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민식 피디가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김장겸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MBC 김민식 피디가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김장겸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유지영


"지금 상황은 MBC에 있어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사장이 물러나는 거 말고는 답이 없어요. 그래서 나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김민식 PD)

29일 오전, MBC 드라마국 김민식 PD가 서울 상암 MBC 앞에서 피켓 시위를 펼쳤다. 김 PD는 사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는 이유로 자택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상태다.

김 PD는 피켓을 들고 "신군부 시절 주말뉴스를 진행하던 손석희의 부끄러움이 지금의 손석희와 JTBC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손석희와 JTBC가 지난 1년간의 최순실 정국을 끌어냈다"라며 "지금 MBC에도 지난 시간 동안 MBC가 망가지는 걸 지켜보며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안고 있는 100명의 손석희가 있다. 김장겸이 물러나고, 그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훗날 100명의 손석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피켓팅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민식 PD는 "지금 상황은 MBC로서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우려했다. 지난 5년 동안 뉴스가 망가진 것에 대해서는 박근혜라는 알리바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바뀌고 난 다음에도 김장겸 체제의 뉴스가 그대로 나가면 시민들은 MBC를 포기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김장겸 체제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라고 씁쓸해하며 김장겸 사장의 조속한 퇴진을 촉구했다.

드라마 PD도 연대 성명 "MBC, 막장 드라마 됐다"

 MBC 앞에 다시 천막이 설치됐다. 각 부문별 구성원들의 성명서가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적힌 텐트 앞에 늘어서 있다.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은 언론노조 텐트 옆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MBC 앞에 다시 천막이 설치됐다. 각 부문별 구성원들의 성명서가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적힌 텐트 앞에 늘어서 있다.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은 언론노조 텐트 옆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지영


한편, MBC 구성원들이 연이어 연대 성명을 내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사 : 김태호 등 예능PD "김장겸은 그만 웃기고 회사 떠나라"), 28일 드라마 PD들도 사측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드라마 PD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재 MBC의 상황이 드라마보다 더한 '총체적 막장극'"이라면서 "MBC를 막장 드라마로 전락"시킨 김장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PD들은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성이 사라진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하기 어렵다"면서 "사내 지지기반이 전무한 경영진들이 실적 올리기에 집착한 결과로 드라마의 경쟁력이 끊임없이 훼손됐다. 하지만 적폐 경영진은 이 모든 것을 드라마 피디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장이 재신임을 위해 실적을 챙겨야 할 때마다 총선 등으로 정치 지형이 바뀌어 불안해질 때마다 드라마 본부를 죄어왔다"며 "모든 드라마의 돈 안 드는 '연속극화', '로코화'는 시청자들의 발길을 CJ로, SBS로 돌리게 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김민식 PD가 폭로한 정윤회 아들 정우식의 낙하산 캐스팅 논란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드라마 PD들은 성명서에서 "'낙하산 캐스팅' 논란은 여전히 드라마국에서 '없던 일'이다. 비선 실세 논란의 시작이었던 정우식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쉴 새 없이 MBC 드라마에'만' 낙하산 출연했다. 심지어 신인 배우 백여 명이 오디션을 거친 역할에 '꽂힌' 작품도 있을 정도였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 같은 '제2의 정유라 사건' 보도 이후에도 회사와 드라마 본부는 어떤 조사도, 자정 노력도 없이 이 사건을 덮어버렸다. 장근수 전 본부장의 '인사청탁은 없었다'는 보도자료만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장근수 전 본부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MBC강원영동 사장으로 영전했다"고 사측의 안이한 대처를 폭로했다.

드라마 PD들은 "드라마 왕국을 막장드라마로 만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면서 "더 이상 지난 9년의 MBC와 우리 스스로에게 냉소만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분노와 냉소는 오로지 이 모든 사태를 책임지고 떠나야 할 당신에게 향할 것"이라며 "김장겸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해당 성명에는 현재 방영 중인 <파수꾼>의 손형석 PD와 <군주>의 박원국 PD를 비롯, 총 39명의 드라마 PD가 이름을 올렸다. 아래는 드라마 PD들의 성명서 전문이다.

[드라마PD 성명] MBC를 막장 드라마로 만든 김장겸 사장은 물러나라!

