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여성 솔로 가수. 대한민국에서 분명 흔치 않은 존재다. 거미는 오랜 시간 강렬하고도 확고하게 여성 디바로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왔다. 9년 만에 발표하는 이번 정규 5집 앨범 명은 < STROKE(스트로크) >다. '글씨나 그림의 획'이란 의미의 이 단어를 선택한 배경에는 음악 앞에서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된 거미의 다짐과 바람이 있었다. 앨범발매를 4시간 앞둔 5일 오후 2시,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스트로크> 발매기념 음감회 현장을 전한다.

이별노래 지쳐... 이제 '인생' 이야기할 것

거미 가수 거미가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거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스트로크>는 총 12트랙이 수록,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담겨 풍성한 들을거리를 선사한다.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음반발매를 기념한 음감회가 열렸다.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거미의 정규 5집 <스트로크> 발매를 기념한 음감회가 열렸다.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이번 앨범의 특징은.
"이번 앨범도 크게는 팝발라드 장르이긴 하지만, 길 오빠가 프로듀싱해서 그런지 힙합과 소울 느낌이 강하다. 타이틀곡은 'I I YO(아이아이요)'고, 수록곡 중에는 치타와 함께 부른 '그만 말해'라는 힙합곡도 있다. 제가 지금까지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 이젠 사랑 이야기보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유는.
"사실 저의 이별노래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저를 이별노래의 대명사로 생각해주시는 것에 대해 좋긴 하다. 하지만 (드라마 OST 덕분에) 예전보다 넓은 연령대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는 만큼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실 때 가슴에 뭔가 남겨주고 싶다. 이별이야기로는 좀 부족하더라. 관객분들과 더 많은 공감을 나누고 싶어서 인생이야기를 하게 됐다. 또, 제가 늘 이별하는 건 아닌데, 늘 이별 이야기만 하는 데 지친 것도 있다."

- 인생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살지만 참고 헤쳐 나가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 이런 내용의 음악을 접할 때 '이런 게 음악이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요계 선후배님들의 노래 중에 그런 음악이 많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무려 9년만의 정규앨범이다. 미니가 아닌 정규로 돌아온 이유는.
"사실 미니앨범을 만들 때마다 정규앨범을 고민했는데 현재 우리나라 음악시장 소비가 너무 빠르다보니 곡이 아까운 면이 있었다. 가수들이 정규앨범을 만들 때 많은 노력을 쏟는다. 1~3집 때까지는 많은 분들이 수록곡들도 많이 들어주시고 사랑해주셨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져서 좋은 곡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게 마음 아파서 미니앨범을 내왔다. 하지만 제 색깔이 담긴 정규앨범을 팬들을 위해 내는 것이 제 책임감, 의무감이라 생각돼서 내게 됐다."

- 7번 트랙 '나갈까'는 연인 조정석과 함께 작곡-편곡했다.
"(조정석이) 워낙 음악적으로 재능이 뛰어나고 음악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어서 같이 상의도 많이 하고 모니터링도 해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곡을 작업했다. 이번 앨범에 싣기 위해 작업한 건 아닌데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해서 넣게 됐다."

- 정통발라드가 아닌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 이유는.
"요즘 친구들은 저를 발라드 가수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저는 여러 장르를 보여주고 있었다. '기억상실', '어른아이' 등 발라드 아닌 곡이 많았다. 제가 OST로 많이 활동하니까 발라드 가수로 인식돼 있는데, 새로운 스타일로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여성 솔로로서 느끼는 '책임감'

거미 가수 거미가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거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스트로크>는 총 12트랙이 수록,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담겨 풍성한 들을거리를 선사한다.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음반발매를 기념한 음감회가 열렸다.

가수 거미가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한국 가요계에서 솔로 여가수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한 생각은. 
"그것에 대해 저도 생각과 고민이 많아서 슬럼프도 겪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제가 설 수 있는 무대, 방송을 찾아서 서려고 노력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 그렇게 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마니아층의 팬분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공연 때 찾아오시는 분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졌고 팬층이 넓어진 것 같다."

- 앨범이름을 <스트로크>로 지은 이유는.
"앞서도 말이 나왔지만, 사실 여자 가수로서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발라드만 쭉 할 수도 있고 그걸 원하시는 분도 계시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다양하게) 해 나가야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다양한 음악 원하시는 대중분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여자가수가 이런저런 장르를 이끌어갈 수 있구나' 하는 한 획을 긋고 싶은 게 제 바람이다. 그래서 '스트로크'라고 제목을 붙이게 됐다."

- 거미의 강점은.
"스스로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제가 노래에 있어 항상 노력하는 부분은 '감정 전달'이다. 멋있게만 할 수도 있고 기술을 쓸 수도 있는데, 기술을 써서라도 진실된 감정을 노래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베테랑 아냐, 음악의 무한함에 겸손해져

거미 가수 거미가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거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스트로크>는 총 12트랙이 수록,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담겨 풍성한 들을거리를 선사한다.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음반발매를 기념한 음감회가 열렸다.

거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스트로크>에는 총 12트랙의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담겼다.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거미 가수 거미가 9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거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스트로크>는 총 12트랙이 수록,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담겨 풍성한 들을거리를 선사한다.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61에서 음반발매를 기념한 음감회가 열렸다.

감성전달에 뛰어난 보컬, 거미.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 작업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노래를 오래 하다보니까 노래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이 정형화 돼버린 것 같아 그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아마추어처럼, 노래를 처음 시작할 즈음의 날 것이었던 표현과 감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잘 안 돼서 많이 울기도 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많이 배우게 됐다."

- 날 것의 태도를 되찾았다면 어떻게 찾았는지.
"기술적인 것을 배제하고 이 노래가 전하고 싶은 감성, 감정, 메시지에 주력하려고 노력했다. 오래 노래하다보니 끝음 처리하는 방법 등, 그런 게 정해져있더라. 그런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프로듀싱을 맡은 길 오빠가 술을 한잔하고 해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녹음했는데, (앨범에 실리진 않았지만) 들어보니 제가 머리보다 가슴으로 노래하고 있더라.

음악에 대해서는 겸손하려고 항상 노력했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베테랑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나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음악은 끝이 없구나' 하는, 음악에 대한 위대함을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시도해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했다."

- 15년차 가수로서 앞으로의 목표 혹은 계획은.
"음악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노래 외에도 음악적으로 채울 수 있는 게 많다. 가령 연주하는 것, 곡을 만드는 것 등이 그런 건데 저도 곡 쓰는 걸 하고 있고 이번 앨범에도 참여했다. 저는 창작보다는 표현(노래)하는 데 더 많은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쪽(작사-작곡)으로 더 노력할 계획이다. 요즘은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하시는 대중분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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