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한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1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한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A매치에서 패했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지만 흥미로운 경기였다. 펠레 스코어로 끝나서 그렇게 보였지만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단점이 훤히 드러나는 경기라서 더 그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전 4시 도하에 있는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카타르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2-3 펠레 스코어로 패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2골 따라붙은 끈기는 인정한다

4-1-4-1 포메이션을 내세운 슈틸리케호는 매우 공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센터백 앞에 선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큰 부담을 주는 형태이지만 한국영에게 그 중책을 맡겼다. 하지만 양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손흥민과 지동원을 활용하는 전술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경기 시작 후 30분만에 에이스 손흥민이 카타르 수비수 모하메드 무사와의 높은 공 다툼 과정에서 잘못 떨어지는 바람에 오른팔을 다쳐서 빠진 것은 불운이라고 해도 53분에 황일수가 대신 들어오기 전까지 지동원은 상대 수비수들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성을 오른쪽 측면으로 돌린 뒤 더 위협적인 측면 공격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 전술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손흥민의 부상으로 급하게 들어온 이근호도 좌우 측면을 오가며 전성기의 공격 센스를 자랑했다. 손흥민과 지동원이 나간 뒤 한국의 공격이 더 효율적으로 전개됐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 팀의 두 에이스가 빠졌기 때문에 카타르 수비수들이 방심한 결과일까? 스타팅 포메이션, 감독이 주문한 공격 전술이 오판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나마 2실점 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2골을 따라붙었다는 점은 분명히 높게 평가해야 한다. 51분에 아크람 아피프에게 오른발 대각선 슛을 얻어맞고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62분에 주장 기성용이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귀중한 만회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8분 뒤에 이근호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황일수가 침착하게 이마로 넘겨준 공을 황희찬이 멋진 발리 슛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역전승의 꿈을 꾸게 만들었으니 다시 기운이 솟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축구 경기의 진짜 고비는 거기부터다. 경기 흐름 변화에 따른 감독의 대응 전술이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이다. 우리쪽으로 넘어온 흐름이 그렇게 쉽게 다시 넘어갈 줄은 몰랐을까? 작은 변화라도 구체적으로 주문하는 것과 그냥 용기를 북돋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었다.

이란에게 손을 벌려야 하나?

템포가 빠르게 전개되는 현대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1명에게 맡기는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다. 한국영의 능력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페레라 헤티캄카남지(스리랑카) 주심의 반칙 판정이 모호하다보니 한국영의 과감한 움직임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아무리 A조 최하위 카타르였다고 하지만 이 경기는 여러가지 조건이 우리에게 까다로운 어웨이 경기였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한국영의 자리도 문제였지만 더 냉정하게 수비면에서 커버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센터백의 문제가 심각했다.

서아시아권 선수들의 특성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곽태휘까지 흔들렸으니 이 경기 수비 라인의 평점은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25분 직접 프리킥으로 실점하기 직전 곽태휘가 어이없이 미끄러지며 공을 빼앗기는 순간부터 슈틸리케호의 수비 조직력은 그 허술함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후반전에 내준 두 골 상황에서도 위험 지역에서 상대의 에이스 2~3명이 어떻게 공을 주고받으며 슛을 노리는지 예상하지 못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기에 한국 수비수들의 대응력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51분, 아크람 아피프의 두 번째 골 상황에서도 선취골 주인공 하산 알 하이도스의 반 박자 빠른 전진 패스가 빛났지만 위험 지역에서 그 두 선수의 움직임을 아무도 저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비교적 평범한 2:1 패스를 주고받는 선수는 그 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수비수 숫자가 부족한 역습 상황이 아니었기에 '카타르 2-0 한국' 점수판은 너무나 참담했다.

천신만고 끝에 교체 선수들의 활약으로 2-2까지 따라붙었지만 한국은 단 4분만에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핵심 수비수 곽태휘가 뒤늦게 몸을 날리는 태클을 시도한 다음에 팔을 치켜들며 오프 사이드 반칙을 부심에게 주장했지만 동료들의 줄 맞추기가 안 된 것을 몰랐다.

74분에 터진 카타르의 멋진 결승골은 공격형 미드필더 로드리고 타바타가 아무런 제지도 안 받고 공을 몰다가 골잡이 하산 알 하이도스와 눈이 맞아 성공시켰다. 이 경기 2득점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하산 알 하이도스가 한국 수비 뒤쪽 공간을 노린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뻔한 전진 패스를 시도하는 로드리고 타바타나 그 공을 받아 정확하게 왼발 슛을 성공시킨 하산 알 하이도스는 한국 미드필더, 수비수들의 저항을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카타르의 두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이 비슷한 패턴으로 만들어질 때 한국 미드필더나 수비수들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정말 어렵게 만든 2-2 흐름이었고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그것을 4분만에 놓쳐버린 것이다. 벤치나 선수들이나 그 사이에 아무런 변화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심각한 것이다.

우루과이 출신의 호르헤 포사티 감독은 한국에게 만회 골(62분)을 내준 뒤 곧바로 문제의 지점이라 할 수 있는 측면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공격 가담 능력이 뛰어난 압델카림 하산 대신 무사브 키디르를 들여보냈다.

물론 카타르가 그 이후에도 이근호에게 측면 크로스를 내줘 2-2 동점골까지 얻어맞았지만 더이상 실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타르는 2-0 점수판을 만들어놓은 직후에 한국 선수들이 크게 당황할 정도로 강한 압박을 펼쳤다.

51분에 두 번째 골을 내준 뒤 허탈한 한국 선수들의 표정과는 달리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는 카타르 선수들이었다. 80분에 남태희가 재치있는 패스를 찔러주었을 때 그 공을 그냥 흘려보낸 황희찬과 이근호의 늦은 대응 자세에서 실력 차이가 확실히 보였다. 이 작은 집중력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한국의 남아있는 예선 일정은 공교롭게도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과의 홈 경기(8월 31일)와 우즈베키스탄과의 어웨이 경기(9월 5일)다. 승점 1점 차이로 우즈베키스탄과 본선 직행 티켓을 놓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이란에게 살살 뛰어달라고 애교를 부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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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결과(14일 오전 4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도하)

★ 카타르 3-2 한국 [득점 : 기성용(62분,도움-이재성), 황희찬(70분,도움-황일수) / 하산 알 하이도스(25분), 아크람 아피프(51분,도움-하산 알 하이도스), 하산 알 하이도스(74분,도움-로드리고 타바타)]

◎ 한국 선수들
FW : 황희찬
AMF : 손흥민(34분↔이근호), 기성용, 이재성, 지동원(53분↔황일수)
DMF : 한국영(79분↔남태희)
DF : 김진수, 곽태휘, 장현수, 최철순
GK : 권순태

◇ A조 현재 순위표
1위 이란 20점 6승 2무 8득점 0실점 +8(본선 진출 확정)
2위 한국 13점 4승 1무 3패 11득점 10실점 +1
3위 우즈베키스탄 12점 4승 4패 6득점 6실점 0
4위 시리아 9점 2승 3무 3패 4득점 5실점 -1
5위 카타르 7점 2승 1무 5패 6득점 10실점 -4
6위 중국 6점 1승 3무 4패 5득점 9실점 -4
축구 러시아 월드컵 울리 슈틸리케 카타르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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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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