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카타르에 패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불확실해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물러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대표팀에 대한 실망이 K리그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지만 K리그 최고의 더비인 '슈퍼매치'는 달랐다.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이자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 '슈퍼매치'란 이름값에 비추어본다면 아쉬움이 남는 2만140명의 관중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두 팀은 한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만한 시원한 경기력으로 K리그의 힘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FC 서울이 지난 18일 오후 6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4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서울은 5승 5무 4패를 기록하며, 이날 맞대결을 벌인 수원을 따돌리고 6위로 올라섰다.

'상암의 왕', 슈퍼매치 승리를 가져오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하대성과 수원 이종성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하대성과 수원 이종성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하대성이었다. 서울에서 3년 6개월여 만의 선발 복귀전에서 '상암의 왕'이란 별명에 걸맞은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초반은 라이벌전답게 치열한 중원 싸움이 이어졌다. 서울이 하대성과 주세종, 오스마르를 앞세워 중원을 장악하려 하면, 수원은 '제2의 권창훈'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종우와 이종성으로 대응했다. 두 팀 모두 강한 압박을 주고받으면서, 좀처럼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팽팽한 흐름 속에서도 균형은 깨지기 일쑤였다.

전반 33분 이규로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하대성이 절묘한 헤딩슛으로 연결해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3년 6개월여 만의 선발 복귀전, 그것도 라이벌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린 득점이었다. 비록, 2분 만에 '수원 호날두' 조나탄에게 동점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하대성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초반만 해도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하며 볼을 놓치는 모습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의 기량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볼 트래핑, 좌우로 벌려주거나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침투 패스를 시도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공간이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멀티골까지 노렸다.

하대성이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주세종까지 살아났다. 강한 전방 압박에 앞장서며 상대의 볼을 여러 차례 빼앗아 냈고, 날카로운 패스와 침투 능력을 뽐내며 공수 양면에서 힘을 보탰다.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준 오스마르까지 힘을 더하면서, 서울은 중원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자 조용하던 윤일록이 승부를 결정지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22분 이규로의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침묵을 가져왔다. 윤일록의 결정력도 돋보였지만, 하대성의 선제골에 이어 결승골까지 도운 이규로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이 5경기 만에 승리를 맛봤다. 하위권까지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돌아온 하대성이 팀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부활 알린 하대성,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

하대성은 '상암의 왕'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안정적인 볼 트래핑과 날카로운 패싱력에 득점력까지 가졌다. 그는 2012시즌 프로축구 올해의 선수상이 증명하듯이 K리그 최고의 미드필드였다. 아쉽게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란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전성기였던 데얀, 몰리냐와 함께 서울의 신바람 축구를 이끌었다.

그랬던 하대성이 올겨울 친정팀 서울로 돌아왔고, 팬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일찌감치 서울로 돌아왔던 데얀과 재회는 물론, 박주영과 호흡도 기대됐다. 서울의 공격력을 끌어올려 줬던 다카하기가 팀을 떠난 만큼, 하대성의 활약이 올 시즌 서울의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도 평가받았다. 그러나 하대성은 2라운드 강원 FC 원정 경기 이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교체 출전)

부상이 문제였다. 하대성은 서울을 떠난 이후부터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베이징 궈안(중국)에서는 그나마 경기 출전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2016시즌 새롭게 둥지를 틀었던 FC 도쿄(일본)에서는 부상으로 인해 뛰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한 시즌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나고야 그램퍼스(일본)로 임대를 떠나야 했고, 그곳에서조차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루빨리 부상을 떨쳐내고, 그라운드 위를 질주하고 싶었을 것이다. 돌아온 친정팀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고 싶었을 것이다. 소속팀 서울이 리그와 FA컵은 물론 2017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라운드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강해졌다. 그의 간절함에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

마침내 서울에서 3년 6개월여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고, 팀 승리까지 이끌었다. 과거를 추억하던 팬들의 기대를 만족하게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100%의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날 승리를 계기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본인은 물론 팀의 반등까지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올 시즌 데얀에만 의존하던 답답한 공격에 해결책이 생겼다. 하대성의 발끝에서 출발하는 날카로운 패스 덕분에 데얀과 박주영, 윤일록 등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장점이 더욱 돋보일 수 있게 됐다. 상암에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시원한 중거리 슈팅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2대1로 승리한 서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2대1로 승리한 서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엇보다 중원에서 홀로 분전하던 주세종이 큰 힘을 얻게 됐다. 하대성의 존재감이 더 커진다면, 풍부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주세종이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중거리 슈팅과 침투 능력에도 장점이 있는 선수인 만큼, 공격력도 더욱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오스마르 역시 빌드업에 대한 부담을 하대성과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되면서, 본업인 수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상암의 왕'의 화려한 부활과 슈퍼매치에서의 승리. '디펜딩 챔피언' 서울의 시즌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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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FC서울VS수원삼성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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