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코엑스에서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 23회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서울 코엑스에서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 23회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모두 고생 했는데 사람들 관심도 많아 보람되고 좋네요. 사실 작년까지 기자들도 이렇게까지 관심 없었어요. 14일 첫날, 일간지 기자분들도 다 오시고."

뜨끔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23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의 말을 듣고서다. 사실 나도 별 관심은 없었다. '마포 김사장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읽기 전까지는. 그 내용은 이랬다.

'어쩌다보니 서울국제도서전의 기획+홍보를 맡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출판사 및 독자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평가도 나빴다. 뉴스거리가 없어 언론도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다. 하여 이번에 도서전에 온 독자들이 '아아 지금까지와는 달리 뭔지 모르게 재미있다'라고 여길 수 있도록 이런 저런 행사를 많이 마련했으니, 관심을 기울여 달라.'

메일을 빙자한 이런 보도자료는 처음이었다. 아이디어가 재밌었다. 당연히 관심이 갔다.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기사도 등장했다. 부랴부랴 일정을 잡고 행사 둘째날인 15일 오전 10시 문여는 시간에 맞춰 전시장에 들어섰다. 마포 김사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전시장을 찾은 시민은 한눈에 봐도 많았다. 서둘러 전시장을 한바퀴 휙 둘러보았다.

그때 뽑기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사은품을 나눠주는 한 남자가 포착됐다. 목에는 '주최자'라는 네임택이 걸려있었다. 직감했다. 마포 김 사장이라는 것을. 부스 이름을 확인하니 북스피어다. 어쩌다보니 강남에서 마포 김사장을 찾았다.

마포 김사장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마포 김사장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 주최자가 왜 여기 있나.

"주최자이긴 하지만, 제 서점이기도 하니까요. 어제는 이 뽑기공이 다 나갈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 전시장 다 둘러보진 않았지만, 준비하느라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생 많았죠.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 해서 더 관심이 큰 것 같아요. 특히 통영 <봄날의 책방>처럼 지역에서 올라온 책방 관계자분들은 그 짐 다 싸들고 오느라 고생하셨을 거예요. 그래도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와줘서 좋습니다. 힘들게 왔는데, 사람도 없고 책도 안 팔리면 속상하잖아요."

- 14일 개막 이후 평일에 이 정도면 주말에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도서전에서 이건 꼭 보고 가야 한다는 게 있다면 추천해 달라.
"'서점의 시대'는 꼭 보셔야 해요. 최근 전문화된 서점들이 많이 생겼어요. 고양이 전문 서점, 추리 전문 서점, 여행 전문 서점 등. 스무 군데가 넘는 책방에 일일이 전화하고 섭외하면서 공을 많이 들였거든요. 보통 이런 도서전에 오면 박리다매 격으로 책을 팔고 사고 하는데만 관심이 많잖아요. 책을 들여다볼 시간이 별로 없죠. 그래서 전문 서점들에게 각자 개성이 드러나는 책을 큐레이션 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어요. 독자에게도 책방에게도 좋지 않을까 해서요.

이번엔 사전예약을 통한 참가가 많아요. '맞춤형 책을 처방해드립니다'나, '필사의 시간' 등이 그래요. 저 개인적으로도 작가를 직접 만나는 게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아서 과학, 장르문학, 글쓰기 전문가들이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책을 처방해주는 행사를 기획했어요. 또 필사의 시간은 독자가 보낸 사연을 읽고 시인이 시를 추천하면, 그걸 현장에서 직접 필사하는 거예요. 그리고 돌아다니다 보면 책 자판기를 발견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것도 눈여겨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 23회 서울국제도서전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 23회 서울국제도서전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마포 김사장을 뒤로 하고 다시 나선 전시장 투어. 오후로 지나면서 사람들의 열기는 더했다. 중앙에 자리한 '서점의 시대' 공간은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과 슬쩍슬쩍 어깨가 부딪혔다. 음료 판매대에는 줄이 길다. 부스 안에 마련된 책을 들여다 보려면 약간의 대기가 필요한 곳도 생겨난다. 그러나 책을 보는 사람도, 책을 소개하는 관계자의 얼굴에도 미소가 흐른다. 오랜만에 소통하는 기분이 든달까. '서점의 시대'에 초청받은 책방 주인장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 상기된 얼굴이었다.

