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류현진의 선발 등판 경기는 류현진으로 하여금 많은 고민을 남기게 한 숙제로 남게 됐다. 이 날 등판에서 류현진은 4이닝 6피안타(3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 교체됐다(68구).

사실 이 날 경기 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경기(최고 구속 151km/h)에 비해 구속이 크게 떨어진(최고 구속 145km/h) 상황에서 류현진이 리그 최강의 신시내티 레즈 중심 타선을 3번째 상대하기에 다소 무리가 따를 것으로 판단하여 대타를 준비했고, 류현진은 5회에 등판하지 못했다.

다만 류현진이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투수 생명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어깨 관절와순에 대한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2년을 거의 통째로 쉬었고, 이 때문에 경기에 따라 구속의 기복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올 시즌에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제구에는 큰 문제 없는 류현진, 문제는 구위의 기복

현재로서 류현진에게 가장 큰 문제는 경기마다 기복이 있는 빠른 공(포심 패스트볼)의 구속과 구위(공 회전수 등)다. 제구력에 있어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류현진이었기에, 올 시즌에도 실책으로 급격히 무너졌던 5월 12일 쿠어스 필드 원정(4이닝 8피안타 6볼넷 1사구 10실점 5자책) 경기를 제외하고는 한 경기에서 4개 이상의 볼넷을 내 준 적은 없었다.

게다가 류현진은 6월에 들어와서 아직까지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6월 12일 경기에서 실점 과정도 홈런 3방으로 실점한 것 이외에는 집중타를 맞으면서 대량 실점한 순간은 없었을 정도로 경기에 대한 집중도 역시 높았다. 피홈런 3개 중 조이 보토에게 맞은 것을 제외하면 실투는 아니었고, 상대 타자들이 공략을 잘 했던 타구였다.

이 때문에 류현진이 올 시즌 내내 큰 기복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즌 첫 3경기에서 이닝을 조금씩 늘렸던 류현진은 이후 2경기에서 호투했고, 그 다음 쿠어스 필드에서 5자책으로 부진했다. 이후 다시 4경기(구원 등판 포함)에서 호투했고, 다시 이번 경기에서 구속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류현진의 루틴에 대한 다저스의 대책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가 다른 5개 지구들에 비해 상위권 경쟁이 워낙 치열한 나머지 와일드 카드 레이스에서도 서부지구 팀들이 상위권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다저스는 순위 경쟁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에 아무리 꾸준한 투수였다고 해도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투수가 다시 적응해가기까지 한 시즌을 온전히 기다려주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현재 류현진을 포함하여 무려 8명의 선발투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명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하는 5+1 로테이션을 활용하고 있다(스캇 카즈미어 60일 부상자 명단, 훌리오 유리아스 마이너리그 옵션 적용).

컨디션에 따른 구종 활용 필요, 빠른 판단이 중요

다행스러운 것은 류현진이 경기에서 공이 안 좋은 것을 알게 되면 그에 대한 대책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12일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3회에 보토에게 홈런을 허용한 이후 투구 패턴을 바꿨고, 이후 3회와 4회 투구는 6명을 상대로 내야 안타 1개만 허용하고 나머지 아웃 카운트를 깔끔하게 처리했을 정도로 좋았다.

변화구 위주로 투구 패턴을 바꾼 뒤 4회에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한 류현진이었기에, 4회말 대타 교체는 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투구수가 70개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 새로운 투구 패턴으로 좀 더 던져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겠지만, 경기의 흐름 상 투수 타석에 대타를 댈 수도 있는 내셔널리그의 경기 운영 방식으로 인해 대타가 나왔던 것이다.

결국 올 시즌 전체의 흐름을 보면, 아직까지 류현진이 빠른 공 위주의 피칭을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기마다 일단 공을 던져보고, 빠른 공이 어느 정도 먹히느냐에 따라 그 날 경기를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그 결정을 12일 경기보다는 조금 빨리 내릴 필요가 있다. 12일 경기에서도 변화구 위주의 볼 배합으로 패턴을 바꾸는 시점에 이미 홈런을 3개나 허용했을 정도로 그 결정의 시점이 늦었다. 다저스의 현재 상황이 그렇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류현진도 로테이션에 안정적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가급적 1~2회에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일단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다음 등판도 선발로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다음 경기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현재 경기 2번째 투수로 대기하고 있는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와 또 역할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류현진이 2경기 연속 부진했던 기록이 없었던 만큼 다음 경기는 류현진이 구위에 대한 해결책을 들고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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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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