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소속 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마무리투수 캔리 잰슨을 필두로 투수진에서는 약점을 찾아보기 거의 힘든 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1988년을 마지막으로 월드 챔피언은 커녕 내셔널리그 챔피언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류현진이 다저스에 합류한 2013년부터 다저스는 4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정규 시즌에는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만 가면 그 압도적인 전력이 거짓말 같이 무기력해지면서 월드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그랬던 다저스가 올 시즌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에만 해도 열악한 득점 지원으로 인하여 류현진이 쉽게 승리를 챙기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뜨겁게 타오르는 타선으로 승부를 내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홈런 급증한 다저스 타선, 벨린저의 질주

다저스는 올 시즌 4점 이상 득점한 경기가 4월에는 12경기였고, 5월에는 22경기였다. 그랬던 다저스가 6월에 있었던 18경기 중 벌써 11경기에서 4점 이상의 득점을 해냈다. 게다가 6월에 상대해 온 팀들은 밀워키 브루어스, 워싱턴 내셔널스,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그리고 뉴욕 메츠였다는 점에서 다저스의 상승세가 무서움을 알 수 있다.

내셔널스와 브루어스, 메츠 그리고 레즈는 내셔널리그 팀 홈런 부문에 있어서 리그 1~4위를 휩쓸고 있는 팀들이었다. 다저스는 그런 팀들을 상대로 11승 3패의 압도적 성적을 기록했다. 또한 인디언스와의 인터리그에서도 2승 1패를 기록했는데, 지난 시즌 마리아노 리베라 상을 수상했던 앤드류 밀러까지 무너뜨릴 정도로 타선의 힘이 매서웠다.

최근에 이러한 활약으로 인하여 다저스는 6월 21일(이하 한국 시각) 기준으로 팀 홈런 95개로 리그 7위까지 올랐다. 놀랍게도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는 콜로라도 로키스보다도 팀 홈런이 7개나 더 많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올 시즌 다저스의 무서운 신인 코디 벨린저가 있다. 애리조나 주 출신의 좌투좌타 1루수 겸 외야수 벨린저는 2013년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124순번 지명으로 다저스에 입단했다. 원래 다저스의 좌익수 자리는 베테랑 외야수 안드레 이디어가 있었지만, 이디어가 부상으로 인하여 최근 몇 년 동안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그 자리를 차지한 벨린저는 올 시즌 52경기에 출전하여 무려 22개의 홈런을 날렸다(2.36경기 당 1개).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홈런 행진이 이어졌던 것은 아니고, 4월 말에 마이너리그에서 콜업되어 진행되고 있는 기록이다.

벨린저는 스프링 캠프 때에는 예전에 박찬호와 조시 베켓이 다저스에서 사용했던 61번 등번호를 쓰다가, 메이저리그에 콜업되면서 35번을 달고 뛰고 있다. 벨린저는 4월 30일 경기에서 데뷔 첫 홈런을 날렸는데, 홈런을 친 첫 날부터 1경기 2홈런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5월 6일 경기에서 다시 2홈런을 날린 벨린저는 5월에 9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서서히 홈런 레이스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18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무려 11개의 홈런을 날리는 등 점점 홈런 페이스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벨린저는 특히 14일 인디언스와의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특히 8회초 공격에서 나왔던 홈런은 지난 시즌 마리아노 리베라 상을 수상했던 앤드류 밀러를 상대로 나온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메이저리그 전체에 큰 임팩트를 남겼다. 게다가 피장타율 0.123이었던 밀러의 슬라이더를 받아 쳐서 넘긴 타구였다.

데뷔 후 51경기 만에 21홈런을 기록한 벨린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단 경기 21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 21일까지 22홈런을 날린 벨린저는 현재 내셔널리그 홈런 단독 1위에 올라 데뷔 시즌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터너, 시거, 푸이그 등 기존 타자들의 각성

다저스 타선이 더욱 무서운 점은 벨린저 혼자 뜨거운 타격을 선보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주전 3루수 저스틴 터너는 올 시즌 49겯기 177타수에서 무려 69개의 안타(4홈런)를 날리며 타격왕에 도전하고 있다.

