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준석 바른정당 서울 노원병 당협 위원장
 이준석 바른정당 서울 노원병 당협 위원장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국민의 기대가 반영돼 고공행진 중이고, 야당에선 대선 패배 책임론과 정계개편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바른정당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이준석 바른정당 서울 노원병 당협 위원장을 지난 23일 국회 앞 바른정당 당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보수도 제대로 하면 돼... 탈당 사태 전에 왜 지지율 안 오른지 알겠다"

-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지났어요. 2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지금까지는 여당 입장에서 정부가 하는 것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이었지만, 반대로 야당 입장에서 그 역할을 하려고 하니 아무래도 다르게 바라봐야 할 지점이 많아요. 정권교체가 돼 국민들이 초기 문재인 정부에 많은 기대를 보내서, 도와줄 건 도와주며 가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인선도 끝나고 정책도 나오면 달라지겠죠. 공약이라는 게 100% 지킬 수는 없으므로, 그때부터 진정한 야당 역할을 하는 때라고 볼 수 있겠죠."

- (정치에 입문해) 이번 대선이 2번째잖아요. 2012년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었고 이번엔 바른정당이라서 여러모로 분위기에서 차이가 있는데 어땠어요?
"저희가 이번에 유세하면서 다른 점을 느꼈던 게 보수정당으로 다른 선거들도 많이 치러봤지만, 그때마다 젊은 사람들은 피해 다니는 상황이었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새누리당이라면 욕하지 환호하고 같이 사진 찍자는 경우는 없었죠. 하지만 이번에 유승민 후보와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호감을 표시하고 박수 쳐요. 그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젊은 사람에게 외면받은 것은 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똑바로 안 해서라는 걸 느꼈어요. 보수도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충분히 지지해 준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 유승민 후보가 자유한국당 후보였다면 홍준표 후보의 득표보다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그건 저도 동의하죠. 왜냐면 홍 후보의 지지율이나 출구조사 나온 걸 보면 젊은 층에서 유 후보에게 많이 뒤졌거든요. 그건 말 그대로 유 후보가 가진 확장성이고 새롭게 표를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죠. 하지만 그건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서 모르겠는 게 만약 유 후보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왔다면 많은 사람이 부역자 논리를 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고 노무현 대통령도 좋아하는 저와 친한 한 분이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노 대통령이 3당 합당 때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후 어려운 길을 걷게 되잖아요. 유 후보도 사실 대구가 지역구라서 자유한국당에서 정치했다면 편하게 했을 텐데 그걸 박차고 나오는 걸 보면서 자기가 처음에 노 대통령을 좋아했던 모습과 약간 닮은 점을 이번에 유 후보에게서 발견했다고 하더라고요."

- 지난 1일 밤 의원들의 탈당이 있었잖아요. 결과적으로 보면 유 전 후보의 득표에는 도움이 된 듯 하지만 선거 캠프에서는 맥 빠졌을 것 같아요.
"맥이 빠졌죠. 저는 그때 페이스북에 '쫄보들'이라고 쓰기도 했죠, 제가 새누리당 나와서 바른정당 했던 건 제대로 보수정당 해보고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13명은 '정치꾼들'이었던 거예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국회의원) 당선되는데 유리할까, 어떻게 하면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데려올 수 있을까 등으로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분들과 같이 있었을 때 왜 지지율이 안 올랐는지 알 것 같아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뭘 하려고 하니까 뜻이 안 모였던 거죠. 민주당도 예전에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마음이 안 맞아서 당이 덩어리는 크지만, 오히려 우왕좌왕했던 때가 있잖아요. 마찬가지예요. 20명 되니 새로운 걸 많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새누리당 시절, 비상시국회의 총회에서 만난 유승민 의원과 만난이준석 원외당협위원장
 새누리당 시절, 비상시국회의 총회에서 만난 유승민 의원과 만난이준석 원외당협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김성태 의원은 바른정당을 "최순실 폭탄을 피한 도피·면피용 정당"이라며 "진정한 보수의 바람을 담아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자인한다"고 평가하던데.
"역설적인 게 이들이 나가고 나니 바른정당이 관심받고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실패 원인이 그들이었는지도 몰라요. 저희가 초기 당을 만들고 '18세 투표권' 등의 개혁 법안을 내려고 했을 때 그들의 거부 의견 때문에 당론으로 안 됐던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들이 없으니 바른정당이 할 수 있는 개혁적인 것이 늘어났죠. 신나서 입법 활동해요. 앞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 탈당한 의원 대부분 김무성계예요. 하지만 김무성 의원은 탈당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이 궁금해 했어요. 원래 김성태, 김학용, 홍문표 등의 의원은 김무성계로 불리는 사람이라서 김 대표가 말렸어요,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지금 여러 가지 설이 정치권에 돌아요.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이 여러 가지 당근을 제시했다는 등의 얘기가 있고요. 김성태 의원이 강력하게 나가겠다며 사람들을 설득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뭔가 자유한국당에서 제시한 게 있지 않나 싶은거죠. 또 내년 지방 선거 나가려는 계획도 있었을 것 같고요."

