수직적 서열화'를 '수평적 다양화'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특히 김상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함에 따라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임명될 경우 자사고·외고가 대학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변질됐기에 자신의 임기 내에 폐지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자사고와 외고·국제고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은 온 국민들이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불평등·서열화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취임사에서 김 부총리는 "무한 경쟁교육에서 공존과 협력 교육으로의 전환과 양극화와 기회 불평등 해소는 우리 교육이 당면한 대표적 과제"라면서 "자사고·외고 문제를 비롯해 특권 교육의 폐해와 연계해 고교 체제 전반을 총체적으로 살펴 개혁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열화된 고교체제 해소와 대입제도 개혁 등 국민의 이해가 걸려있는 중대 사안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라며 "교사·학부모·교육전문가는 물론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개혁안을 만들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일 좋은교사운동은 초·중·고교 교사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사이트 리서치중앙을 통해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매우 찬성'하거나 '찬성'하는 사람이 전체 조사 대상의 88%인 것으로 조사됐다.

좋은교사운동은 "학교 현장의 다수의 교사들은 자사고와 특목고로 일어난 고교 서열화와 경쟁 교육의 심화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해 우리 교육이 경쟁교육 체제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경쟁 교육, 줄세우기 교육 아래서 우리 아이들을 창의적이면서도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기르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성적에 따른 줄세우기 교육은 다수의 아이들을 학교의 실패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라면서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와 교육 주체들은 100년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을 경쟁교육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라고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태그:#자사고 등 특권학교 ,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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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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