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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총영사관 후문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부산 일본총영사관 후문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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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고 기념사업을 할 수 있는 관련 조례가 진통 끝에 부산시의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도 지원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부산 소녀상 조례'라고 불리기도 한 조례이다.

23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복지환경위원회에서는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쟁점이 됐다.

한일 양국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 언론뿐 아니라 NHK 등 일본 언론도 이례적으로 시의회 상임위 회의장을 찾아 취재를 벌였다. 지역 언론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상임위를 생중계하기까지 했다.

심의를 앞두고는 조례에 부정적인 의사를 보여 온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일부 조항을 삭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심의가 시작되자 오히려 한국당 의원들이 앞장서 조례를 강화하자는 의견을 앞다투어 냈다. 조례에 딴지를 거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조례는 모두의 동의 속에, 원안보다 일부 조항이 강화되어 통과했다. 구체적으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보조비를 원안인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고, 설과 추석 위문 지원금 50만원을 신설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23일 오후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에서는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일부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통과했다.
 23일 오후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에서는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일부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통과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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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유사 조례가 있는 지자체의 지원 폭이 최대 월 70만원이란 점에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불어 소녀상과 같은 조형물·동상 등 기념물을 설치·지원 및 관리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개인 또는 단체에 시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게끔 한 기념사업 조항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는 오는 30일 열리는 제262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다. 우호적인 시민여론과 여야 의원들의 반응을 종합할 때,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례가 통과하자 제정 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방청석에서 손뼉을 치며 감격했다. 장선화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진작 이렇게 심의가 되고 강화되어서 상정되어야 마땅했다"면서 "늦었지만 시의회 복지환경위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외교 갈등까지 불러온 '부산 소녀상 조례' 우여곡절의 시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 건 지난해 12월. 동구청이 소녀상을 불법 조형물이라며 즉각 강제 철거하자 전국적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부담을 느낀 동구청이 소녀상 설치를 묵인하기는 했지만 언제든 다시 철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뒤따랐다. 소녀상을 부산시 공공조형물로 지정하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그럴 경우 소유권이 부산시로 넘어간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이 23일 오후 부산시의회 앞에서 위안부 소녀상 지원 조례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바람대로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은 기자회견 뒤 열린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이 23일 오후 부산시의회 앞에서 위안부 소녀상 지원 조례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바람대로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은 기자회견 뒤 열린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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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례 제정 운동이 일었고, 더불어민주당 정명희 시의원이 조례를 대표 발의하면서 탄력이 붙는 듯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절대 다수인 상임위는 지난 5월 조례 심의조차 보류를 시켜버렸다.

이를 둘러싸고 지난 5월 19일에는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이 충돌했고, 책임 공방을 벌이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시민 여론은 악화했고 이날 다시 상정된 조례 심의를 앞두고 상임위 통과 여부에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이날도 시민단체는 상임위에 앞서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부산시의회 측은 뒤늦게라도 조례가 심의를 통과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진수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은 "국익과 아픈 역사를 같이 간직하는 것은 별개일 수 없다"면서 "본회의에서 무난한 통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그:#부산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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