터너의 타격왕 도전 여부와 더불어 시즌 4할 타율 도전에 대한 관심도 크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타율 4할이 나온 마지막 기록은 1941년 테드 윌리엄스(당시 보스턴 레드삭스)가 마지막이었다. 3할 7푼 대 타율도 2004년 이치로 스즈키(현 마이애미 말린스)가 마지막이었다. 다만 시즌 경기 수가 달랐기 때문에 단일 시즌 안타에서는 2004년 이치로가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3년차를 맞이하는 주전 유격수 코리 시거 역시 방망이가 뜨겁다. 시거는 올 시즌 70경기 출전에 0.293의 타율을 기록, 홈런도 12개로 여전히 식지 않은 방망이를 시전했다. 시거와 함께 팀내 홈런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 역시 팀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아직 일부 선수들은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외야수 작 피더슨은 올 시즌 타율이 아직 0.216에 머물고 있다. 풀 타임 3년차에 접어들었고 두 번 모두 25홈런 이상의 시즌을 기록했지만 타율 0.250을 넘은 시즌이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향후 입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내야수 애드리안 곤잘레스는 올 시즌 49경기에서 아직 단 1개의 홈런에 그치고 있다. 이전부터 워낙 타격 자체는 좋은 성적을 낸 편이라 타율은 0.255로 그렇게 심하게 낮지는 않은데, 어느덧 만 35세에 접어든 나이로 인하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도 40홈런을 쳤던 장타력은 최근 들어 급격한 노쇠를 겪고 있다.

물론 곤잘레스는 다저스에 온 이후에도 꾸준히 20홈런 이상을 날렸다. 그러나 2016년 18홈런으로 장타력이 급감했고, 올해에는 5월 27일이 되어서야 시즌 첫 홈런을 날리는 등 예전의 장타력이 실종되었다.

아직 100%는 아닌 다저스 타선, 포스트 시즌에서도 불타오를까

다저스는 메츠와의 시리즈에서도 2경기에서 22점을 쏟아 부으며 메츠의 마운드를 맹폭했다. 그러나 이렇게 불타오르는 타선이 또 언제 식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다저스는 나쁘지 않은 타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 챔피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다저스는 커쇼와 잭 그레인키 그리고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선발 3인방이 있었다. 물론 류현진이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아서 3명이 모두 활약한 시즌은 2번에 불과했지만, 그 만큼 다저스의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었다.

다저스는 2013년에도 6월까지 지구 최하위에 머물다가 전반기 마감 시점에 승률 5할을 맞추고, 무서운 기세를 이어가 6개 지구 중 가장 먼저 지구 우승을 확정지은 바가 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맞이하여 당시 신예 투수였던 마이클 와카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와카를 상대로 한 점도 못 내는 바람에 커쇼는 2경기 모두 득점 지원 없이 패배를 당했다.

그래도 2013년과 2014년에는 다저스 팀 타율이 리그 3위와 2위였다. 그러나 2015년 팀 타율은 리그 10위로 떨어졌고, 2016년에도 팀 타율은 리그 11위였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2015년에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던 왼손 투수 상대 팀 타율이 2016년에 리그 꼴찌(0.214)까지 떨어진 이유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올해에는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0.258)과 왼손 투수 상대 타율(0.248)의 격차는 크지 않다. 다만 피더슨이나 곤잘레스 등 일부 타자들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직 불안 요소이다.

현재 뜨겁게 불타고 있는 벨린저의 방망이가 언제 식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다저스는 피더슨이 풀 타임 첫 시즌인 2015년에도 전반기에는 0.230 타율에 20홈런으로 나름 장타력을 뽐냈지만, 후반기에는 0.178 타율에 6홈런으로 방망이가 싸늘하게 식었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봤을 때 다저스는 정규 시즌에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던 타선이 포스트 시즌만 가면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내내 일정한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겠지만, 가장 중요한 포스트 시즌에서 방망이가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것은 다저스에게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저스는 메츠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인 23일에 류현진이 등판할 예정이다. 메츠 마운드를 상대로 맹렬하게 폭격을 퍼붓는 다저스 타선이 그 날에도 메츠 마운드를 맹폭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다. 다저스 타선이 잠깐 불타오르는 정도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올 시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닐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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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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