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2017 NBA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보스턴 셀틱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필라델피아 76ers는 워싱턴 대학의 듀얼가드 마켈 펄츠를 지명했다. 2016-2017 시즌 대학리그에서 23.2득점 5.7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한 펄츠는 뛰어난 돌파력과 준수한 외곽슛, 그리고 감각적인 패싱 센스를 두루 갖추며 일찌감치 최대어로 주목 받았다.

2순위 지명권을 가진 LA 레이커스는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그만큼 장래성도 큰 장신 포인트가드 론조 볼을 지명했고 보스턴은 전천후 포워드 제이슨 테이텀을 선택했다. 4순위 지명권을 가진 피닉스 선즈의 선택은 미 대학농구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포워드로 꼽히는 캔자스 대학의 조쉬 잭슨이었다. 한편 잭슨에게 눈독을 들였던 뉴욕 닉스는 프랑스 출신의 포인트 가드 프랭크 니리키누를 지명했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신인 드래프트에 임한다. 하지만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당장의 전력 강화를 위해 드래프트 지명권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구단도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 멤버이자 3년 연속 올스타 출전, 2017년 올NBA 서드팀에 빛나는 시카고 불스의 에이스 지미 버틀러를 데려오기 위해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2명과 드래프트 7순위 지명권을 기꺼이 내놓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처럼 말이다.

 미네소타는 유망주들을 대거 내주고 올스타와 슈퍼스타의 경계에 있는 만27세의 스윙맨을 영입했다.

미네소타는 유망주들을 대거 내주고 올스타와 슈퍼스타의 경계에 있는 만27세의 스윙맨을 영입했다. ⓒ NBA.com



가넷 시대 끝난 후 길고 깊은 암흑기에 빠진 이리군단

미네소타는 지난 1989-1990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팀은 아니다. 같은 해에 창단한 샬롯 호네츠가 래리 존슨과 알론조 모닝 같은 우수한 신인들을 지명하며 창단 5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것에 비해 미니소타는 창단 후 7년 동안 하위권에 허덕였다. 드림팀1 멤버였던 백인 포워드 크리스찬 레이트너가 초창기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애초에 레이트너는 슈퍼스타 레벨로 성장할 정도의 재목은 아니었다.

미네소타가 강 팀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케빈 가넷과 스테픈 마버리가 뭉친 1996-1997 시즌부터였다. 만 20세의 가넷이 17득점8리바운드2.1블록슛, 만 19세의 마버리가 15.8득점7.8어시스트를 기록한 미네소타는 1996-1997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마버리가 미네소타 입단 3년 만에 뉴저지 네츠로 이적하면서 미네소타는 다시 가넷의 원맨팀이 됐다.

미네소타는 1996-1997 시즌을 시작으로 7년 연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이라는 지나치게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이에 미네소타에서는 2003-2004 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가드 샘 카셀과 라트렐 스프리웰을 영입하며 전력을 끌어 올렸고 창단 후 처음으로 서부 컨퍼런스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컨퍼런스 결승에서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버틴 레이커스를 만난 미네소타는 2승4패로 패하며 파이널 진출이 좌절됐다.

2007년 '외로운 늑대대장' 가넷이 보스턴으로 떠난 후 미네소타는 다시 긴 침체의 늪에 빠졌다. 2008년에 입단한 '더블더블 장인' 케빈 러브(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기넷의 뒤를 이어 미네소타를 이끌었지만 미네소타에는 러브를 받쳐 줄 만한 선수가 없었다. 결국 우승반지에 목말라 하던 러브 역시 2014년 클리블랜드로 떠났다.

미네소타는 2014년 러브가 남겨준 유산으로 캐나다 출신의 스몰 포워드 앤드류 위긴스를, 2015년에는 '차세대 거물' 칼 앤서니 타운스를 각각 영입하며 '포스트 가넷' 시대를 꿈꿨다. 덩크왕 잭 라빈 역시 젊음을 앞세워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장기 레이스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경험'이 부족했고 결국 2017년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날, 불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버틀러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버틀러-위긴스-타운스로 이어지는 젊은 삼각편대 구축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버림 받고 힘들게 성장한 버틀러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30번으로 지명됐을 정도로 주목 받는 유망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카고의 간판스타 데릭 로즈(닉스)의 부상을 틈 타 NBA 입성 3년 만에 주전으로 도약한 버틀러는 2014-2015 시즌 평균 20득점을 기록하며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버틀러는 지난 시즌에도 23.9득점 6.2리바운드5.5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명실상부한 불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현재 미네소타에는 불스 시절 버틀러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탐 티보듀 감독이 있다. 감독과 선수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버틀러가 새 팀에 적응하기에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원투펀치 타운스와 위긴스에 버틀러까지 가세하면서 미네소타는 지난 시즌 평균 23득점 이상 기록한 선수를 세 명이나 보유하게 됐다. 11.1득점9.1어시스트를 기록한 포인트가드 리키 루비오도 빼놓을 수 없는 미네소타의 핵심이다.

다만 나란히 주전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버틀러와 위긴스, 루비오가 모두 공을 오래 잡고 있어야 경기력이 살아나는 선수라는 사실은 미네소타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버틀러는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을 36.7%까지 끌어 올렸지만 기본적으로 외곽슛보다는 돌파를 기반으로 득점을 노리는 타입의 선수다. 만약 미네소타가 이적시장에서 슛이 좋은 새 포인트가드를 구한다면 루비오를 다른 팀으로 보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시카고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만 21세의 덩크왕 라빈과 만 22세의 포인트가드 던을 영입했다. 시카고는 미네소타로부터 받은 7순위 지명권으로 213cm의 좋은 신장에 외곽슛 능력까지 갖춘 애리조나 대학 출신의 백인 빅맨 라우리 마캐넌을 지명했다. 비록 팀의 에이스를 잃었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3명이 합류하며 리빌딩의 기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다만 기존의 론도와 웨이드를 비롯해 마이클 카터 윌리엄스, 제리안 그랜트에 라빈과 던까지 가세하면서 가드 포지션에 지나치게 많은 선수들이 모여 있다는 점은 불스의 약점이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는 4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추가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에이스 버틀러의 공백으로 인한 전력 약화 역시 시카고가 떠안아야 할 부분이다.

필라델피아는 최근 네 시즌 동안 무제한 탱킹(좋은 신인 지명권을 얻기 위해 시즌을 느슨하게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조엘 앰비드,자릴 오카포,밴 시몬스,마켈 펄츠 같은 유망주들을 수집했다.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 봄농구를 하지 못한 미네소타에게는 더 이상의 인내심이 남지 않았다. 미래가 밝은 유망주를 셋이나 포기하고 올스타 스윙맨 버틀러를 영입한 미네소타가 다가올 새 시즌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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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지미 버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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