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6시 30분에 방영하는 MBC <일밤-세모방:세상의 모든 방송>(이하 <세모방>)은 국내 최초로 프로그램 간, 방송사 간 장벽을 허무는 협업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세모방>과 함께하는 협업 프로그램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장르, 소재를 초월한다. 첫 회부터 3회까지는 낚시 방송, 실버 예능, 몽골 유목민 탐방 방송이 <세모방>과 함께했다면, 지난 18일 방영한 4회에서는 한국의 예능 스타들이 어린이 예능, 인도네시아 홈쇼핑 방송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청률은 4~5%대에서 머무는 수준이지만, <세모방>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특히 1~3회에 등장했던 리빙TV 낚시 예능 <형제꽝조사>의 꽝PD는 <세모방>을 통해 일약 유명 인사가 되었다. 박수홍, 남희석, 김수용이 참여했던 몽골 유목민 예능은 <세모방>과의 협업 이후 시청률이 올라가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방송국 경계 허문 <세모방>... 의미있는 시도

 인도네시아 홈쇼핑과 콜라보 방송을 만든 <일밤-세모방>

인도네시아 홈쇼핑과 콜라보 방송을 만든 <일밤-세모방> ⓒ MBC


지난 18일 방영분에 등장한 대교 어린이TV <한다면 한다! 한다맨>(이하 <한다맨>), 인도네시아 <레젤홈쇼핑>과의 콜라보레이션 방송에 대한 반응도 호의적이다. <레젤 홈쇼핑>과의 협업은 정작 판매 제품 완판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자아내긴 했지만, 한국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인도네시아 홈쇼핑 문화를 알렸다는 점에 있어서 나름 의미 있는 시도로 비춰진다.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면, <세모방>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에게 유독 오버 액션을 강조한다. 한때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오버 액션이 즐비했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기와 맞물려 과장되고 인위적인 행동과 대사 대신 자연스러운(이 또한 사전에 계산된 행동이지만) 액션을 추구하는 공중파 예능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세모방>과 일일 협업에 나선 케이블, 해외 방송들의 오버 액션은 의외로 낯설고도 신선한 웃음을 자아낸다.

앞서 <세모방> 1~3회에 등장했던 <형제꽝조사>는 꽝PD의 지시대로 모든 출연진들이 일사천리로 움직여야만 했다. 4회에 등장한 인도네시아 홈쇼핑을 이끄는 PD는 흡사 마에스트로(명지휘자) 뺨치는 혼신이 담긴 지휘를 보여준다. <한다맨> 또한 <형제꽝조사>, 인도네시아 홈쇼핑과 매한가지로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공통점이 있지만, 출연진들을 대하는 제작진의 디렉팅이 부드럽고 유하다. 프로그램 성격과 주제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을 이끄는 PD들의 성향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세모방>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PD를 보는 재미가 솔깃하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프로그램을 총괄 진행하는 PD에 많은 시선이 가게 되고, 웃음 포인트도 PD의 특이한 연출법에 초점이 맞춰진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모든 방송

ⓒ MBC


ⓒ MBC


<세모방>을 통해 <형제꽝조사>의 꽝PD가 스타덤에 오르고, 쇼호스트의 속사포 제품 설명이 눈에 띄는 인도네시아의 기상천외 홈쇼핑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긴 했지만 <세모방>에 등장한 모든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지난 18일 방영한 4회에서는 <한다맨>, 인도네시아 홈쇼핑 모두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지만, 1~3회 같은 경우,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대개 <형제꽝조사>에 쏠려 있었다. <형제꽝조사> 꽝PD가 워낙 개성이 강해 시선이 자꾸만 그쪽으로 가기도 했지만, 문제는 <형제꽝조사>만 화제 선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세모방>이 다루는 프로그램은 다양하고도 천차만별이다. 매회 특정 프로그램과 콜라보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프로그램과 함께하고자 한다. 자연스레 협업하는 방송들이 가진 고유한 특성상 프로그램 간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조금이라도 지루한 틈이 생기면 바로 채널을 돌린다. 국내 최초 방송사 간 협업을 시도하고, 유명하지 않은 좋은 프로그램을 대중에게 알리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는 <세모방>이 꽝PD라는 스타를 배출했음에도 여전히 시청률이 4~5%대에 머무르는 것은 <세모방> 제작진이 고민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행히 지난 4회에 등장한 <한다맨>, 인도네시아 홈쇼핑 방송은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고, 다음 주 방영하는 제주도 지역 방송과의 콜라보도 어떤 장면을 보여줄지 짐짓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세모방>은 기획 의도 자체가 흥미롭다. 그래도 <세모방> 덕분에 <형제꽝조사>라는 1인 제작 방송을 알게 되고, <한다맨>을 통해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프로그램 아닐까. 부디 국내외 방송사 간의 장벽을 허물고 협업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세모방>이 일요일 밤을 책임지는 예능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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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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