"홍준표, 당권 잡기 쉽지 않아 보여... 자유한국당과 연대는 거의 불가능" 

- 현재 자유한국당에 내분이 있어요. 홍준표 전 지사와 친박의 다툼인데 어떻게 보세요?
"사실 친박이라는 사람들을 홍 전 지사(아래 홍 지사)가 이기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친박이라는 게 워낙 당원 수도 많고 뿌리가 깊어요. 하지만 홍 지사는 정치를 20년 넘게 해오면서 단 한 번도 친박이었던 적이 없어요. 저희가 기억하는 홍 지사는 독고다이면서도 새누리당 내에서는 개혁적인 사람으로 분류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친박당의 대선 후보'로서 이상한 스탠스를 잡았을 뿐이죠. 하지만 친박은 홍 지사를 절대 믿지 않고 앞으로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표가 안 되게 막을 거예요.

지금 초선의원들이 홍 지사를 옹립하려고 한다잖아요. 그러나 초선 의원이란 사람들은 친박 핵심에 줄 서서 공천받은 사람이 많거든요. 정작 선거에 들어가면 '보스'들이 불러서 이러지 말라고 혼낼 겁니다. 홍 지사가 외로운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홍 지사는 특유의 개인기로 돌파할지는 모르지만 쉽지는 않아 보여요,"

- 그럼 이번에 홍 지사가 대선 후보로 된 것은 '팻감'이었을까요?
"이번에 친박이 당황했던 게 김진태 후보가 대선 후보로 나온 거죠. 김진태 후보는 친박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후보지만 후보로 내세워 5% 받으면 어떻게 해요? 그러면 당이 망한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홍 지사를 후보로 만든 거죠. 홍 지사는 박 대통령에게 도움받은 게 없으니 그 이미지로 가려고 한 거예요

홍 지사는 이번에 24% 받은 건 자기 개인기 때문이라며, 자기가 당을 살렸다고 얘기하지만 24% 득표한 사람의 정당이 선거 끝난 후  지지율 12%로 떨어진 것 보세요. 당시에 보수 후보에게 몰아주기 위한 심리가 발현된 것뿐이죠.

- 그래도 홍 지사는 24%로 당을 복원했다고 하잖아요.
"제가 그거 보고 깜짝 놀랐던 게 뭐냐면 당을 복원했다는 게 패배 선언하면서 한 말이거든요. 거기서 자기가 24%를 자기 공이라고 못 박아 버렸어요. 그러나 저는 생각이 달라요. 이건 보수당이 무너진 상황이지, 어떻게 자기 공이에요?

어떤 정당이 큰 실수를 했다고 국민이 지지를 급격히 거두지 않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김영삼 대통령 말기 IMF로 나라가 거덜 났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물인 이회창을 냈더니 바로 있던 대선에서 40% 정도 지지율을 받거든요. 그 말은 뭐냐면 국민이 과거와 미래를 따로 보는 거예요.

콘크리트로 묘사되는 분들도 만약 후보가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박근혜가 사고를 쳤지만, 이걸 극복하기 위한 적임자가 문재인일 수도 있지만 다른 보수 후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바로 버리지 않아요. 그런데 나오자마자 막말하고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느니하면서 선거를 희화화시킨 게 저는 보수가 무너진 이유라고 봐요."

- 정계개편론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 혹은 연대인데 이것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아직 연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유불리 따져서 당을 합치는 게 좋을 것 같지도 않아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생각이 같은 지점도 있겠지만 다른 지점이 있기 때문에 그중 누가 옳은지부터 가려야 하지, 대충 적당히 당 합치는 건 야합이죠.

아무래도 국민의당에서 호남 국회의원은 민주당으로 넘어가지 않을까요? 국민의당 비례의원 중에서 이상돈 의원 아니면 관악의 김성식 의원은 보수에서 시작한 분들이거든요. 만약 호남 의원들이 떨어져 나간다면 저희와 생각이 맞는 의원들은 저희와 같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이것도 그렇게 분화됐을 때 이야기죠."

