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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을 두고 시끌벅적합니다. 보수언론과 재계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1만 원을 주는 고깃집 사장님이 있고, 편의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비용과 카드수수료 등을 줄일 수 있다면 시급 1만 원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마주 앉아 시급 1만 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정말 이상한 일일까요? <오마이뉴스>는 최저임금 1만 원의 실현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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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내준 주소를 검색했다. 스마트폰 속 지도를 보면서 골목골목을 다녔다. 지도 앱은 도착을 알렸다. 그러나 기자가 선 건물입구에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 이곳에 있다는 표시가 어디에도 없었다.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섰다. 조그마한 사무실 안에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천장에는 여러 단체의 팻말이 달려 있었다. 사무실구석 한편에 '알바노조' 팻말이 보였다. 그 아래 조그마한 책상 2개가 있었다.

명색이 글로벌 대기업과 단체교섭을 하는 노동조합인데, 그들이 매일 머리를 맞대는 공간은 생각보다 좁았다. 지난 16일 알바노조는 한국 맥도날드 유한회사(아래 맥도날드)와 단체교섭 첫 상견례를 했다.

책상 2개의 공간을 사용하는 '미니노동조합'과 글로벌 대기업의 단체교섭은 어땠을까. 단체교섭을이끌고 있는 우람 알바노조 정책팀장은 19일 기자에게 그날의 일을 담담하게 전했다.

1년 4개월 만에 만났지만...

우람 알바노조 정책팀장
 우람 알바노조 정책팀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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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인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며 교섭에 대한 준비를 하나도 해오지 않았다. 대충 정리하고 끝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우람 팀장의 말이다. 알바노조는 단체교섭 상견례까지 1년 4개월 동안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비공식적인 요구까지 고려하면, 그 세월은 2년을 훌쩍 넘는다.

알바노조에서는 현재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는 박준규 조합원과 우람 정책팀장을 포함한 6명이, 맥도날드 쪽에선 법무팀과 영업팀의 관계자 3명이 상견례에 참석했다. 단체교섭 참여 인원 법적 권고 최저인원 3명을 맞춘 것이다. 한국맥도날드 조주연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알바노조는 광범위한 노동조건을 다루는 단체교섭 자리인 만큼, 각 분야의 책임자들이 참석하길 원했지만, 회사는 3명 이상 참석할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도 이를 유지할 것이라 예고했다.

알바노조는 과거 맥도날드 알바노동자 중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사례가 있어, 노조 조합원 중 박준규씨 한 명만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에 맥도날드는 "노조가 공개한 것은 박준규 조합원 한 명이니 회사는 박씨의 노동조건만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노사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단체교섭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문제를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알바노조는 "교섭의 사회적 관심, 상징성,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를 고려할 때 언론 공개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게 하면 교섭에 임하기 불편하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우람 팀장은 "회사는 말 하나하나 언론에 나가면 부담되어서 어떻게 참석하겠냐는 식이다. 우리 입장에선 회사가 교섭을 안 보이게 대충 처리하고 싶어 대는 핑계로만 보였다"라고 말했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단체교섭에 돌입한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단체교섭에 돌입한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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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견례에서는 다음 단체교섭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 노조는 처음부터 맥도날드 본사에서 만나기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거절했다. 우람 팀장의 말이다.

"제3의 장소에서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교섭의 위상을 낮추는 것이다.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것인데 본사라는 장소가 아니면 어디에서 하겠다는 것이냐."

또한, 노조는 2015년있었던 알바노조의 '맥도날드 매장 항의방문' 경찰 재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2년이 지난 일의 조사가 하필 단체교섭이 시작되는 시점에 다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가 맥도날드에 처벌 불원서를 써 달라고 요청했지만 맥도날드는 당시 노조의 점거로 회사가 피해를 보았다며 거절했다. 맥도날드 쪽은 "맥도날드에서 직접 고발을 한 적이 없고 신고한 시위범위를 벗어나 경찰이 연행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시급 1만 원, 인력보강가능할까?

알바노조는 향후 교섭에서 매출에 따라 인건비를 통제하는 레이버컨트롤 제도를 뜯어고치고 인력 보강, 시급 1만 원 지급, 식대지급 등을 우선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우람 팀장은 "산업재해도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하다 보면 화상을 많이 입는다. 이는 일을 못 해서가 아니다. 계속 기름 앞에서 일하다 보니 대부분 노동자가 한두 개씩 상처를가지고 있다. 하지만 매장에 있는 연고를 바르는 것이 끝이다. 실제 일어나는 부상에 비해 1/10이 산재를 인정받는다고 들었다."

우람 정책팀장은 상견례 때 회사가 보여준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회사의 태도가 비협조적인 이유는 조합원 수가 적어 대표성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회사가 한 명을 위한 자리에 굳이 그렇게 많은 인원이 와야 하냐고 하더라. 회사는 교섭을 대충 처리해 끝내고 싶은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35조에 따르면, 조합원의 수가 사업장 근로자의 반 이상이 되지 않으면 단체교섭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조합원에게만 적용된다. 우람 팀장은 "최대한 많은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해 협약의 대상자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람 알바노조 정책팀장
 우람 알바노조 정책팀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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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조합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협약 내용을 적용해달라 요구했지만 받아줄지 모르겠다. 맥도날드에 1만8000명의노동자가 일을 한다고 하는데, 교섭 초기에 많은 노동자가 가입해야 더 긍정적인 협약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알바노조는 이번 단체교섭을 시작으로 여건이 된다면 다른 기업과도 교섭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람 정책팀장에게 알바노조가 첫 단체교섭 상대로 맥도날드를 택한 이유를 물었다.

우람 팀장은 "맥도날드가 준법기업, 글로벌 기업이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임금·노동강도 등에서 문제가 많다. 우리는 지속해서 문제 제기를 해왔고 그러다 보니 단체교섭까지오게 되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맥도날드의 일이 노동자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맥도날드가 좋은 회사로 나아가 근로자가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그:#맥도날드, #알바노조, #단체교섭,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최저시급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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