지난 1월 불거진 배우 정우식의 '낙하산 캐스팅' 논란은 여전히 드라마국에서 '없던 일'이다. 비선실세 논란의 시작이었던 정윤회의 아들, 정우식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쉴 새 없이 MBC 드라마에'만' 낙하산 출연했다. 심지어 신인 배우 백 여명이 오디션을 거친 역할에 '꽂힌' 작품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제 2의 정유라 사건' 보도 이후에도 회사와 드라마 본부는 어떤 조사도, 자정노력도 없이 이 사건을 덮어버렸다. 장근수 전 본부장의 '인사청탁은 없었다'는 보도자료만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장근수 전 본부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MBC강원영동 사장으로 영전했다.

MBC 드라마의 경쟁력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한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명성이 사라진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하기 어렵다. 김재철-안광한-김장겸으로 이어진 경영진은, 뉴스 신뢰도 1위의 방송사를 7년 만에 뉴스 신뢰도 꼴찌로 만들었고, 이러한 스테이션 이미지의 추락은 올드해질 대로 올드해진 'MBC 드라마'의 브랜드 이미지로 이어졌다. 시청자들에게 MBC는 이제 '믿고 거르는' 채널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김-안-김의 적폐 경영진은 이 모든 것을 드라마PD들의 탓으로 돌린다. 드라마 브랜드 이미지 약화도 드라마 탓, 뉴스 경쟁력 저하도 메인 뉴스 앞뒤에서 시청률을 견인하지 못한 일일드라마 탓, 배우와 작가들이 가장 기피하는 방송사로 전락한 것도 그들을 영입하지 못한 드라마 피디 탓이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까

온갖 과오로 인해 사내 지지기반이 전무하다시피한 경영진들이, 이를 가리기 위한 '단순 실적 올리기'에 집착해왔고, 그 결과로 드라마의 경쟁력이 끊임없이 훼손돼 온 것을 사내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모든 드라마를 특정 예산에 맞추라는 오더는 사장이 재신임을 위해 실적을 챙겨야 할 때마다, 총선 등으로 정치 지형이 바뀌어 불안해 질 때마다 드라마 본부를 죄어왔다. 타사에 비해 유연성이 턱없이 부족한 드라마 예산정책은 '킬러 컨텐츠'를 만들어 낼 토양을 말살시켰다. 모든 드라마의 돈 안 드는 '연속극화', '로코화'는 시청자들의 발길을 CJ로, SBS로 돌리게 했다.

'무조건 맞춰라, 아니면 다 너희 탓'이라는 식의 드라마국을 향한 경영진의 '갑질'은 촬영 현장에서 장난감 수준의 소품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를 그려내야 하는 어느 동료의 자괴감으로, 낙하산 무명배우는 중견 배우 수준의 출연료를 맞추어 출연시켜줘야 하지만 그로 인한 제작비 초과는 책임져야 했던 어느 동료의 분노로, 이런 회사를 떠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어느 동료의 탄식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 우리의 동료 김민식 PD는 '김장겸은 사퇴하라'를 외치다 대기발령을 받았다. 우리들의 분노를 대신해 외쳤던 김민식 PD다. 파업 적극 가담자에게 왜 연출을 맡기느냐는 김장겸 사장과 경영진의 명령으로, 드라마 편성을 얘기하던 중 부당 전보되어 쫓겨 간 김민식 PD다. 이렇게 유능한 PD들은 쫓겨나고, 절망하고, 그리고 지난 2년간 드라마 PD 동료 9명이 '사랑했던' MBC를 떠났다.

한 마디로 총체적 막장극이다

이제는 '드라마 왕국'을 이런 막장으로 만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우리 드라마 피디들의 분노와, 탄식과 자괴감을 모아 한 목소리로 외친다.

김장겸 사장은 물러나라.
우리는 더 이상 막장 드라마로 전락한 MBC를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9년의 MBC와 우리 스스로에게 냉소만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분노와 냉소는 오로지 이 모든 사태를 책임지고 떠나야할 당신에게 향할 것이다.

김장겸은 사퇴하라. 김장겸은 사퇴하라. 김장겸은 사퇴하라.

6월 28일 드라마본부 PD

김민식 장재훈 손형석 김대진 이동윤 최병길 김호준 권성창 정대윤 김상협
이재진 윤영조 정지인 최준배 김희원 장준호 최정규 김성욱 김지현 박상훈
박원국 오현종 강   인 박승우 진창규 현솔잎 김형민 심소연 이동현 노영섭
박상우 송연화 이수현 한혜원 이월연 최정인 정상희 오다영 김윤진 (입사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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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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