- 그럼 자유한국당과는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가요?
"저희가 바른정당 만들면서 친박 하면서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인 자유한국당의 8적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를 했고 그들이 사라져야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다는 건데 아직 당에 8적 중 4명 정도가 남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유한국당과 연대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공약 수정하거나 후퇴할 때 태도가 중요" 

바른정당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7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귀성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 이준석 창당준비위원,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바른정당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7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귀성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 이준석 창당준비위원,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바른정당이 보수의 정의당처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잖아요. 하지만 바른정당은 새누리당이라는 부잣집에서 살았는데, 탈당해서 가난한 집으로 온 것이라서 몇 달은 지내겠지만 이게 지속 되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저희가 매번 에쿠스 타다가 경차 타는 기분이죠. 그걸 다 알면서 나왔기 때문에 자강론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당장 서울에서만 해도 자유한국당보다 저희 지지율이 잘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지지율이 잘 나오면 자유한국당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죠.

무엇보다도 원내 교섭단체를 지키면 20석이나 60석은 정당 보조금이 비슷해서 운영하는 데에 문제는 없어요. 국민도 소득이 다르지만 거기 맞춰 살잖아요. 저희도 과거보다 자산이 덜할지 모르지만 거기 맞춰서 정치하는 모습도 보여줘야죠, 정의당과 생각하는 건 많이 다른 데 정의당 하는 것 보고 많이 참고합니다."

- 어떤 걸 참고하세요?
"노원병의 경우 주희준 위원장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평소 어떻게 조직 관리를 하는지를 봐요. 정의당은 위원회 조직이 잘 되어 있거든요. 여성이나 대학생 위원회 조직을 잘 만들어서 우리에게 지지를 보내기 시작한 젊은 보수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이냐 고민해야죠. '보수'와 '진보'로 다르지만 해야 할 고민은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정의당에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방식은 도입하려고 합니다."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주잖아요. 국정 수행 지지율이 80%대로 역대 대통령들보다 약간 높은 것 같은데 인사나 행보 어떻게 평가하세요?
"인사는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들이 있는데 아직 장관인사 한 명도 청문회가 시작 안 됐잖아요. 장관이 열 명 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초기에 파격 인사를 잘했지만 내각 모든 인사를 파격적으로 할 수는 없는 거예요. 누구는 관심을 받고 누구는 실무를 맡을 인사를 해야는 데 문 대통령이 그 조합을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그에 따라 야당으로 비판할 게 있으면 비판하고 잘한 인사는 잘했다고 칭찬해 줘야죠.

저는 약간 걱정되기도 하는 게 외교 등도 그렇지만 문 대통령이 공약해 놓은 것 중에 완벽히 지켜질 수 있는 공약은 별로 없어요. 공약이라는 건 하다 안 되면 수정해야죠.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일자리 81만 개 만들겠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안 되면 젊은 층의 기대가 높은데 실망할 수도 있어요. 제 생각엔 어느 시점에서 수정할 것으로 봐요.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가장 못 했던 게 공약을 수정하거나 후퇴할 때 설명을 잘 안 한 거였어요. 이번 정부는 그 부분에 대해서 기대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 문 대통령 행보를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기자들 질문도 받으니까 국민은 신선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이건 대통령이면 당연히 해야 할 것이잖아요. 해야 할 것을 하니 신선해 보이는 게 씁쓸한 상황입니다.
"그걸 보며 느낀 게 뭐냐면 제가 미국에서 대학 다녀서 그런지 몰라도 대통령의 모습을 봤던 게 부시와 오바마였어요. 부시만 하더라도 기자들과 소통 잘했고 그 뒤 오바마는 더 잘했죠. 문 대통령이 하는 건 당연히 대통령이면 해야죠.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못 했다는 걸 느끼는 거죠. 앞으로는 지금 문 대통령이 하는 소통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대한민국 대통령의 '최소한의 자세'가 되면 좋겠어요. 아마 국민들이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걸 정치인이 봤으니까 앞으로 모든 정치인이 그렇게 할 겁니다."

-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야당은 더 힘들지 않나요? 야당은 비판해야 하는데 국민의 지지가 높은 상황에서 비판이 발목잡기로 보여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요.
"저희도 야당이기 이전에 국민이잖아요. 야당이 제일 좋은 건 대통령이 잘해서 국민에게 칭찬받고 나라가 발전하는 거죠. 혹시라도 대통령이 잘 못 하면 그걸 지적해서 더 잘 되게 하는 게 야당 역할이잖아요. 때문에 걱정이 없을 것 같아요.

정권을 못 잡으면 어떻게 하냐는 건데 제 나이가 33이잖아요. 조급하게 생각할 게 없어요.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게 좋죠. 우리나라 정치는 한쪽이 못하면 그 반대급부로 다른 당이 집권하는 형태가 계속되죠. 그러나 그게 아니라 대통령이 잘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를 놓고 경쟁하면 좋겠어요."


태그:#이준석, #바른정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친박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