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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피하주사 자가진료 허용은 동물의 복지보다 축산 및 개식용업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결정이다. 자가진료 철폐 논쟁은 이익집단의 목소리라고 보기보다 동물복지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피하주사 자가진료 허용은 동물의 복지보다 축산 및 개식용업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결정이다. 자가진료 철폐 논쟁은 이익집단의 목소리라고 보기보다 동물복지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 서울시수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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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에 대해 일반인의 피하주사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내부지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 12월 의결되고 2017년 7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수의사법 시행령으로 인해 반려동물의 자가진료가 금지된 법적 조치와 정면 배치되는 정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외국사례, 의료법 사례, 법무법인을 포함한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통상적인 행위의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검토중인 지침안을 소개했는데 그중 논란이 된 것이 피하주사였다. 의약품 성분이나 제반 상황 등과 관계없이 피하주사 행위 자체를 사실상 전면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반려동물 번식장과 펫샵, 보호자들 사이에서 만연된 자가접종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수의사회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농식품부가 동물 자가치료를 공식적으로 인증해주는 행정지침을 강행하고 있으며, '동물의 건강권'과 '수의사의 진료권'이라는 대원칙보다 축산 이해관계자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자가진료는 곧 동물학대 행위임이 명백한 상황에서 우리는 농식품부가 생명존중과 동물복지에 대한 기본적 인식조차 결여돼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수의사 관련 단체를 포함한 수의과대학 협의체와 동물보호단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자가 진료 대책특별위원회'가 발족하여 활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왜 '자가 진료'는 동물의 복지를 위협하는 요소인가?

자가 진료 관련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그런데 자가 진료 금지를 주장하는 수의사들의 입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편함에는 여러 편견이 있다.

첫째, 현실적으로 동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진료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고 동물병원비는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또한 진료와 치료제 처방에 있어 모두 수의사들의 처방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은 수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그간 동물약국회사와 수의사회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의 복지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자가진료 철폐 논쟁은 '약국협회와 수의사회의 집단이기주의 싸움'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물 복지는 단순히 동물의 건강이라는 차원을 넘어 삶의 질을 의미한다. 동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인간사회의 산업에 이용되어 왔다. 한국도 소, 돼지, 닭 등의 동물이 인간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이용되었다. 이는 법적으로는 축산법과 관련법으로 정비되었고, 행정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한국 내에서 동물복지에 관한 논쟁이 촉발되고 동물보호단체가 만들어지면서 동물복지를 담당하는 행정공무원이 배치되기 시작했는데 그 담당공무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축산업은 동물을 복지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위한 재료로 보는 관점에서 생성된 산업이기 때문이다. 동물의 복지가 위협받는 핵심적인 요소는 동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생의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주어지는 여러 환경이다. 동물 번식업이 궁극적으로 동물의 복지를 위협하는 이유는 그 목적이 이윤이기에 이윤이 적게 발생하게 될 때 결코 동물의 생명이나 건강을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2016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강아지공장 사건은 일부 몰지각한 번식업자의 비뚤어진 행동이 아니다. 방송에 나왔던 번식업체는 합법적으로 신고한 곳이었다. 동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동물보호단체가 번식업 자체에 반대하며 시민들에게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홍보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배려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백신접종 부작용 사례 중 하나. 간단한 접종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수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백신접종 부작용 사례 중 하나. 간단한 접종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수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 시지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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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며 감정을 교류하고 정서적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아플 때 설사 치료비가 많이 나오는 질병에 걸렸다고 해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방치하지 않는다. 동물의 건강과 행복, 복지를 염려하는 것은 이런 일부 반려인만의 의무가 아니다. 무분별하게 생산된 반려동물은 무책임하고 충동적으로 동물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인해 방치되거나 학대, 유기된다. 한 해 발생하는 8만 마리의 유기견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국민의 세금이다. 유기견의 발생이라는 현상은 모든 시민들이 고민해야 하는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번 결정은 기본적으로 여러 산업계의 이익이 충돌할 때 적절하게 균형을 찾아야 하며 약국협회와 축산업계의 산업적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동물의 복지는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집단의 주장을 고루 분배하면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물복지는 산업계의 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동물의 복지를 관장하는 부서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이어져온 맥락이 그것이다.

동물병원비는 비싸기만 한가? 

동물병원비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반려인들이 수의사를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동물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너무 많은 동물과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한 사람의 책임이지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들의 책임이 아니다. 비용에 대한 책임을 최종적으로 치료에 따른 비용을 받는 수의사들에게 돌리는 것은 명백히 책임회피다.

자가 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동물약국업체들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대한동물약국협회의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돈이 없어도 동물은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돈이 없다고 해서 치료받아야 할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동물을 산업의 자원이라고만 보는 사회적 제도와 무분별하게 생산하도록 하는 법, 한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동물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정책이다. 개인이 반려할 수 있는 숫자도 제한해야 하며 번식업도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또한 반려인들 역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동물의 치료비용이 사람 치료비용보다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국가보험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국가보험제도를 마련하려면 우리가 세금을 더 내야하고 반려동물제도에 대한 관심과 의무 또한 증가한다. 보험제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자가진료 문제가 논쟁화되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동물복지실현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명백한 증거다.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 중 하나.
 자가진료 부작용 사례 중 하나.
ⓒ 위즈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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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지로 자가진료 철폐에 관한 토론회에서 쟁점이 되었던 문제는 수백마리의 개들을 보호하고 있는 개인 보호소같은 곳에서는 치료비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개인이 길거리에 버려진 수많은 개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사고와 행위는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개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급하게 위급상황을 벗어나 일정한 공간에 임시로 보호되었다고 해서 그 개들의 복지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여러 다른 곳에서 구조된 다양한 개들은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을 기회가 전혀 없이 서열싸움을 하게 되고 다쳐도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일정한 면적과 환경,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동물을 구조, 보호하도록 방치하는 사회와 문화, 제도라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보호소를 옹호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당장에 사료값도 없는데 치료는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 동물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은근히 설득력 있게 비춰지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이 동물복지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기준을 만들어 정책방향을 세워야 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보호소는 개인의 인도적인 행위와 마음을 떠나 동물복지를 위협하는 요소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동물의 복지 실현은 개인의 마음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지실현을 위한 기준설립과 구체적 제도 마련으로 완성된다. 

접종을 비롯한 모든 진료 행위를 의료 전문가가 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피하주사를 비롯한 모든 주사를 사용한 접종은 자격이 없고 훈련받지 않는 사람이 시행했을 때 부작용의 가능성이 높다. 동물의 복지적 측면에서 자가 진료를 통한 부작용은 동물에게 직접적으로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동물의 복지는 동물을 위한 것이다.

간단한 예방접종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의료인의 처방과 진료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간단한 예방접종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의료인의 처방과 진료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 서울시 수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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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가진료, #동물복지,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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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행동 Action for Animals(http://www.actionforanimals.or.kr)을 설립하였습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감금된 동물(captive animals)의 복지를 위한 국내 최초의 전문단체입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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