속초 동아서점에서 큐레이션한 책들.
 속초 동아서점에서 큐레이션한 책들.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매니저
"특별전이라 지역 서점 자격으로 초청받아 왔다. 예상보다 많이 팔려서 책이 없다(속마음 더 많이 가져올 걸, 엉엉). 큐레이션 해서 가져온 5권 가운데 <몸의 일기>, <날씨의 맛>, <정원생활자>가 품절되었다. 착잡하다. 책이 없어서... 이런 경우 처음이다. 지역 서점은 서울에서 평소 갈 수 없는 곳이지 않나. 속초 동아서점과 똑같지는 않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보여드리려고 큐레이션 해왔다. 안쪽은 서점에서 하고 있는 기획전을 떼온 것이고, 이번에 큐레이션 한 것은 5권이다. 한 가지 분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책들, 역사인지 과학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들을 가져왔다. 그래서 안 팔릴 거라 생각했는데 다 팔렸다. 책을 너무 조금 가져왔다(속마음 엉엉)."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대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대표.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서울 은평]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대표
"이런 전시장에서 부스를 차린 것은 처음이다. 사실 이런 데 들어오는 게 비싸지 않나. 다행히 이번에는 초정해주셔서 가능했다. 특히나 어제는 김정숙 여사님이 오셔서... 예전에 공부할 때 청계천 헌책방에 자주 다니신 추억이 있어서 일부러 이곳에 와주셨던 것 같다. 악수도 했다. 저녁에 손도 안 씻었다(웃음). 사람들이 많이 찾아줘서 너무 좋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서울에 있지만 은평구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지 않다. 온라인으로 책을 파는 것도 아니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 이렇게 나와 인스타그램 친구로만 알고 있던 독자들을 만나게 되고 응원도 해주시니 너무 좋다. 이번 우리 서점에서 큐레이션한 것은 '앨리스'다. 각국의 앨리스와 우리나라 앨리스를 시대 순으로 정리했다. 특히 제 저서를 사면 타로카드 점을 봐준다. 우리 부스에서 가장 핫한 건 나다."

<남해의 봄날>에서 큐레이션 한 책들.
 <남해의 봄날>에서 큐레이션 한 책들.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통영] 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 
"오랫동안 지방에 있다가 사람 많은 게 약간 적응은 안 된다. 도서전에 처음 나오는 거다. 처음 나와서 그런지 독자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온다. 서울에서 만날 일이 없으니까. 알고 찾아오는 독자가 너무 많다. 진짜 많다. 큐레이션한 건 통영 문화, 지역의 삶을 알 수 있는 책을 골랐다. 김탁환 작가의 <엄마의 골목> 등과 남해의 봄날 베스트셀러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시집> 등이다. 최근 예능 '알아두면 쓸데 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뜰신잡)에 통영이 나왔는데, <통영 예술기행>에 나오는 내용도 많더라. 작가가 읽었을 거라 장담한다. 날이면 날마다 서울에 있는 게 아니니 이번 주말 꼭 놀러오세요."

<숲속 작은 책방> 백창화씨.
 <숲속 작은 책방> 백창화씨.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괴산] 숲속 작은 책방, 백창화
"시골에 있어서 오고 싶어도 못 오는 독자분들이 많이 오신다. 우리 책방에서 제가 가장 많이 팔고 좋아하는 책 5권을 선정했다. 여기 나온 서점 스무 군데 중에서 어린이책 관련 부스가 없더라. 그래서 또 특별히 그림책 특히 우리 창작 그림책 15종을 들고 나왔다. 그림책 발견하고 많이 사가고 있다. 어린이 서점이 하나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특히 어린이 책은 누가 골라주고 추천해주는 게 중요한데, 여기서는 제가 고르고 검증해서 특별히 좋다고 하는 것을 팔기 때문에 더 많이 구입하시는 것 같다. 그게 서점의 역할이지 않나.

가장 반응이 핫한 것은 <한치 앞도 모르면서>이다. 다 팔려서 추가로 주문했다. 이 저자 사인회를 17일에 한다. 서점의 시대 기획전을 널리 알리면서 올해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많이 오는 것 같다. 여기 모인 스무 개의 서점들이 나름 자기 팬을 가지고 있는 책방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효과도 좀 있는 것 같다. 이번 도서전에서 이번 기획전은 '서점이 핫하다'는 것을 새삼 증명한 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서전에선 책이 안 팔린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책이 팔려서 모두 놀라고 있다. 그래서 큐레이션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점의 역할이 입증됐다고 할까. 서점 주인이 적극적으로 책을 고르고, 적극적으로 그 책을 판매하는 거, 내가 고른 책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게 서점의 역할 아닌가. 이 사람이 책을 들고 있을 때 책을 살지 안 살지 모르지만, 내가 한 마디 거들면서 판매로 이어지는 게 오프라인 서점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게 여기서 입증되었다고 본다."

자세한 주말 행사는 블로그를 꼭 참고하고, 평소 가고 싶었던 책방과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태그:#서울국제도서전, #김홍민, #서점의시대, #지역 서점, #책방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