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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양심에 어긋나는, 인간으로서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무기다."

OPCW(Organization for the Prohibition of Chemical Weapons, 화학무기금지기구)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원수(61) 전 유엔 사무차장 겸 고위군축 대표가 한 말이다.

이어 그는 "교전을 하더라도 군인들끼리만 싸워야 하는데, 화학무기는 어린아이 임산부 같은 무고한 시민들까지 죽인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라고 화학무기를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6일 오전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을 유니세프 서울 사무소에서 만나 출마 동기와 각오 등을 들었다.

그가 당선하면 아시아인으로는 첫 OPCW 사무총장이 된다. 임기는 4년이다. 그동안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에서 사무총장이 나왔다. 그런 만큼 그의 각오는 남달랐다.

"한국 정부 후보 자격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후보가 된 만큼 자격도 없으면서 나섰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겠기에,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할 각오다."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당선하면 아시아 최초 opcw(화학무기금지기구) 사무총장이 된다.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당선하면 아시아 최초 opcw(화학무기금지기구) 사무총장이 된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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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CW 사무총장 선거 당락은 오는 10월에 결정된다. 기자가 '10월에 당선하면 새 정부의 외교성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묻자, 그는 "그런 면에서 (새 정부)에 이바지할 수도 있겠다"라고 답했다. 곧바로 '가장 큰 응원군이 누구냐?'고 물었다.

"유엔에 가기 전에 외교부 공무원이었느니, 아무래도 외교부 선후배와 동료, 그 다음이 10년간 유엔에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재정자와도 30년 인연이 있다. 유엔에서도 10여 년간 함께 근무했다. 그가 가장 든든한 원군이라고 본다."

OPCW, 강제사찰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기구

OPCW는 지난 1997년 4월 29일 설립한 기구로 화학무기 폐기를 주도하고, 화학무기 생산으로 전용될 수 있는 시설 및 생산품 거래를 감시하는 게 주요 임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가 있다. 화학무기 폐기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설립 이후 20년 동안 전 세계 화학무기 95% 정도를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국에 대한 사찰, 그리고 화학무기 제조·사용 의혹이 있는 회원국에 대한 강제사찰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회원국은 총 192개국이니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회원국인 셈이다. 미가입국은 아프리카 남부수단과 이스라엘, 이집트, 북한 정도다.

다음은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과 나눈 일문일답.

- 화학무기가 특히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4가지 대량 살상 무기(화학, 생물학, 방사능, 핵)중 가장 오래 됐고 가장 빈번하게 쓰인 무기다. 화살촉에 묻힌 독, 우물에 풀던 독 등이 모두 화학무기다.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던 무기도 화학무기다. 대량으로 쓴 게 1·2차 세계대전인데 알다시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살상할 수 있고 그 후유증 또한 크다. 그래서 세계 대부분 국가가 살상 목적으로 화학약품을 개발하면 안 된다는 데 합의하게 된 것이고, 그래서 만든 게 바로 OPCW다."

- OPCW와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었는지?
"지난 2013년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를 긴장시켰을 당시 유엔에서 OPCW와 함께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 특보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극적으로 시리아를 화학무기 금지협약에 가입시켰다. 그 뒤 시리아가 신고한 화학무기를 공해상과 제3국에 가서 폐기했는데, (시라아가) 전쟁 중이라 굉장히 위험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2015년에 시리아에서 다시 화학무기가 등장했다. 그때는 고위 군축 대표로서 OPCW 조사단 임무 수행을 직접 지원했다. 그 당시에는 조사단 구성 등을 위해 OPCW 사무총장과 거의 매일 통화를 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 사실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이사국 등이 잘 알고 있다."

OPCW(화학무기금지기구)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원수(61) 전 유엔 사무차장 겸 고위군축 대표
 OPCW(화학무기금지기구)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김원수(61) 전 유엔 사무차장 겸 고위군축 대표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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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CW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계기가 있다면?
"이미 밝혔듯이 저는 그동안 OPCW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그래서 OPCW 업무가 내게는 기존에 하던 일의 연장선인데, 이것이 출사표를 던지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런 이유로 함께 일하던 유엔 군축실 직원들도 출마 권유를 많이 했다. 선거라는 게, 그 무엇보다도 출마자의 확신이 중요하다. 확신이 보이지 않으면 뽑아주는 사람이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내게는 확신이 있다. 그동안 제가 쌓은 경험이 OPCW에 확실하게 이바지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국민 응원이 가장 큰 원동력, 국제 사회에 좋은 인상..."

- OPCW사무총장이 되어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화학무기 금지협약 미가입국 4개국(남부수단, 이스라엘, 이집트, 북한)을 OPCW에 가입시키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가입국이 다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러기 위해 회원국의 자체 감시·조사·사찰 능력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이 능력이 없는 회원국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 작업도 함께 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테러리스트들이 화학무기를 쓰는 게 큰 문제인데, 이를 막기 위해 인터폴 같은 국제기구와 협력을 강화할 생각이다. 화학물질이 평화적인 목적에만 쓰이고 나쁜 목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산업계와 과학 기술계와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 필승의 작전이 있다면?
"오는 7월에 하는 집행 이사회 청문회에서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에, 청문회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견 발표도 하고 질문도 받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투표권이 있는 41개 이사국을 다 돌아야 한다. 수십 시간 날아가서 한 표를 얻어야 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정부와 국민이 응원을 보내면 매우 큰 힘이 될 것 같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국제 사회에 좋은 인상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 OPCW(화학무기금지기구) 사무총장은 터키 출신 '아흐메트 위쥠쥐'이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이는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을 비롯해 스페인 주네덜란드 대사와 덴마크 주이스라엘 대사, 헝가리 출신 전직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이다. 후보가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유엔 사무차장은 1978년 제12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청와대 국제안보비서관과 외교통상비서관,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7년부터 유엔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말 10여 년 간의 국제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태그:#김원수 전 유엔 사무총장, #화학무기금지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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