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첫 방영한 JTBC <비긴 어게인>

지난 25일 첫 방영한 JTBC <비긴 어게인> ⓒ JTBC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MBC <일밤-나는 가수다>(아래 <나가수>)에서 진행 겸 경연자로 나온 이소라가 프로그램의 문을 열면서 그녀의 히트곡 '바람이 분다'를 부르던 그 때 그 장면을 말이다. 지난 25일 첫 방영한 JTBC <비긴 어게인>에 대한 관심도 순전히 이소라 때문이었다. 이소라 외에도 윤도현, 유희열이라는 쟁쟁한 뮤지션이 함께 출연했지만, 상대적으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윤도현, 유희열과 달리 이소라는 TV 출연이 잦은 가수는 아니었다. 그런 이소라가 음악 예능을 표방하긴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을 한다고 하니 당연히 만사 제쳐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버스킹 음악 예능을 표방하는 <비긴 어게인>은 2007년 국내에서 개봉하여 큰 인기를 모았던 음악 영화 <원스(Once)>(2006)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래서 <비긴 어게인>이 처음으로 버스킹을 시도한 장소도 <원스>의 배경이었던 아일랜드의 더블린이다. 더블린은 <원스>의 주인공들처럼 훌륭한 뮤지션을 꿈꾸며 거리 무대로 나서는 젊은 음악가들이 모여드는 버스킹의 도시다. 그곳에서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은 아일랜드의 버스커들과 어울리며 거리의 관객들에게 멋진 선율을 들려주고자 한다.

<비긴 어게인>의 첫 방송은 아무래도, 예능 출연이 흔하지 않은 이소라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이소라는 의외로 활달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특히 노홍철과 죽이 맞아 늘 노홍철과 함께 다니고자 한다. 유희열, 윤도현, 노홍철은 평소 예능에서 봤던 캐릭터와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행인 것은,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노홍철 이 네 출연진들의 합이 엄청 잘 맞는다는 것이다.

이소라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소라 하면 여전히 <나가수>에서 김건모의 탈락을 두고 "내가 좋아하는 김건모가 떨어져서 너무 슬프단 말이야"하면서 녹화실을 박차고 나가던 장면이 생각난다. 훗날 이소라가 MBC FM <정엽의 푸른밤>에 나와서 털어놓은 비화에 의하면, 당시 이소라는 서바이벌 포맷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었던 터라, 김건모의 탈락이 여러모로 충격으로 다가왔던 듯하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몰랐던 시청자들은 이소라의 행동을 이상하게 받아들였고, '이소라는 히스테릭하고 고집센 뮤지션'이라는 일종의 편견을 갖게 된다. 다행히도 이후 <나가수>를 통해 멋진 무대를 보여줌으로서 부정적인 여론을 반등시키는데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그 때 이소라가 짊어지고 가야했던 비판들은 두고두고 미안함으로 남는다.

<비긴 어게인>은 보통의 시청자들이 몰랐던 이소라의 숨은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비긴 어게인> 또한 유달리 섬세한 이소라 캐릭터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적어도 <비긴 어게인>에는 <나가수>처럼 출연 가수들을 극도의 긴장감으로 몰고가는 서바이벌 경쟁이 없다. 출연 뮤지션들에게 매일 1회 이상 버스킹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긴 하지만, 출연진들의 성향을 최대한 존중해서 촬영을 진행하고자 한다.

 지난 25일 첫 방영한 JTBC <비긴 어게인> 한 장면

지난 25일 첫 방영한 JTBC <비긴 어게인> 한 장면 ⓒ JTBC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음악 예능 

그래서 <비긴 어게인>은 방송 촬영에 임하는 출연진 들에게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한결 편안함을 안겨준다. 거기에 귀를 호강시켜주는 아름다운 음악들이 함께 하니 TV 앞에 앉아 저절로 힐링하는 기분이다.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시리즈,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이 신비한 잡학사전>과 같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과는 또다른 차원의 감동과 편안함을 안겨준다. 아무래도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좋은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는 감이 없고, 오히려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니까 말이다.

<나가수>,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SBS <판타스틱 듀오> 등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이 뮤지션에 대한 관심을 북돋는데 큰 일조를 하긴 했지만, 가끔은 경연 승패와 관계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 버스킹 음악 예능을 표방하는 <비긴 어게인>을 만났고, 그들의 음악 덕분에 잠시나마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버스킹의 본거지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찾아간 <비긴 어게인> 팀의 다음 여정이 궁금하다. 여력이 된다면 시즌제이든, 어떤 방식이든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 함께 하는 <비긴 어게인>이 좀 더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사실 <비긴 어게인>을 통해서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가진 뮤지션 이소라를 더 많이 만났으면 한다. 예민함으로 똘똘 뭉친 신비주의 뮤지션으로 간주되기 이전에, 이소라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이 시대 최고의 예술가다. 버스킹을 통해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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