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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식품을 일컫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일반적으로 생산량 증대 또는 유통 가공 상의 편의를 위해 기존의 육종 방법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개발한 농산물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제초제에 강한 작물을 만들기 위해 바이러스를 식물의 유전자에 결합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2001년부터 콩, 옥수수, 감자 등에 '유전자 변형 농산물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작물을 인위적으로 변형한 GMO에 대한 논의는 좀처럼 결론을 보지 못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GMO다>라는 책을 펴낸 최낙언 박사는 "GMO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GMO라는 것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일 중 하나일 뿐"이라며 여러 채널을 통해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GMO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을 또 한 편의 다큐가 등장했다. 6월 25일 방영된 < SBS스페셜 > '밥상 디톡스-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그것이다.

아이들의 발달 장애, 그 원인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오렌지와 레몬 농장이 있는 캘리포니아 툴레어 카운티. 이상하게도 이 농장 주변 마을에는 'ADHD', 자폐증 등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다른 곳에 비해 유독 많다. 그 이유를 UC 데이비스 마인드 연구소는 '유기계 살충제'에서 찾는다. 오렌지와 레몬 농장, 대규모로 키워지는 과실수들의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살충제가 거의 비처럼 뿌려진다. 그리고 그런 농장의 자녀들에게서 더 많은 발달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도시지역의 아이들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우, 식약청은 잔류 농약 기준을 만들고 허용 기준 이하의 경우에는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제작진은 서울 대형마트에서 한국인이 많이 소비하는 23가지 농산물들의 잔류 농약 여부를 조사했다. 검사 결과 식약청의 기준치를 허용한 농산물은 없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제품들을 밥상의 재료로 거듭, 혹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섭취했을 경우 전체적인 농약의 기준치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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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또 다른 장면. 16살인 제이콥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학교는 물론, 외출도 쉽지 않다.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먹으면 발진, 구토, 발작, 그리고 기억장애까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랜 검사 끝에 의사는 그 원인을 '옥수수'에서 찾았다. 오늘날 미국에서 키우는 대부분의 옥수수는 이 글의 서두에서 문제 제기된 GMO 옥수수다. 그저 옥수수를 먹지 않기만 하면 되는데 왜 제이콥은 학교에 가지 않을까?

GMO 옥수수의 사용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옥수수 자체로 만든 음식은 물론, 옥수수에서 추출한 과당으로 들어간 각종 시럽, 기름 등등. 또 옥수수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사료'다. 곡물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들로 만들어진 각종 고기류, 육가공품, 여기에 화장품, 의약품까지 옥수수의 활약은 무궁무진하다. 이 '무궁무진'한 활약을 위해 대량의 옥수수가 필요하고, 그러니 'GMO'를 통해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이 오늘날 '곡물 자본주의'의 순리가 되는 것이다. 옥수수 가공식품 문제는 GMO 재배 옥수수를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옥수수 끊자, 건강해진 아이... 밥상 디톡스의 기적

제이콥의 어머니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들로 도배된 외부와의 '연'을 끊고 옥수수와의 접촉면을 제거하자, 놀랍게도 제이콥의 증세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제이콥만이 아니다. 방송에 등장한 자폐아 스티븐의 경우도 변화된 밥상으로 기적을 낳았다. 세 살 때 자폐 판정을 받고, 8살까지 말을 하지 못하던 스티븐의 원인을 음식에서 찾은 어머니가 유기농 식단으로 밥상을 바꾸자 놀랍게도 자폐가 호전되기 시작했고 완치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SBS의 이런 '밥상 디톡스'는 어쩌면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방영된 <바디 버든> 2부작은 여성들의 자궁에서 벌어지는 각종 질병이 음식 등을 통해 우리 몸에 축적된 '독'에 의한 것임을 주장한 바 있다. 이 방송에서 치료법으로 제안된 것은  '유기농 식단'과 각종 발암 물질이 발생하는 그릇, 옷, 생리대와의 격리였다.

6월 25일 방영한 <밥상 디톡스>는 그 일상의 독성에 대한 문제 제기의 일환에서 '밥상'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각종 잔류 농약들과 GMO 농산물들이 우리 아이들의 몸에 일으키고 있는 변화를 그 증거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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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밥상 디톡스'는 쉽지 않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잔류 농약과 GMO 제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이란 어쩌면 판타지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쓴다. 유기농 제품, 무농약 제품은 물론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마트에서 사 온 채소 등을 베이킹소다, 식초, 혹은 야채 세제를 이용하여 씻고 먹인다. 하지만, 그조차도 여의치 않다. 유기농 제품과 무농약 제품의 경우 매장이 많지 않거나 값이 비싸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거나 바쁜 서민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 베이킹소다, 식초, 야채 전용세제 역시 수용성 잔류 농약은 제거되지만, 지용성 농약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경작지 중 친환경 재배지가 4.5%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유기농과 무농약 제품의 생산은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 제품에 GMO 여부를 표기해야 하지만, 최종 가공식품의 경우 3% 이하일 경우에는 굳이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도 문제다. 물론 수입 허가 이전에 GMO 제품에 대한 독성이나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나 미국 FDA의 검사는 매우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GMO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처럼, 그 평가의 대상이 한정적이란 게 문제다. 원료 기준으로 GMO 성분에 대한 완전 표기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은 여전히 입법 계류 중이다.

GMO와 관련된 논란은 20여 년간 지속하고 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것에 앞서 소비자들이 우선 어떤 제품에 GMO 성분이 들어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판단으로 먹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안정적으로, 쉽게, 싼 가격에 원하는 사람들이 무농약과 유기농 제품을 살 수 있도록 생산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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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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