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분, 인천 유나이티드 채프만(파랑검정 줄무늬 5번)이 헤더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78분, 인천 유나이티드 채프만(파랑검정 줄무늬 5번)이 헤더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50일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꼴지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에 극장 골을 얻어맞으며 분루를 삼켰다. 1골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순간이 분명히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할 경기다. 축구장에서 고비를 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또 한 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8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내주는 바람에 1-1로 비기고 말았다.

1골 지키기? 기회는 더 없었을까?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경기장으로 내준 안방에 돌아오기까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50일간 불편한 어웨이 일정을 견뎌야 했다. 꼴찌 팀으로서 이 기간 동안 1승 2무 2패(5득점 6실점)를 기록했으니 최악의 결과는 아니라고 평가할 만했다.

모처럼 돌아온 안방에서 다시 만난 상대 팀은 지난 5월 3일 시즌 첫 승리를 어웨이 경기를 통해 만들어냈던 상주 상무다. 그들도 최근 5경기 기록이 1무 4패(4득점 12실점)로 형편없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절박함은 똑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전 상주의 공세를 잘 막아낸 인천 유나이티드는 5540명 홈팬들에게 첫 승리 기쁨을 안기기 위해 더 많이 뛰었다. 그 결실이 78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만들어졌다. 최종환이 오른쪽 구석에서 차 올린 공을 호주 출신 수비수 채프만이 헤더로 돌려넣은 것. 상주 공격수 조영철이 채프만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채프만의 헤더 타이밍이 반 박자 빨랐다.

축구장 최고의 순간은 바로 그 때부터 펼쳐졌다. 실력자들을 상대하며 1골 지키기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점 자판기가 됐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상주 상무 선수들은 보다 공격적으로 올라설 수밖에 없었다.

 81분,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귀중한 역습 기회, 이정빈이 드리블하고 있다.

81분,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귀중한 역습 기회, 이정빈이 드리블하고 있다. ⓒ 심재철


바로 그 지점이 인천 유나이티드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는 것이다. 분명히 상대 선수들은 공간을 내줄 것이고 빠르면서도 정확한 역습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 순간이 만들어진다. 이 순간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축구에서는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선취골을 터뜨리고 딱 3분 뒤에 바로 그 순간이 다가왔다. 81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한석종-골잡이 달리로 이어진 역습 패스가 매끄럽게 공격형 미드필더 이정빈에게 배달된 것이다. 이정빈은 혼자서 물러서고 있는 상주 수비수 임채민을 앞에 두고 빠른 드리블을 택했다.

하지만 이정빈은 오른쪽 공간으로 뛰던 달리, 왼쪽 공간으로 뛰던 송시우를 겨냥한 패스 타이밍을 모두 놓치고 확률 떨어지는 중거리슛을 택했다. 크로스바를 넘어 날아가는 공이 이 경기 인천 유나이티드의 운명을 예고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정빈은 86분에도 또 하나의 역습 기회로 상주 상무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오승훈 골키퍼가 멀리까지 달려나오면서 간발의 차이로 공을 걷어내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도 이정빈은 이 두 차례의 역습 기회를 추가골로 만들지 못한 것 때문에 50일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일요일 밤,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김병오의 결정적 한방

지난 시즌 승격 팀 수원 FC의 날개 공격을 날카롭게 이끌었던 김병오가 입대하여 상주의 듬직한 날개로 변신했다. 이전까지 9경기 1득점이라는 공격 포인트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김병오의 왼발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경기였다.

41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이 가까스로 막아낸 김병오의 얼리 크로스는 수준급이었다. 김호남과 유준수가 연거푸 슛을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51분에도 오른발 대각선 강슛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여전히 알렸다. 68분에는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 하프 발리 슛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90+4분, 상주 상무 김병오의 극장 골 순간!

90+4분, 상주 상무 김병오의 극장 골 순간! ⓒ 심재철


김병오의 왼발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입증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지난 해 수원 FC 해결사로서의 본능이 다시 한 번 깨어난 경기였다. 후반전 추가 시간 6분이 표시되고도 3분이 훨씬 지난 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인천 골문으로부터 약 7미터 가량 되는 대각선 위치에서 등을 지고 공을 잡은 김병오는 뒤에서 달라붙어서 방해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새내기 풀백 김동민을 기막히게 따돌렸다. 오른발 아웃사이드 터치로 부드럽게 공을 두 차례 건드린 다음 90도 가량 회전하며 왼발 슛을 짧게 끊어서 때린 것이다. 0.5초도 안 되는 순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인천 유나이티드 김동민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김병오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골문 왼쪽 톱 코너를 꿰뚫었다. 순발력 뛰어난 골키퍼 이태희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이었고, 슛 스피드도 대단했다. 아무도 이의제기할 수 없는 완벽한 극장 골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241초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른바 1골 승부 살얼음판에서 단순히 지켜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입증하는 마무리였다. 위험 지역 밖으로 상대 팀 요주의 인물을 밀어내는 수비 조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팀이 어설프게 끝나는 시간만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 셈이다.

무엇보다도 인천 유나이티드는 추가 골을 터뜨려 완승을 거둘 수 있는 분명한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반드시 돌아오는 승리의 기회, 그 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꼴찌 탈출 시나리오는 허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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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14R 결과(18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상주 상무 [득점 : 채프만(78분,도움-최종환) / 김병오(90+4분)]

◇ 2017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순위표
1 전북 현대 28점 8승 4무 2패 20득점 9실점 +11
2 울산 현대 25점 7승 4무 3패 14득점 16실점 -2
3 강원 FC 24점 7승 3무 4패 22득점 19실점 +3
4 제주 유나이티드 23점 7승 2무 4패 25득점 13실점 +12
5 포항 스틸러스 22점 7승 1무 6패 22득점 19실점 +3
6 FC 서울 20점 5승 5무 4패 18득점 15실점 +3
7 수원 블루윙즈 20점 5승 5무 4패 18득점 17실점 +1
8 상주 상무 16점 4승 4무 6패 15득점 22실점 -7
9 전남 드래곤즈 15점 5승 9패 23득점 24실점 -1
10 대구 FC 13점 3승 4무 7패 17득점 22실점 -5
11 광주 FC 12점 2승 6무 5패 9득점 17실점 -8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9점 1승 6무 7패 13득점 23실점 -10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K리그 클래식 상주 상무 김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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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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